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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0:09 (토)
[집중취재]병원내 혈액관리 총체적 점검 필요

[집중취재]병원내 혈액관리 총체적 점검 필요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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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혈액관련 표준업무지침 개발돼야


최근 대한적십자사 산하 혈액원이 헌혈 등으로 확보한 혈액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병원이나 제약회사에 유통시켜 혈액공급절차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됐다.
감염된 혈액이 부적격판정을 받으면 폐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와 혈액원은 감염된 혈액 성분을 그대로 공급해 그 피해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뒤늦게 혈액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할 것을 밝히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혈액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함은 술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종합병원의 경우 수혈 전 안전한 혈액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나 적정한 수혈이 외국의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혈액원에서 공급되는 혈액도 문제이지만 이 혈액을 수술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수혈을 받아야 할 환자의 혈액검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검사를 기준에 맞게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급 이상의 혈액 안전검사에 대한 실태 및 문제점은 무엇이고, 수혈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병원에서 혈액을 적정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종합병원 11.5% 수혈 전 안전검사 미흡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종합병원 226개, 종합전문요양기관 42개소를 대상으로 수혈 적정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종합병원의 경우 11.5%(26개기관)가 수혈전 환자에게 실시하는 ABO혈액형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심사평가원은 혈액자원은 헌혈에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공급에 한계가 있고, 타인의 혈액을 수혈함으로써 동종면역 발생이나 각종 수혈 전파성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임상의사들간에 혈액사용에 대한 판단기준에 차이가 있고, 수술시 과다한 혈액제제 준비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수혈 또는 폐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혈액자원의 낭비를 우려했다.

평가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는 수혈 후 용혈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혈전 환자에게 ABO혈액형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혈구형과 혈청형 검사를 동시에 실시해 일치여부를 확인하고 정확한 판독을 해야 하는데 종합병원의 경우 11.5%가 한 가지 방법만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한 가지 검사만 사용할 경우 혈액형 판정이 부정확해 부적합한 혈액을 수혈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수혈적정사용 못해 혈액자원 낭비 우려

심사평가원은 종합전문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혈액제제별로 요양기관간의 수혈량의 차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혈장제제와 혈소판제제의 사용이 기관간에 큰 차이를 보여 혈장제제는 약 9배, 혈소판제제는 약 11배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평가결과에서는 혈액제제별 청구량은 적혈구제제가 43%로 가장 많고 혈소판제제가 35.5%, 혈장제제가 18.2% 순으로 많다고 밝혔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가 55.5%, 외과가 12.2%, 정형외과가 7.6% 순으로 청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병명은 림프, 조혈 및 관련조직의 악성 신생물로 전체 청구량의 16.4%, 2위는 소화기관의 악성신생물로 전체청구량의 15.3%를 차지해 두개 질환의 수혈량을 합하면 전체 청구량의 1/3에 해당한다.

그러나 심사평가원은 종합병원마다 각종 질환에 따른 치료의 특수성은 있지만 혈액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편차가 심해 과다하게 사용하는 혈액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혈학회 수혈가이드라인 외국에 비해 느슨

심사평가원은 42개 종합전문요양기관에서 수혈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꼭 필요한 수혈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재 수혈수준이 어느정도 적정한지를 조사한 결과 대한수혈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는 어느정도 만족하고 있으나, 미국, 일본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29%~5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수혈학회 한규섭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만큼 처음부터 선진국의 기준을 바로 적용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완화된 기준을 채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초기 도입 시 의료진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국제적 기준에 합당한 선에서는 과도한 제한을 피하도록 노력했다"며, 수정 및 보완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을 밝혔다.

