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3일 '약제비 부당삭감 대책과 최근 행정법원의 판결'을 주제로 개최한 제11차 의료정책포럼<사진>에서 박동진 연세대 법대교수는 최근 행정법원이 의료기관에 약제비 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견을 내린것과 관련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부당이득금반환의 법리에 대해 최초로 부당성을 지적한 것으로, 적어도 약제비를 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급여비용 환수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요양기관이 부당이익을 얻었을 경우 급여비용을 징수한다고 돼 있으나, 이득과 손실의 개념에서 볼 때 처방전을 잘못 발행한 의료기관이 이득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조항은 부당이득반환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또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2항의 '부당이득에 따른 5배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5배로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법행위의 양태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신창록 의협 보험이사도 주제발표에서 "2003년도 약제비 삭감규모가 207억원으로 2001년 17억원, 2002년 162억원에 이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의협이 지속적으로 공단의 부당환수 중지 및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의료기관에 대한 약제비 환수 행위의 부당성을 명시한 판결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그러나 "약제비 부당사감의 근본적인 문제는 불합리한 심사기준, 즉 심사기준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효력이 있음에도 그 범위와 내용을 법령이 아닌 고시와 행정규칙에 일임함에 따라 국가의 행정목적 및 보험재정 등을 이유로 한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이사는 이같이 불합리한 심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 등 전문인력이 주도하는 '전문심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처방전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삭감된 약제비를 책임지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정 회장 외에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 이석현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 김선욱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가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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