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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2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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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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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불명확한 뇌성마비 유발사유로 1억700만 달러 지불 판결

전문변호사 개입 배심원 감정적 선동 막대한 배상금 속출

 

뇌성마비 소송


필자 칼럼 보험위기8장(2003년 3월 3일자)에서 언급한 '산부인과의 뇌성마비'에 추가해서, 이번 장에서는 변호사와 원고는 뇌성마비환자에 대해 도대체 의사의 어떠한 결함을 잡고서 재판에서 어떤 과정을 밟아 거금을 획득하고 있는지, 소송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미국의 의료과오소송의 으뜸인 산부인과 분야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배상금을 차지하는 뇌성마비 소송이 미국의료계의 가장 두통거리로 되어있음은 다음 통계가 말해 준다.
2002년도 미국전체 10대 거액 배상금액판결의 민사소송 중 3건이 의료과오에 속하며 3건 모두 뇌성마비에 대한 소송이다.

그리고 일부 중복되지만, 2002년도 뉴욕주의 10대 거액 배상금판결의 민사소송 중 무려 6건이 의료과오소송이고 6건 모두 직접간접으로 뇌성마비에 대한 건이다.
정확한 발생원인이 검증 안된 뇌성마비인데도 의사 잘못으로 몰아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변호사와 피해자가 함께 차지한다는 내용을 8장에서 적었다.

뉴욕에 본부를 둔 토마스 무어 변호사회사(M 변호사)는 의사들만 등쳐먹고 사는 의료과오사건취급으로 악명 높으며, 지난 30년간 의료과오소송에서 승소한 건수 중 배상금 100만 달러 이상만 해도 73건이나 된다고 자기네 업적을 자랑하는 회사다.

여담이지만, 의료과오담당 유명 변호사로 큰 부자가 되어 상원의원이 된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존 에드워드는, 지금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어 명년에 부시에 맞서려 하고 있다. 물론 AMA서 그를 저지할 것이다.

M변호사는 2001년 5월 14일 뉴욕주 브롱스(Bronx)법원에서 뇌성마비아동 A소년에게 1억700만 달러 지불판결을 얻어내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소송사건은 A소년이 출산될 당시 병원측 잘못으로 감염치료가 지연되어 A소년을 뇌성마비환자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피고인 병원측(의사, 산파, 간호원 등)에서는 A소년이 이러한 불구자가 된데 대해 서 원고변호사가 주장하는 병원 과실(다음 언급)은 사실과 다르고, A의 뇌성마비가 반드시 예방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상부법원에 상고했다.

 

배상금액과 배심원


본 소송의 자초지종을 살펴본다.
금년(2003년) 12세난 A소년은 뇌성마비로 휠체어환자며, 손을 사용치 못하고 24시간 간호를 요한다. 말을 하지 못하나 소리 내어 의사전달은 가능하다.

A의 어머니는 1990년 초 3번째 아기 A를 임신하여 피고 병원(뉴욕주 브롱스 링컨 시립병원)에서 출산 전 관리를 받아왔다. 산월이 가까워지자 양수가 약간 나왔으나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병원에 가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양수파열 후 24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았으며, 다음날 산파에 의해 A를 순산했다. 출산경과도 정상이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원고측이 주장하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산모가 간호원에게 영아가 좀 이상하고 젖빠는 힘이 그 전 아기에 비해 약하다고 말했으나 주의해서 듣지 않았고, 병원스태프는 영아의 감염위험에 대해 무관심했다고 한다(기록에는 산모의 불평이 적혀있다).

분만은 순조로웠지만 양수파열이 출산 전 24시간 이상이나 지속했다면 영아감염의 위험도를 크게 증가시킨다는 이론을 원고측은 강조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항생제 예방사용으로 감염을 방지시킬 기회가 있었으나, 의사의 태만으로 신생아 A는 감염이 최악화된 뇌막염으로 발전하여 결국 뇌성마비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즉 출산 2일 후 눈에 띠게 이상한 상태가 나타났어도, 이때 감염모니터만 하고 척추액검사와 항생제치료를 즉시 하지 않았음을 문책하고 있다(필자는 산부인과 전문의 동료들에게 이 소송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론상 그렇다 해도 무턱대고 항생제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상과 같은 A의 출산시 문제점을 토대로, M 변호사는 링컨 시립병원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병원은 자격 갖춘 수련의감독의사를 채용을 하지 않고 대부분의 환자치료를 수련의에게 맡김으로써 환자진료에 태만했다(필자 칼럼 16-18 수련의 참조. 미국의 수련의 문제점은 시정되고 있다. 시립병원의 경우는 주정부제도의 문제며, 병원이 책임질 사항이 아니다).

2. A출산시 산모의 담당의사와 소아과(신생아)의사가 현장에 없이, 산파가 분만했다(시립병원 등 많은 병원에서 산파에 의한 분만이 허용돼 있으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3. 출산 2일 후에야 소아과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데도, 항생제 예방사용과 충분한 감염모니터를 하지 않았다(여기에 대해 피고측 변호사는 출산 후 2일 이전에는 감염증후가 없었고, 출산시 산모상태와 영아가 뇌성마비가 된 결과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2일 후에는 이미 뇌막염이 있었으므로, 예후가 가장 나쁜 병에 대한 항생제치료를 시작했어도 뇌성마비 예방은 불가능했다고 변호했다).

