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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포럼]재정절감 초점 무차별 삭감 문제

[의료정책포럼]재정절감 초점 무차별 삭감 문제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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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포럼
'약제비 부당삭감 대책과 최근 행정법원의 판결' 토론 요지

지난 6월 1일 서울행정법원은 "의료기관이 비록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 등의 행위자라 할지라도 의료기관이 아닌 약국 등 제3자가 수령한 급여비용에 대하여까지 의료기관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법률상 근거는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공단의 징수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삭감된 약제비를 의료기관에 징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판결로서, 앞으로 공단의 부당한 약제비 심사 및 삭감 환수조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때를 맞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3일 '약제비 부당삭감 대책과 최근 행정법원의 판결'을 주제로 ㄱ최한 의료정책포럼에서 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약제비를 삭감하고 의료기관에 대해 부당한수 조치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어긋난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 요지를 정리했다.<편집자주>

약제비 삭감사유 분명히 밝혀야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소비자 입장에서 의사들은 왜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 하지 못하겠다.

약제비 부당삭감에 대한 책임은 의사· 약사·소비자 중 누가 져야 하는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약가를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오늘과 같은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에서 각종 약가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았으면 한다. 또 정부는 약제비를 심사하고 삭감할 때 삭감 사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분명히 밝히지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처방전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삭감된 약제비를 책임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급여 및 급여 경계 모호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약국이 타간 약제비를 의사에게 징수할 수 없다는 판결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주제발표를 듣고 나니 매우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정부·의료계·소비자 입장을 모두 고려해 얘기를 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의료계는 과잉처방을 했다는 이유로 삭감을 당하고,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와는 반대로 정부 및 공단은 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약값의 비중이 커지다보니 이에 대한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약제비를 환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소비자는 본인부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이번 소송건을 계기로 그동안의 모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다. 문제점을 꼼꼼히 살피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소송건의 가장 큰 이슈는 비급여와 급여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인것 같다. 애매한 심사기준 때문에 급여를 비급여로 또는 비급여를 급여로 청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가 되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울 때는 급여로 청구해서 삭감을 당하느니 비급여로 청구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대부분 의사들이 그렇지 않지만 문제있는 의사들도 일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심사라는 기능을 통해 감시하는 시스템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보지만, 심사기준 적용시 청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심사보다는 표준진료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따지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

약에 대해서는 의사·약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조제위임제도를 시작할 때 의사가 처방한 것을 약사가 조제하고, 조제하는 과정에서 약사가 한번 더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약사가 감시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사·약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약제비정책 의사 처방권 침해

▲이석현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 현 약제비정책은 지나치게 비용을 억제하고, 보험재정절감에만 목적이 있고, 진찰료 삭감을 통해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있다.

우선 약제비용 억제와 관련해 정부는 실거래가상환제도 보완보다 심사기준 강화, 최저실거래가제 등을 실시하면서 근분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 등 강경책을 썼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약제비는 조제위임제도 이전 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을 넘겼다.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정책이 보험재정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심사기준 등 획일적 제한으로 인해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또 약제비산정기준과 식약청 허가사항이 불일치 하지만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진료비 삭감액 중 약제비 삭감이 3분의 1(전체의 34%정도)을 차지하고 있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세번째로 의사의 기본권인 처방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의료행위 특성상 수가기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단순히 기준을 벗어났다고 제대로 진료한 것을 무차별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의사는 진료시 상황에 따라 적절히 판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진료수가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상설심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에서는 식약청 허가사항과 심사기준을 통일시키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심사제도를 확대해 눈높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약제비 환수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법적대응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약제비 환수 법적 근거 없다

▲김선욱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의협 및 대외법률사무소의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후속 절차가 남아있는데 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앞으로 별다른 입법조치 없이는 공단이 의료기관으로부터 부당환수를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즉, 의사에게 약제비 환수를 못한다는 것이다. 약제비 환수 조치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 설사 의사가 사기 행위를 했다고 해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과 같다. 약제비 환수 이외에도 진찰료 환수 등을 동시에 해오던 관행이 있는데, 이는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실사 나온 직원이 A질환은 A약을 처방해야 하고, B질환은 B약을 처방해야지 C약을 처방한 것은 안된다며 '부당의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이다.
 
<객석 질의 및 발언>

◇박영우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인한 보험급여사유가 발생하여 가입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때에는 그 급여에 소요된 비용의 한도 내에서 그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권리를 얻는다"고 명시해 공단이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의사의 진료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발행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은 약제비 징수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종민 (천안시의사회장): 약제의 '과다처방'이란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 아무리 흔한 여드름이라도 병원에 올 정도면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이를 치료하고 보험청구하는 것이 어떻게 불법행위가 되나?

◇사승언 (세화신경정신과의원장): 요양급여기준은 말 그대로 진료행위에 대해 급여를 해 줄 수 있나 없나를 따지는 기준이다. 이것이 진료행위가 잘됐다, 잘못됐다를 판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박동진 교수 답변: 급여비용청구가 위법하다고 해서 그 진료행위가 위법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윤철수 (서울 종로구 혜진의원장): 공단이 과징금을 징수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직권남용이다. 정부도 과징금을 거뒀으면 사용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쓰고 있다. 모두 소송감이다.

정리 : 이석영기자 dekard@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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