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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R과 무익한 치료

DNR과 무익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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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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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텍사스법안, 의료인 전문지식 법관 견해보다 우위에

DNR

지금 한국 의학계에서 DNR(Do Not Resuscitate)이 논의되고 있으며, 대학병원 의사의 95%가 DNR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과, H 간호학 교수의 'DNR 인식 및 태도조사' 주제발표는 무척 고무적이다. 특히 한국 의학계의 불모지가 의식구조를 포함한 여론조사와 일반인에 대한 계몽교육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기초작업과 노력이 중요시되고 보급되기를 기대해 본다.

DNR 개념과 논의는 1974년 JAMA에 발표된 "회복가능성 없는 말기환자상태에서 CPR(심폐소생술)은 적용 안된다"는 제언에서 비롯됐다. 그 후 생전유서(Living Will), 연명치료중단, 환자의 권리, 통보된 동의(Informed Consent) 등 일련의 사회적 개념의 출현과 함께, DNR 개념도 의료계와 일반사회에 수용되어 갔다.

특히 의료시술을 받거나 거절하는 '환자의 권리'사상이 1991년의 환자자결법안(Patient Self-Determination Act)으로 보장되기에 이르렀다. 이 법안은 메디케어(노인보험)와 메디케이드(빈민보험) 등 연방정부의 공공의료보험혜택을 받고 있는 병원기관(실질적으로 모든 병원과 양로원과 재활원이 여기에 해당됨)에게, 종말-케어를 포함한 치료의 선택권과 결정권이 환자자신에 있다는 것과 생전유서의 필요성을 모든 입원환자에게 통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법안을 뒷받침하는 의료시설인정합동조사위원회(JCAHO)의 규제에 의해서 1991년 이후, 실질적으로 모든 미국병원에서 환자의 DNR 여부 지시(order)가 의무화 되어 있다.

DNR 결정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익한 치료(Medical Futility) 환자를 두고 의사와 환자측(환자 또는 환자대신 결정권 가진 자, 즉 법정대리인, 배우자 등을 줄여서 본문에서 환자측이라 함) 의견대립이다.

특히 일부 종교광신자들의 고집불통은 미국병원에서 이따금 당하는 일이다. 연명치료를 반대하는 교황청과 기독교지도기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말기치료를 강요하는 일부 교인들의 종교적 숙명론 때문에 미국의사들이 골탕을 먹는 일이 가끔 있다.

'환자의 권리'로 해서 의사보다 환자측 주장이 우선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병원소속 신부나 목사의 도움을 청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많다.

광신자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의미한 치료를 주장하는 이유로 다음 4가지를 들고 있다.

▲기적을 바란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해서는 안된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사건건은 모두가 하나님 뜻이며,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수난은 구원의 일면이다(Arch. Int. Med. 2003년 7월 28일).

미국의학계는 이러한 '무익한 종말의료'의 문제해결에 부심하고 있으며, 텍사스주는 1999년 '치료가 무익한' 환자에 대한 DNR를 법제화 하여 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2000년 7월에 의료결정법(Healthcare Decision Law)을 공포하여, 종전의 자연사법안(Natural Death Act, 1976년 9월에 제정된 미국최초의 Living Will 법안임)을 대치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도 Medical Futility 조항이 있으며, 내용은 텍사스 법안과 유사하다.


텍사스법안과 AMA 추천

텍사스 생전의료지시법안(The Texas Advance Directives Act)은 환자의 생전의료지시(또는 생전유서)에 적힌 본인의 원하는 종말치료(DNR여부 등)를 인정하되, 의료팀이 '무익한 치료'라고 판단한 케이스에 대해서는 환자측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게끔 허용했다.

법안에서 이러한 케이스가 거쳐야 할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의학적으로 무익하다는 근거로 연명의료중단이나 DNR지시하려는 의사결정은 병원윤리회의에서 심사한다.

2. 환자측은 윤리회의에 참가할 수 있고, 윤리회의의 소견을 서면으로 얻을 수 있게 한다.

3. 만일 윤리심사에서 의료팀과 환자측간의 이견 해결에 실패했을 경우, 즉 환자측이 무익한 치료계속을 고집할 경우에는 환자를 다른 의사나 병원에 전원 하도록 노력한다.

