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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17대 국정감사 종합평가

17대 국정감사 종합평가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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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관한 보건복지부 및 11개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의료계는 국감에 나선 17대 국회의원에게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건강보험 통합·통제 위주의 보건의료정책·저수가 저부담 보험체계 등의 산적한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 대안을 제시해 달라며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국감 성적표는 대체적으로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보건복지위는 초선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속에 의욕은 넘쳐 흘렀지만 숱한 감사경험을 쌓은 피감기관의 노련함에 휘말려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 장관은 "고려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두루뭉수리한 답변이 많아 보건복지 분야에 전문적인 경험이 없는 한계를 노출했다. 보건복지부 국감을 중심으로 17대 국회 보건복지위의 첫 성적표를 공개한다.
 
■ 의약분업 재평가 또 물타기
제250회 국회 국정감사는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실패한 국가사회주의"라는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의 맹공으로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정책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의약분업과 건강보험통합을 당론으로 정해 공세적으로 몰아갔고, 열린우리당은 수세적인 입장에서 반대 논리와 자료를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4일 보건복지부 첫 국감에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의약품 오남용이 줄어든다는 보고와 실제 늘어나고 있는 항생제 생산량과 수입량 통계를 놓고 볼 때 실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의약분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론에 복지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렇다할 반대논리를 내세우지 못했다.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재평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혼란을 들어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초선의원으로 첫 국정감사에 나선 안 의원은 "평가가 있어야 문제를 안다.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에 동의하냐?"며 추가질의까지 펼치며 끈질기게 정책평가를 요구, 김근태 장관으로부터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이해관계단체 등 여러 의견을 들어서 평가를 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21일 국감에 증인으로 나선 차흥봉 전 장관은 의약분업 전면 시행을 "잘한 일"이라며 "의약분업은 1000년 의료관행과 문화를 바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약국에서 약을 마음대로 사먹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약국에서의 불법행위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차 전 장관은 또 "임의조제나 보험재정 등 제도적 문제는 한 세대(30년)가 걸려야 바뀔 것"이라고 전망, 이를 지켜본 인사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차 전 장관은 또 의료대란에 따른 진통으로 주사제가 제외되는 등 의약분업 원칙이 많이 변질됐다고 언급, 여전히 굴절된 시각을 드러냈다.
 
■ 이념 논란에 휩싸인 국정감사
정치적으로 국가보안법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시작된 국정감사는 보건복지위원회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의 보건복지정책은 '실패한 국가사회주의'라고 규정하고 기존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해야 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은 "우리나라 보건복지정책은 국가사회주의라고 보기 어렵다"며 "보건복지정책이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현 정부의 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보여 여야간 대립 양상을 보였다.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사회보험제도 중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국민건강과 소득보장을 위해 각종 위험을 강제적인 사회보험방식에 의해 대처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민주주의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의 질병, 노령 등의 위험을 사회보험방식으로 대처하기 위한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소득재분배 실패, 의료사각지대 그대로 방치, 지나친 평등주의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념 논란은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7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공단 국정감사에서는 1심에서 진보의련 사건 유죄판결을 받은 이상이 교수(제주의대)를 건강보험연구센터 소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단이 정관을 무리하게 개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국가사업을 위해 운영되는 공기업에서 이처럼 국보법을 위반한 인물에게 연구센터 소장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상이 교수는 국정감사 이후 공단 연구센터 소장 공모에 응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공단 실사권 미련 여전히 못버려
요양기관의 과다ㆍ부당청구에 대한 현지조사권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복지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사권을 공단에 위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공단 이성재 이사장은 7일 국정감사에서 "요양기관 강제조사권을 확보하겠다", "복지부와 논의 중에 있다"며, 공단의 기능강화를 통한 조사권 확보를 꼭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도 "공단에 실사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공단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그러나 공단에 실사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몇몇 의원들과 공단 이성재 이사장에 의해 제기됐으나 복지부는 '불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복지부는 국정감사 이전 한나라당에 제출한 자료에서 "요양기관에 대한 실사권은 위법사실 발견 시 처벌을 전제로 하는 강제적인 행정조사인(정부의 공권력) 만큼 공단이 실사권을 직접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송영중 연금보험국장은 "지난해부터 실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실사를 나갈 때 심사평가원 및 공단 직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또 "실사를 강화하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실사가 법률적인 제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단이라는 민간단체에 실사권을 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 실사권 문제를 놓고 공단과 복지부가 상반된 해석을 하고 있는 시점에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행정처분권이 관련돼 있는 부분이므로 위임하는 것은 안된다"고 밝혀 복지부의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 경제자유구역 정책 유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와 외국인 자본 투자에 대해 김근태 장관은 지금까지 찬성에 무게를 실어온 복지부의 입장과는 달리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며 반대입장으로 유턴했다. 국감에서 김 장관은 "전임 장관이 내국인 진료를 전향적으로 고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외국병원에 대해서는 공공의료의 확충을 보아가면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혀 복지부가 견지해 온 기존의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김 장관은 동북아 중심병원 유치의 전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특별법인데 외국인 투자기업은 안된다는 설정은 논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의약분업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에서 주장했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정권의 사활을 건 문제로 비화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전임 장관이 재경부와 암묵적으로 합의한 채 국민에게 토론하고 보고한 적이 없다"고 화살을 전임 김화중 장관에게 돌렸다.

