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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이 '사이비의료' 온상

'사이버공간'이 '사이비의료' 온상

  • 조명덕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5.01.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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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신년특집] '사이비ㆍ불법의료' 국민건강이 흔들린다(2)

사이트인증제 등 정부지원 대책 서두를 때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정보화시대를 선도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이다. 인터넷의 보급율이나 보급속도는 감히 따라올 나라가 없을 정도다. 이같은 정보화의 물결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그 순기능 못지 않게 역기능도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삶의 질이나 건강관리 또는 웰빙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며, 각종 건강·의료 정보들이 넘쳐나는 요즘 신문·방송·잡지에도 건강코너 하나씩 마련하지 않은 매체는 거의 없다. 특히 사이버공간에 들어가면 건강·의료 관련 정보는 단연 각광받는 대상이다. 세계적으로도 건강 및 의료 정보는 포르노·증권과 더불어 네티즌들이 원하는 3대 컨텐츠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과학적인 근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이비 의료상식이 난무하고 있다.

 정보화의 혜택으로 이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헤매다 사이비 의료의 습격을 받아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허다한 실정이다. 가히 '사이버공간이 사이비의료의 온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이다.

 임신초기의 어느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철분제제를 보강하라는 '처방'을 받고 이에 따랐으나, 3개월째 부터 심한 메스꺼움과 구토 등으로 다른 사이트를 찾았다. 또 다른 사이트에서는 임신 4개월까지는 철분제제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을 빼고는 모두가 철분제제를 섭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이 여성은 철분제제 복용을 중단하자 메스꺼움이 가라 앉았다. 결국 인터넷이 병주고 약준 셈이 됐다.

 외국의 경우도 사이버 공간의 사이비 의료 폐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한 할머니가 인터넷을 통해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실의에 빠진 나머지 할아버지와 동반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으며, 미국에서는 정확한 진료없이 인터넷 정보만 믿고 철분을 너무 많이 섭취한 사람이 간기능 악화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환자와 그 가족들은 쉽게 사이비의료에 현혹된다. 단기간에 효과를 보거나 완쾌되는 것처럼 건강기구·건강식품 등을 과대 광고하는 사이트, 정보의 출처나 사이트 운영자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사이트는 일단 '사이비일 것'이라는 의심이 필요하다. 사이비가 아닌 사이트는 대부분 건강상담과 의료정보 제공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인터넷의 속성상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수준을 넘어서 진단과 처방을 제공하는 사이트는 사이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과학적인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한방이나 대체의학의 효과를 과대선전하는 사이트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빛으로 신체는 물론 정신과 영혼의 병까지 치료한다거나, 마술요법·산소요법·꿈치료법·상상요법·댄스요법 등 금시초문의, 생뚱맞기까지한 각종 '요법'들이 인터넷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게다가 '약손요법'을 주장하는 약국사이트와 불임치료를 내세우는 한방사이트까지, 일일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한편 네티즌들이 직접 찾아가는 사이트와는 또 다르게 네티즌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스팸메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치고 스팸메일에 치를 떨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팸메일의 대종을 이루는 것도 역시 대출과 음란 그리고 사이비의료다. 네티즌을 공격하는 사이비의료 스팸메일은 대부분 체중관리·피부미용 및 성기능에 관한 것이다. 심지어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 따라, 의료기관의 의뢰에 의한 경우가 아니면 '불법'인 유전자검사를 권유하는 스팸메일도 섞여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Federal Trade Commission)는 "완치됐다"는 사용자의 경험담, 경이적인 효과에 대한 주장, 들어본 적이 없는 '저명한' 의학전문가의 추천 등에 대해 무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장소나 기간의 제한을 두고 판매하는 제품 및 '눈부신 과학의 발견', '기적적인 치유', '독점 상품', '비방', '오랫동안 사용돼 온 성분'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 광고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처방전이 없어도 전문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스팸메일을 통해 약을 주문하면 오염되거나 위조된 약, 성분이 다르거나 용량이 부정확한 약을 받거나 아예 아무 것도 받지 못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국민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사이비의료로 부터 당하는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절실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 국민건강 수호의 선봉에 서있는 의사들은 이미 대부분 인식하고 있으나, 주무부서라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정보통신부 등 정부차원의 현안인식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이를 수용하는 사람 모두를 위해 사이버 의료의 기준과 책임을 명확히 할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미 의료계에서는 수년전부터 지적돼 왔다. 사이비 또는 나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와 스팸메일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면(실제로 인터넷의 속성상 모든 사이트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를 골라 인증해 주는 제도도 고려해 볼만 하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와 '세계속의 정보통신 일등국가 건설'을 표방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등은 국민들이 올바른 보건의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실현가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물론 이 과정에는 이미 사이비의료의 심각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는, 전문가집단인 의협·의학회 등 의사단체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의사단체도 사이비의료에 대한 학술적 비판의 토대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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