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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면허갱신사실아니다

사설,면허갱신사실아니다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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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 일각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설립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의평원을 앞세워 의사면허를 관리하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연수교육을 강화해서 의사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의협 집행부 임원들이 임기 후 자리 보전을 위해 의평원을 세웠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의평원 창립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그런데도 의평원과 관련한 의혹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 22일 의협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의사면허관리에 대한 공청회'가 일부 회원의 거센 항의로 반시간 정도 지연되는 파행을 겪었다. 이날 '의평원 해체하라'또는 '의사면허갱신제 결사반대'란 어깨띠를 두른 일부 회원은 "공청회 자체가 면허갱신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악용될 수 있다"며 물리력을 동원해 회의 진행을 저지하려고 시도했다. 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의는 진행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보건의료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사회원들은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다. 일방적인 희생과 불이익을 강요 당하기도 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느정도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의평원 설립 배경이나 의사면허갱신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혀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낭설 수준의 얘기를 갖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평원은 의학교육과 관련된 연구· 개발· 평가를 추진하고, 의학교육 전반에 관한 통합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최근 의사의 수효가 크게 많아지면서 의학교육과 평가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할 필요가 생겼다.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의평원이 설립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협이 기금을 가장 많기 출연했기에 의협 관계자에게 이사장직이 맡겨진 것 뿐이다.

의평원의 업무는 현재 의과대학 인정평가 사업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 사업의 종류와 방법이 보다 다양화 할 전망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면허관리는 의평원의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의평원이 면허를 관리한다든지, 의사면허갱신을 통해 의사회원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문제의 본질을 한참 비켜간 잘못된 주장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의평원이 앞으로 의사 연수교육에 관한 기획· 연구· 개발· 평가업무를 수행해 나갈 수는 있다. 실제 연수교육 단체나 기관 또는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 인정· 평가 등을 담당할 계획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보수교육에 관련한 업무는 의협이 의평원에 위임을 해 주어야 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평원의 기능과 역할을 둘러싼 오해가 좀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협은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의사면허갱신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의평원 역시 면허관리는 결코 의평원의 업무가 아니라며 의평원은 정부의 통제와 감독에서 벗어나 전문가인 의사의 위상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복지부의 태도도 분명하다. 정부는 그동안 의사면허갱신을 공식 얘기한 적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면허관리제도를 강행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본다면 의평원이 의사의 면허를 관리한다든가 연수교육을 강화해 의사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과 다르다. 의협 임원진의 자리 보전을 위해 의평원을 출범시켰다는 것을 더욱 사실이 아님이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의료계가 똘똘 뭉쳐 투쟁해 나가도 어려운 판에 근거없는 주장을 내세워 분열을 조장하고 불신풍조를 확산시키는 일이 반복돼서는 절대 안된다.

의사 표시는 얼마든지 할 수는 있지만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풀이식 흠집내기를 하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양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주장을 제기하는 방법과 수단 역시 정당해야 한다.

여대야소로 정국 판도가 재편된 이후 직능단체들이 살아 남기 위해 저마다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마당에 의사 사회만 유독 흩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설혹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경청할 줄 아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하더라도 때론 허물을 감쌀 줄 아는 아량도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냉정하게 주변을 되돌아 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과 의료계 나아가 국민에게 도움이 될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전혀 득이 될게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에너지를 소진시킬 여유가 의료계에는 없다. 이쯤해서 의평원을 둘러싼 소모전이 종식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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