김 장관은 내국인 진료 허용이 영리법인으로 연결되고, 영리법인은 한국 의료의 기둥이 변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일부 국민만 외국병원에서 고급진료를 받을 경우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언급, "지나친 평등주의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김 장관의 평등주의와 형평주의적인 시각은 향후 보건의료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효율성과 자율성을 지향하는 의료계가 앞으로 상당히 험난한 길을 가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 약가재평가ㆍDUR 문제 집중 부각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약제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약가재평가를 강화하고 DUR제도(의약품사용평가)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특히 병용금기약품에 대한 의약품사용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나와 DUR 확대 실시에 반대하고 있는 의협과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8일 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진료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약가재평가제도가 활성화돼야 하고, 이를 통해 약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의 보험약 등재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보험약품수가 너무 많고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급여목록(포지티브 리스트)을 사용하게 되면 한정된 보험재정 내에서 가장 필요한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사평가원 신언항 원장은 "기존에 등재되어 있는 2만여개의 의약품에 대해 약가재평가제도를 실시하게 되면 보험등재약은 5000개로 줄어들게 돼 제약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지만 건보발위 보고서에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밝히고 있어 복지부 주요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정화원ㆍ전재희 의원은 DUR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집중 거론했는데, 두 의원은 "정부 및 심사평가원이 병용금기약품 사용 금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DUR제도 활성화에 대한 의견이 부각되자 의협은 "DUR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병용금기약품 사용이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없다"며,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약 사용 관행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혀 앞으로 제도활성화를 놓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복지부 지원금 사업 제대로 안된다
보건복지부가 산하기관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산업진흥원이 도마위에 올랐다. 연구개발비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의 지적과 함께 19일 진흥원 국감에서 현애자 민노당 의원은 "진흥원 연구과제 중 19%만이 기술전환이 이뤄졌거나 예정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투자에 비해 성공률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진흥원은 보건산업분야의 우수기술을 조사·발굴한 후, 이를 기술평가하고 산업체에 기술이전 함으로써 제품화 및 사업화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산하에 보건산업기술이전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흥원에 지원된 예산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현 의원은 "기업이 주관 또는 참여한 연구과제에 연구비를 지원해도 상당수의 연구과제가 실제 유효한 기술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초 연구과제가 아닌 실용화를 목적으로 선정하고 연구비를 지원한 과제 중 80%가 실패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21일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도 진흥원을 포함한 복지부의 안이한 지원예산 관리실태가 거론됐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연구비를 지원한 후 연구결과를 취합·평가하고 다음사업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제선정, 연구자 선정, 연구비 관리, 결과 취합, 평가, 피드백 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대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이뤄진 사업인데 무책임하게, 특히 결과에 대한 평가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개탄할 일"이라며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답했다.
 
■ 의료기관평가 '시설'에만 치중
의료기관 평가가 병원시설에 대해서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이 19일 보건산업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행 의료기관 평가 항목은 '진료 및 운영체계', '부서별 업무성과' 등 두개의 큰 부분으로 나뉘며 이를 중심으로 150개 항목으로 세분화 돼있다.

