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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재정절감만 목적 국민건강 뒷전

[심층기획]재정절감만 목적 국민건강 뒷전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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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위임제도 시행 4년…평가와 대안(3)

<글 싣는 순서>
1.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
2. 약사 무면허 의료행위 버젓이
3. 재정절감만 목적 국민 건강 뒷전
4. 개원가 불황(현장의 목소리)
5. 대안은 없나?

재정흑자 '의료계 희생 대가'

2000년 정부는 의료보험통합과 조제위임제도(의약분업)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면서 건강보험재정파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그로 인해 정부는 2001년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재정안정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시행 4년째를 맞이한 지금은 건강보험재정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안정적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안정종합대책은 정부에게는 흑자전환의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국민을 비롯한 의료계에는 커다란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

4조원에 이르는 보험재정 적자가 각종 규제와 고시변경으로 인해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은 한정된 보험재정 틀에서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의료 공급자들의 몫을 줄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원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각종 의료왜곡을 낳게 됐고,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질 좋은 의료서비스는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아울러 정부는 조제위임제도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수가인상 및 재정증가 현상을 의료계 파업 때문이었다며,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 돌렸고,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의사들을 고립시킴으로써 재정지출을 억제했다.

장관이 재정적자규모 축소 지시
 
보건복지부는 1999년 7월 4일 '의약분업실행위원회' 제1차 회의자료에서 조제위임제도시 의사의 처방료 및 약사의 조제료 추가 지급 등으로 의료보험재정에서 연간 약 5,5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예상했다.

복지부는 조제위임제도로 예상되는 약제비절감 약 2,000억원(외래진료 약제비 1조7,000억원의 15%)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따른 진료비 절감액 약 3,000억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의약품 유통개혁 및 건강보험 약품비 지급방식 개선을 통해 절감되는 약 7,000억원(연간 약제비 2조5,000억원의 30%)은 진료비 현실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복지부의 이러한 공식 입장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 수립 과정에서 조제위임제도 실시에 따른 재정확보 대책은 전무했으며, 그나마도 예상 적자 규모를 축소해 목전에 닥친 건강보험재정 위기를 숨겨왔다.

실제로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1999년 9월 복지부의 실무자는 조제위임제도 실시를 고려하지 않아도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적자 규모를 2000년 1조7,388억원, 2001년 2조4,967억원, 2002년 3조6,87억원, 2003년 4조8,334억원으로 추정했으나 당시 차흥봉 장관은 적자 규모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추가부담이 없을 것이라던 복지부는 2000년 6월 16일 조제위임제도 실시에 따른 보험재정 추가부담은 ▲조제위임제도 실시에 따른 비용으로 2조3,211억원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편익으로 7,784억원(약제비 감소 3,500억원 및 약국의료보험폐지 4,284억원) ▲조제위임제도 실시 순수비용으로 1조5,437억원이 예상된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의료기관과 약국의 수가인상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2000년 5월 "적자 4조원" 밝혀

이렇게 무리하게 시작된 조제위임제도는 시행 1년도 되지 않아 건강보험재정파탄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2001년 5월에 발표된 복지부의 재정안정종합대책에 따르면 2001년 재정적자규모는 4조1,978억원으로 추정됐다.이는 의료계에서 조제위임제도 시행 이전에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것으로 의료계의 주장이 타당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복지부는 5월 종합대책에서 지역보험은 1조8,045억원, 직장보험은 2조3,933억원, 적립금은 9,189억원으로 순적자는 3조2,789억원이라고 밝히면서 2006년까지 5년 내에 건강보험재정을 흑자로 전환시킬 것을 약속했다.그리고 복지부는 보험자, 의약계, 가입자, 정부 4자의 공동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월 재정안정대책 중 단기대책은 ▲진료비 심사강화 ▲급여제도의 합리적 개선 및 보완 ▲약제비 절감 ▲외래 본인부담금 조정 ▲보험료 수입증대 및 관리운영 효율화 ▲정부지원 확대 등 급여제도 개선 및 약제비 절감을 통해 1조5,769억원을 감소, 보험료 징수율 제고 및 운영효율화를 통해 5,009억원 감소, 외래 본인부담금 조정을 통해 4,229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의약분업 안정적 정착을 위해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전문 및 일반의약품 분류 일부 조정, 생동성 시험확대 및 성분명 처방유도, 처방전 반복사용, 공휴일 등의 당번 의원 및 약국 활성화를 통해 국민불편을 최소화 할 것을 밝혔다.