심사평가원은 수혈가이드라인에 적합한 수혈건의 비율로 낸 적정 수혈률은 대한수혈학회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적혈구제제 81.1%, 신선동결혈장 81.9%, 혈소판제제 97.8% 이었으나 미국 및 일본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모든 혈액제제의 적정 수혈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원은 수혈학회의 가이드라인은 임상의사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나라의 현실적 수혈행태나 특성을 반영함에 따라 외국의 예보다 광범위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적혈구제제와 신선동결혈장의 경우 전체수혈의 약 18%는 가이드라인에 부적합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와 수혈의 적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추후 보완작업이 필요한 것은 물론 수혈전 검사가 미흡하거나 수혈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관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혈위원회 형식적 운영 이제 그만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BO혈액형검사의 경우 혈구형 및 혈청형 검사를 동시에 실시해야 하고, Rh혈액형검사도 weak D 형 검사를 실시해야하는 것은 물론 비예기항체 선별검사 및 교차시험도 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검사들은 병원별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기준대로 시행하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정도관리를 하거나 수혈위원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평가해야 하는데, 평가대상 병원 중 215개 기관(80.2%)이 외부 정도관리를 실시하면서 문서화된 내부정도관리 지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17개 기관(종합병원)은 내부정도관리 기준만 구비하고 있고, 18개 기관(종합병원)에서는 외부 정도관리를 실시하지 않으면서 문서화된 내부정도관리 지침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수혈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기관은 145개 기관(54.1%)으로 2002년에 수혈위원회를 한번이라도 개최한 기관은 118개(81.4%)기관이었고, 이 기관들의 대다수가 연 1회~2회(1회 38.6%, 2회 26.2%)정도의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회의를 하지 않은 기관도 18.6%인 27개 기관으로 나타나 수혈위원회의 활동이 형식적이거나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한규섭 이사장은 "수혈위원회는 최소한 4회~5회 개최되는 것이 적정하다"며, 대게의 경우 이러한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혈부작용 관리하는 기관은 78.7%
 
심사평가원은 기록 등을 통해 수혈부작용을 관리하고 있는 기관은 211개 기관(78.7%)으로 동 기관 중 수혈부작용 발생이 1건 이상 기록된 기관은 71개 기관(33.6%)이며, 2002년 부작용 발생건수는 총 3,859건으로 수혈부작용 관리를 하고 있는 기관당 평균 18.3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혈부작용 유형 중 발열성, 비용혈성 부작용이 전체의 84.3%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알러지성 수혈부작용이 7.3%였다고 밝혔다.
결국, 78.7%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은 수혈부작용이 발생해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병원별 개선노력이 요구된다.

병협, 인력수급 및 수가보전 미흡 주장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 결과에 대해 병원계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특히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병원계는 혈액관리 및 그 사용의 문제가 발생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현황에 대한 조사로만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법제이사는 "진단검사의학과는 2004년 레지던트 모집결과 정원에 크기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혈 받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혈액검체에 대해서는 ABO, Rh혈액형 검사, 비예기항체검사, 교차적합시험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비예기항체 선별검사가 양성이거나 시행되지 않은 경우 항글로불린검사를 실시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데, 교차시험이 실온 식염수법, 알부민법, 항 글로불린법의 3단계로 실시됨에도 이와는 상관없이 수가는 단일화 되어 있다"며, 단계별 수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상근 법제이사는 "혈액은 특별히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수가산정지침에는 '혈액관리료', '수혈간호관리료'에 대한 비용이 기본진료료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병원에서는 실제 수술하는데 있어서 혈액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고려해 혈액량을 준비하는데, 혈액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 시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 있는 부분은 제도적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정부.학회.심평원 공동 노력 필요

심사평가원은 수혈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 수혈 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혈액을 찾아서 수혈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혈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검사가 실시되고 혈액제제의 보존 및 공급 등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요양기관 내부 혈액관련 표준 업무지침의 개발 및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임상에서 혈액사용을 보다 적절하게 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 자체 수혈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대량수혈, 불필요한 수혈제한 등 수혈 제반사항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수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는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진전된 수혈가이드라인의 개발 및 임상적용 방안 등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많은 의료기관에서 이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혈액사용의 적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수혈의 적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의료계를 비롯해 관련학회, 정부 및 심사평가원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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