그러나 '환자의 권리와 편의'에 대한 평가를 예로들면 화장실 바닥의 건조 유무, 세면기 온수사용 가능여부, 병동화장실 변기수까지 게재토록하고 있는 등 시설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병원 매점 만족도 조사'에서는 이용이 편리한지, 필요한 상품이 구비돼 있는지, 상품가격은 적당한지 등 평가목적이 불분명한 주관적인 내용도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응급실 의료기기 수준을 평가하면서 심전도 기록지, 환자 감시장치, 초음파검사기 등 16가지 장비구비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는데, 이는 병원의 시설평가에만 치중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평가 방법의 개선책으로 유의원은 "진료과정, 진료결과 부문으로 평가틀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의 지적은 의료기관 평가가 의료의 질이 아닌 시설위주로 실시될 경우, 병원의 외형 꾸미기를 부추겨 의료기관을 '속빈 강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매우 시의적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보험료 부과체계 놓고 공방
국정감사 마지막 날까지도 건강보험 통합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직장과 지역의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구축 문제와 통합으로 재정이 절감된다는 공약은 '거짓말'이라는 근거자료가 속속 제시돼 향후 통합논란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은 "97년 김대중 대통령이 MBC TV토론에서 의보통합을 하면 1조원의 재정이 절감되고, 압구정동의 부자가 돈을 더 내게 되어 소득 재분배가 실현될 것이라고 공약했는데 이는 조언자들의 영향 때문"이라며 차 전 장관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차흥봉 전 장관은 "거짓말이 아니다. 정부 재정이 적게 든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사회계층간에 서로 도와주는 원리에 의해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곽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직장과 지역의 평등한 부과체계 구축을 위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왜 안되고 있냐?"고 몰아세웠지만 차 전 장관은 "소득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양 직역간에 부담능력에 상응하는 부담체계는 가능하다고 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부과체계에 대해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차 전 장관은 직장과 지역의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와 관련, "소득기준의 완전한 단일보험료 부과체계 개발은 시간이 걸린다.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지 소득 기준의 단일 부과체계를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건보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가 물 건너 갔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1999년 건강보험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체계를 만들겠다고 한 바 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차 전 장관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지적한 뒤 "당시 법사위에서도 위헌소지가 있다며 건보재정을 분리하라고 했는데 본회의에서 다른 법안과 함께 날치기 통과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식약청, PPA 파동 및 OTC 수퍼판매
이번 식약청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역시 PPA 파동 관련 내용이었다.
이틀간 진행된 식약청 국감에서 거의 모든 의원들은 PPA 파동에 대해 식약청·제약사 간의 유착의혹, 늑장대응 등을 지적했으며, 다른 사안에 있어서도 '제2의 PPA', 'PPA보다 더한' 같은 표현을 써서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등 PPA 파동의 영향이 지대했음을 보여줬다.

정화원 의원은 "PPA 함유 감기약 유해성 여부 연구가 PPA 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던 회사들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약사로 정보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식약청의 100mg 기준 권고 해제, 생산중단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해 제약사들은 발빠른 대응을 보였는데, 실제로 생산 중단 조치가 발표된 시점은 2004년 7월 31일이지만 제약사들은 2004년 초에 아무 이유없이 거대 품목의 생산을 중단, 2003년부터 연구 결과가 연구투자비를 댄 제약사들에게 흘러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PPA 판금이후 정부 사후관리의 허점을 지적한 의원도 있었다.
문병호 의원은 "판금 이후인 8월 한달동안 1446개 기관에서 8천여건의 PPA 관련 처방이 나왔다"며 "식약청과 복지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상호 의원도 방송위 국감에서 "2002년 1월부터 판금조치 이후인 2004년 8월까지 지상파 TV와 라디오를 통해 4천건 이상의 PPA감기약 광고가 방송됐으며 광고비 총액이 375억원에 이른다"며 "약의 오남용을 부추기는 일반의약품의 방송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화원의원은 OTC 수퍼판매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이를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작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77%의 국민이 수퍼판매를 원했고, 그 이유는 야간, 공휴일 구입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수퍼판매를 위해 의약품 재분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하고 전문의약품, 약국판매용, 약국외 판매용으로 재구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심평원 신사옥 매입 논란, 질의 뒷전
지난 8일 열린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신사옥 매입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건물주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심평원 감싸기에 적극 나서 정책국감을 해보겠다는 당초 목적이 흐려졌다.

발단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자금과 관련된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 소유주인 건물을 심평원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2, 3차 경매에 응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것은 문 회장에게 특혜를 주려 했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어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과 곽성문 의원이 "심평원이 경매를 권고한 한국감정원의 제언을 무시하고 계약을 단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조건부 계약에서 명도·건물·준공·등기 등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계약 효력을 유지시킨 것은 특혜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냐?" 고 조목조목 따졌다.

그러나 심사평가원은 "이미 두 차례의 경매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었고, 감정가 이하로 매입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 뿐 의혹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과 유시민 의원도 "16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신사옥 매입에 적극적으로 임해 매입을 서두르도록 요구한 바 있다"고 전제하고 "사옥 매입과 관련 썬앤문 문병욱 회장의 이해득실을 따져볼 때, 문 회장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없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한편, 심사평가에 관한 정책평가 사안이 산재해 있음에도 심평원 사옥 매입에 관련된 의혹 캐기와 심평원 두둔하기로 얼룩진 국정감사가 17대 국감이 당초 표명했던 '정책국감'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씁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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