지난 30년간 의료과오소송에서 화려한 승소업적을 가진 M변호사는 법정에서 자칭 인도주의자임을 과시하며, 불구아동의 모습을 내세워 그들의 불행한 인생을 배심원의 감성에 호소하여 동정표를 끌어내는 장기를 가졌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인민재판식의 감정적인 선동으로 얻은 동정표는 거액의 배상금으로 환산되고, 이 금액의 약 40%는 변호사가 차지한다.
 
본 소송에서 배심원들은 상상외로 큰 액수의 배상금(1억780만 달러) 지불을 판결했으며, 이는 2001년도 뉴욕주에서 2번째 큰 배상금액이다. 할 일을 다했다고 변호하는 병원측의 성의없는 태도에 실망하고 분개한 결과라는 평이다.

이 금액 내역은 7,200만 달러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이고, 470만 달러는 장차 의료비, 540만 달러는 물리치료비, 410만 달러는 소득손실비용(일을 못함), 그리고 2,180만 달러는 간호보호비용(부모용)이다. 물론 피고(병원)측은 불복, 상소했으며 그 귀추가 주목된다.

원고변호사는 병상일지를 가장 중요시 했으며, 특히 M변호사는 기록의 공백을 가장 많이 악용했다는 것이다. 의사의 바쁜 일과 중에서 자세한 기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기록을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선 기록이 없는 공백을 전적으로 의사태만으로 돌리며 그것이 승소에 큰 도움 주고 있다. 우리 의사들이 기록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배상금액수는 배심원들의 입에 달렸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2000년도 가장 큰 배상금판결 금액은 캘리포니아주서 필립모리스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제품과오소송에서 30억 달러이다. 폐암 말기환자가 흡연 때문에 죽게됐다고 해서 담배회사를 물고 늘어진 소송인데, 이 액수는 당시 미국민사소송의 10대 거액 배상금액을 합친 것 보다 많은 금액이다.

그러다가 다음해(2001년) 상소심에서 1억 달러로 즉 1/30 로 감액판결 됐으니, 아기 장난처럼 제 멋대로 하는 노름이다.

최근 일본학계 일각에서 법조계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처럼 배심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고 한다. 배심원은 전문성 결여라는 문제점도 있으나, 본 소송판례처럼 감성에 치우치고 악덕변호인에 악용당할 우려도 있다.

만일 한국에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고 가정하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배심원들은 외부 불순단체의 압력에 좌우될 가능성이 많고, 그러다가 배심원의 자살이라는 비극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사의료사건


산파는 법적으로 허용됐다고는 하나, 위의 A소년 소송재판에서 정식의사가 아닌 의료인(산파)에 의한 분만 때문에 불리한 조건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여기서 산파는 자기직분인 정상분만으로 끝냈으니 하등 하자가 없다고 하겠다.

산파는 의사 감독 하에 분만 캐어만 하며, 의사입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소송에서 M변호사는 산파에 의한 분만을 큰 이슈로 삼았다. 주류가 아닌 유사의료라는 나쁜 이미지를 최대로 부각시킨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법으로 보장된 유사의료업자에 급성환자치료를 끝까지 맡긴 결과 죽음에 이르게 한, 한국의 소송케이스를 읽고 한국현실을 생각해 본다.
의협신보(2003년 3월 6일자)에 게재된 한국 대법원 판결기사 중 '한방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내용은 어처구니 없음을 말해준다. 미개 야만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인정한 국민 의료기관인 한방병원에서, 전형적인 세균감염 증상이라 할 오한, 근육통, 경부통증(뇌막염?), 소력감을 호소하는 환자를 한의사가 목 디스크로 진단 치료하다가, 병세악화 후 X-선 검사에 폐렴이 나타났음에도 중환자를 현대 종합병원에 이동시키지 않고, 세균검사도 없이 한방치료를 계속했으며,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한 케이스다.

이 사건은 유사 의료종사자가 당당한 국가면허증을 갖고서 자행한 범죄행위이며, 미국 같으면 이러한 제도적 모순을 설치한 당사자를 상대로 몇 10억 달러 소송감이다.
선진국 한국에서 위와 같은 의료테러 행위가 백주에 공공연히 일어나는데도 "백주의 테러는 테러가 아니다"라고 법이 방관시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사건들이 의료 일원화의 시급함을 알리는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표〉 2002년도 뉴욕주의 10대 고액배상금 판결
(단위, 100만 달러. 최종 판결이 아니며, 상고 계류중인 건도 있다)
순위 소송종류 법원 판결금액 비고
1. 주 정부태만 나소 지방 100.4 형무소 내 피해(살인)
2. 산과 의료과오 킹스 지방 94.9 뇌성마비
3. 산과 의료과오 킹스 지방 90.9 뇌성마비
4. 산과 의료과오 서포크 지방 80.0 뇌성마비
5. 산과 의료과오 브롱스 지방 64.0 뇌성마비
6. 산과 의료과오 킹수 지방 61.7 뇌성마비
7. 산과 의료과오 뉴욕 시 56.7 뇌성마비
8. 재산소송 뉴욕 시 53.9 재산유용과 착취
9. 산업재해 뉴욕 시 53.5 Asbestosis 노출
10. 자동차 사고 브롱스 지방 43.5 사고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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