이외에도 의약분업 특별감시단 연중운영, 담합행위를 유형별로 구체화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기준 강화 등으로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 등 불법행위를 단속함은 물론 근본적 재정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으로 건강보험증 전자카드화, 전 요양기관 EDI 청구 확대, 의약품 유통개혁 조기 완성을 약속했다.

특히 진료비 지불방식 개선 등 비용절약적 의료이용 유도를 위해 8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실시, 총액예산제 시범사업 실시, 비용의식적인 의료이용 유도를 위한 본인부담제 개편, 의약품 실거래가 제도 개선, 신의료기술 평가제도 도입, 병원경영 투명성 제고, 재정안정후 보충적 민간의료보험 역할 확대 등을 밝혔다.

'의료계 목죄기' 노골화
 
복지부는 2001년 5월 재정안정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같은 해 10월 두번째 대책을 발표했다.이 당시 복지부는 크게 정부지원 50% 수준 확대, 진찰료와 처방료의 통합 등 급여제도 개선과 보험료 징수율 제고를 통해 재정위기를 극복할 것을 밝혔다.
정부는 우선, 약가 거품을 없애는 등 재정지출 및 수입 구조를 더욱 효율화 하고, 재정안정 기조를 조기에 실현 시킬 것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급여비 지출 추가 절감을 2,519억원(약품비 거품 제거 및 고가약 처방 억제로 2,007억원/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제도 활성화로 440억원/특수의료장비 관리 및 병상수급계획 수립으로 72억원) 예상했으며, 보험료 수입 증대를 1,209억원(지역보험료 1,134억원/피부양자 인정범위 축소로 75억원) 예상했다.이외에도 건강보험공단 경영 합리화를 통해 362억원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약품비 절감을 위해 약가 원가분석제도 도입(약가 재평가제도 도입), 특별관리품목 원가분석을 통한 약가인하 추진, 참조가격제 시범사업 시행, 실거래가상환제도 개선 추진, 약가 사후관리 강화 등을 들었다.
이외에도 요양급여 평가제도 활성화를 위해 적정성평가제도를 강화하고, 고가의료장비 관리강화를 통해 지출증가를 억제시킬 것을 밝혔다.
 
그러나 의협은 이러한 재정안정종합대책으로 인해 정부는 2004년 6월말 현재 3,978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즉, 조제위임제도에 따른 재정파탄을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있어서 의료계의 희생을 강오했기 때문이라는 것.

재정흑자는 의료계 희생 대가

의협은 2000년 8월 당시 복지부장관은 '의약분업관련 보건의료발전대책'을 통해 현행 건강보험수가는 원가의 80%수준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향후 2년에 걸쳐 100%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일련의 조치로 2000년 9월부터 2001년에 걸쳐 몇 차례의 수가인상이 있었으나 이로인한 실질적인 의료수가 인상효과는 극히 미비했다고 밝혔다.

또한 결정적으로 2001년 정부의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은 12.6%의 수가인하 효과가 있었고, 2002년 4월에는 의료보험도입 이후 처음으로 의료수가가 2.9% 인하되었다며,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협은 정부의 재정안정대책이 소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불합리하게 남발되었던 일련의 재정안정화 관련 고시를 철폐하고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권 모두를 고려한 합리적인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부담 오히려 더 늘었다
 
조제위임제도는 의료계의 희생도 강요했지만 국민들의 부담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상혁 교수(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는 '의약분업 정책 평가 및 교훈'(2004년 7월) 보고서에서 조제위임제도 실시 이후 국민들은 8,340억원~1조9,330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한 것으로 추계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제위임제도로 인한 부작용으로 의료기관 내원일수가 감소한 것과 의료이용의 불편도의 증가로 인해 조제를 포기함으로써 적시투약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 경우가 약 4,2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고 언급했다.즉, 조제위임제도는 건강보험재정파탄만 일으켰을 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말한다.

정 교수는 "조제위임제도는 3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보험진료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의 향상이나 국민의료비 절감, 의약사의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실증적, 이론적 증거자료가 거의 전무한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제위임제도의 정책 지속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정부는 조제위임제도의 시행으로 국민의료비가 대폭 절감될 것이라고 홍보했으나 보험료 및 본인부담금 및 의료보험진료비는 대폭상승했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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