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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벼랑끝에 몰린 개원가

[기획]벼랑끝에 몰린 개원가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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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의료계…극한 상황 내몰리는 의사들(2)

<글 싣는 순서>
1. 자살하는 의사들
2. 벼랑끝에 몰린 개원가
3. 원인이 무엇인가?
4. 살 길 찾아나선 의사들
5. 새로운 돌파구 없나?

수입은 줄고 빚은 늘고...

올 상반기에만 4명의 의사가 죽음을 선택했다. 그 중 3명이 인생의 황금기라는 40대였다. 얼마나 처절한 상황이었으면 자살이라는 극한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잇단 죽음을 바라보는 동료의사들의 애통한 심정이 가득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소위 '보장된 삶'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의사들이 연이어 자살을 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경제적인 이유로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는게 의료계 밖의 일반적인 시각인 듯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객관적인 지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상태를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다양한 각종 통계치는 '의사 자살'이 일시적인 특이현상이 아닌, 앞으로 얼마든지 더 발생할 수 는 지속가능한 사회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편집자주>

수입은 나날이 줄어들고

요양급여비용과 기관당 진료비 수입을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이 현재 겪고 있는 경영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2003년 12월 발표한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수입 및 경영분석'을 보자. 전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총요양급여비용이 2002년 상반기에 6조6947억원에서 2003년 상반기에 7조3186억원으로 8.5% 증가했다.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에 지급된 총요양급여비용의 변동추세를 보면, 2002년 상반기에 2조9204억원에서 2003년 상반기에는 2조9559억원으로 1.20%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의 3분의1 수준이다.

의원의 기관당 진료비 수입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히 이해가 간다. 2002년 상반기에 1억3374만원에서 2003년에는 1억2745만원으로 4.9%가 감소했다.

보험청구액 변동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의원의 경영상태 변화를 알아보는데 편리한 방법이다. 병원과는 달리 의원은 보험환자 진료가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따라서 보험청구액의 변동은 개원가 수입의 증감 규모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 초 공개한 '2001~2003년도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액 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병원이 2001년부터 2003년 2년간 급여비 청구액이 각각 14.5%,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청구액은 무려 11%나 감소했다. 특히 2001년부터 2003년 12월까지 전년도 동월 대비 청구액이 늘어난 것이 다섯달에 불과할 정도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의원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심평원은 의원의 기관당 진료비 수입 감소가 의원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말해 파이 크기는 동일한데 나눠먹는 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전체 보험급여에서 의원에게 배분된 비율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논리는 허구임이 드러난다.

전체 요양급여비용 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상반기에 43.62%에서 2003년 상반기에는 40.39%로 3.23%가 감소했다. 그동안에 종합병원과 병원은 각각 16.49%→18.69%, 8.57%→8.89%로 늘어났다. 한마디로 말해 의원에게 돌아갈 몫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동네의원 평균부채 약1억원

의료기관은 다른 사업체와는 달리 경기가 안좋다고 해서 긴축운영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임대료와 인건비, 의료장비 유지보수비는 절약할래야 할 수 없는 필수 지출 항목이다. 특히 인건비는 매년 4~5% 꼬박꼬박 인상된다. 요즘에는 인테리어까지 신경써야 하니 목돈은 수시로 깨진다. 버는 돈은 날이갈 수록 적어지고, 쓰는 돈은 늘어나는 형국이다.

남서울대 보건의료개발연구소가 9월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의원들의 평균 적자액이 95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의 적자율은 2003년 5.0%에서 올해 약 17%로 경영난이 3배 이상 악화됐다. 내년도 누적적자율은 27.5%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9월 7일 발표한 우리나라 1가구당 채무가 올 3월말 현재 294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동네의원의 빚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병원 안가는 환자들

한국신용정보가 올 8월 강남구 주민 3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은행의 프라이빗뱅킹고객 2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전체의 71.5%가 평소보다 지출이 줄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지출이 이처럼 눈에 띄게 감소했는데,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왠만한 중병이 아니면 여간해선 병원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정 급하면 보건소를 찾는다.

지난 5월 서울시청 보건과에서 2만여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건소 서비스 이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들이 보건소를 이용하는 이유로 '비용이 저렴해서'가 82.6%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 것이 그 증거다. 동네의원은 우리나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폐업 행렬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과는 성형외과다.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의회 소속 회원 7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4년 상반기에만 50명이 문을 닫고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2~3년전 불어닥친 '강남 성형외과 열풍'을 타고 빚을 끌어모아 개원한 경우로 이들 중 태반은 본전은 커녕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외과의 최근 2년간 폐업율은 4.4%로 조사됐다.

성형외과 뿐만이 아니다.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등 소위 기초과목 조차 폐업 행렬을 잇고 있다. 한 병의원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2년간 폐업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산부인과와 소아과로 각각 4.5%, 4.4%를 기록했다. 내과도 4.1%로 나타났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지난해 7월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하는 경우가 전체 폐업 사유의 82%를 차지했다. 이같은 비율은 의협이 2001년도에 조사했을 당시의 32.8%에 두배가 훨씬 넘는 수치다.

지금까지 객관적인 각종 통계수치를 인용해 개원가가 처한 경제적 현실을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 동네의원을 극심한 경영난으로 몰아넣은 직접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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