4. 환자측 요청으로 다른 병원에 전원시는, 그 비용은 환자측 부담이다.

5. 만일 10일 이내에 전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사는 일방적으로 연명의료중단과 DNR지시를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관여한 의사는 법적(민사와 형사)처벌에서 면제특권을 부여받는다.

6. 환자측은 전원에 필요한 시일연장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전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서만 시일연장을 허가해 준다.

특히 텍사스법안은 법 내용에서도 의료인의 전문지식을 법관의 견해보다 우위에 두고, 의료인을 보호해 주는 차원 높은 법이다.

1999년 AMA 산하 윤리법제평의회(Council on Ethical and Judicial Affairs, CEJA)는 의사를 위한 종말의료교육프로젝트(Education for Physician on End-of-Life Care, EPEC) 책자를 발행한바 있으며, 12종목 프로젝트의 하나가 Medical Futility이다. 이 종목에서 CEJA가 추천한 정당한 대응방안(Due Process)의 접근단계는 텍사스법안과 별로 차이가 없으며, 최종단계에서 환자측 요구(무익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못박았다. 그런데 이 추천은 텍사스주법처럼 강제성을 띄는 법안이 아니다.


윤리위원회의 제안

연방정부 직속이며 미국 최대규모의 의료기관인 재향군인병원(VAMC)의 현재 정책은 Medical Futility환자의 DNR 여부는 전적으로 환자측 결정에 따르게끔 되어있다.

재향군인병원의사와 지도층 스태프로 구성된 연방정부기구인 국가윤리위원회(National Ethic Committee, NEC)는 최근 치료가 무익한 환자의 DNR에 관해서 윤리적 이슈를 검토한 바 있다.

그리하여 무익한 환자의 DNR 지시에 대한 의사와 환자측 의견대립을 해결하는데 있어 단계적 접근방법을 지난 12월 8일 Arch. Int. Med.에 발표했으며, 이것이 DNR와 Medical Futility에 관한 세계 최신 문헌이다. 여기에서 CPR이 무의미하다고 의사가 판단할 경우, 각 케이스별로 환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전제하에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

1. 환자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CPR을 원하는 환자측 진의를 알아야 한다(예를 들어 출타중인 가족이 올 때까지 모든 치료를 바란다는 등). 그러나 CPR로 이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나? 판단은 전적으로 의사가 할 일이다.

2. 의사는 환자측에 치료무익판단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차트에 기록한다.

3. 만일 환자측이 의사의 DNR결정에 반대한다면, 의사는 병원측(병원윤리위원회와 해당 종교실의 목사, 신부 등을 말함)과 환자측의 회의를 주선해야 한다. 이 회의에서 의견차이를 충분히 규명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이를 차트에 기록해야 한다.

4. 환자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DNR을 원할 때는, 이 케이스를 병원심사부처에 회부해야 한다. 이 회부기간 동안 CPR이 필요하게 되면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심사과정은 최소한 다음 단계를 거쳐야 한다.

a. 환자에 대한 담당의사의 치료무익 결정에 동의한다는 동료의사 의견서를 첨부한다.

b. 병원심사부처는 문제해결을 위해 환자측과 논의한 다음, 본 케이스에 대한 의견서(DNR 동의 등)를 작성해야 한다.

c. 의사는 환자측에 DNR 지시를 결정한 사실을 알리고, 환자요구를 들어주는 다른 의사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 환자가 법에 호소하거나 다른데 옮기는 수속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주며, 수속기간 동안 DNR지시를 보류한다.

d. 환자측이 반대하는 DNR지시시행은 특수한 경우 즉 위의 모든 단계를 밟은 후,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을 때에 한한다. 이럴 경우 병원장 또는 관계책임자는 병원이익을 위해 DNR지시를 승인해야 한다.

NEC는 이상과 같은 추천제안을 했으며, 의견수렴이 되는대로 곧 현행 정책에 대치하려 하고 있다. 이 제안이 연방병원에서 실시되는 날에는 장차 이 규제가 연방법으로 발전되어, 미국 전체병원에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Medical Futility와 DNR 문제에 관해 AMA추천,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법안, 그리고 연방정부의 NEC추천내용이 모두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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