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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의료계 근간 뒤흔드는 위험한 시도

[집중취재]의료계 근간 뒤흔드는 위험한 시도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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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실체를 전격 해부한다(2)

"밀실담합"
전공의·의대생 반응

한의사협회와 약사회가 약대 6년제를 밀실에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즉각적인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전국 의대생들의 대표조직인 '전국의과대학생 대표자연합(전의련)'은 22일 '전의련 대표자 회의'를 가톨릭의대에서 열어 "약대 6년제 시행 합의는 보건의료의 핵심인 의료계의 입장을 배제한 채 이뤄진 밀실담합"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24일부터 29일까지 시험과 수업을 포함한 모든 학사일정을 거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성명서를 통해 "약사의 직능과 임상약사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 없이 약대 6년제를 실시하면 보건의료체계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의료계, 한의계, 약계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토론회 개최와 의-한-약 공동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전의련이 이번 약대 6년제 강행에 맞서 즉각적인 성명서를 발표하고 24일 전국 20개 의대가 실제 수업거부에 돌입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제도강행에 대한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사태를 파악하고 미리 대처방안을 준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전의련은 밀실합의가 터져나오기 전인 5월 13일 이미 25개 의대, 8천여명의 전국의대생을 대상으로 약대 6년제 시행에 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6월 4일 84%의 의대생들의 제도시행에 대한 반대의견을 이끌어 내고 ▲임상약학의 내용공개 ▲개국약사와 병원약사의 역할에 대한 정의 ▲제도시행에 따른 비용 대책마련 ▲약대 6년제에 따른 세부 커리큘럼 공개 등의 요구안을 발표하는 등 민첩함을 보였다.

약대 6년제 밀실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23일 '약대 6년제 전격합의에 대한 대전협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발표하고 약대 6년제에 시행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대전협은 정부에 대해 "이해집단 사이를 오가며 정치적인 판단으로 약대 6년제 시행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약사회에 대해서는 "약대 6년제를 강행하기 전에 의약분업 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약사들의 불법진료에 대한 사과부터 국민에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못 믿겠다"
한의대생 반응

한의대생들은 약대 6년제 합의가 "하룻밤의 밀실야합을 통해 이뤄졌다"며 현재 진행중인 시험 거부에 더해 추가적인 시위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전한련) 측은 의과대학생들과의 연대시위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한련 중앙집행위 관계자는"현재 전의련 의장 측과 자주 전화 연락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전의련이 약대 6년제 저지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투쟁할 의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들이 정말 끝까지 약대 6년제 추진을 막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공조 투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의협과 약사회의 합의문에 통합약사를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시했는데도 투쟁하는 이유에 대해선 한 마디로 "못 믿겠다"고 답했다.

특히 "현 경기도약사회장의 선거 때 공약을 인터넷에서 본 한의대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약사회장은 지난해 말 치러진 선거에서 공약으로 "약대 6년제를 실시해 약사를 통합하면 자연스럽게 의료일원화가 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또 약사가 한약을 지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약은 귀족약이 아니며 서민들도 부담없이 싼값으로 복용해야 한다. 약사와 한의사가 가격을 경쟁해야 한약값이 싸진다"고 주장했다. 또 "의약분업 미비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대체조제를 빨리 실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약대 6년제 문제가 불거지자 전국 한의대 학생회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등 여러 사이트에는 경기도약사회장이 선거 당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선거 공약이 다시 등장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약사들은 약대 6년제의 명분으로 "더 배우고 싶다"고 내세웠으나, 약사들의 본심은 이 공약에 잘 드러나 있다"고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총력저지"
시도의사회 반응

보건복지부 및 대한약사회·대한한의사협회의 밀실야합으로 약대 6년제 시행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시도의사회는 잇달아 성명을 발표, 약대 6년제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총력저지를 다짐하는 한편 의협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기존 의료체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매우 위험한 시도로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향후 보건복지부에 대한 항의 및 의협에 대한 건의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또 서울시의사회 각구의사회 회장단은 24일 성명을 통해 "밀실야합에 의한 약대 6년제 추진으로 우리 사회의 원칙과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히고,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약대 6년제가 신약 연구보다는 임상약사로서 임의조제 등 불법 진료 행위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22일 회장단·상임이사를 비롯 대의원회 의장단 및 감사단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 약대의 6년제 도입은 의료계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것인 만큼 의료계와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결정은 무효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의협 및 부산시의사회 집행부에 대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회원에게 알리는 등 약대 6년제 저지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을 건의하기로 하는 한편 긴급시국대책회의를 조속히 개최해 빠른 시간내에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21일 인천광역시의사회·경기도의사회, 22일 충청북도의사회·경상북도의사회·전라북도의사회가 각각 성명을 통해 약대 6년제 저지 분위기의 불을 지폈다.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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