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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행정명령 쏟아내는 정부…법조계 "기본권 침해"

사전 행정명령 쏟아내는 정부…법조계 "기본권 침해"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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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 변호사들 "국민 기본권 침해하는 겁박용 조치" 비판
의협, 보건복지부 집단행동(교사) 금지 행정명령 반송 예정 

정부가 일어나지도 않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경계하며 의료법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미리 잇따라 발동하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발표 당일인 6일에는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다음날인 7일에는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조계는 보건복지부의 사전적인 행정처분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로 의사들을 '겁박'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의 명령 문서가 도착하면 반송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오후 5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협 집행부 등에 대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오후 5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협 집행부 등에 대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한 후 즉각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협 집행부 등에 대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는 집행부 총사퇴를 발표하며 즉각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는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행동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정부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우려'해 사전 행정처분을 내린 셈이다. 실제로 일부 시도의사회장 및 대의원은 보건복지부가 보낸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서를 속속 받아들고 있다.

7일에는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수련병원별로 전공의들이 단체행동 투표를 하면서 투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의심한 조치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보건복지부 행정명령은 의료법 59조에 근거하고 있다. 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조계는 이 같은 정부의 행태는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의료전문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겠다는 것 그 자체는 최후의 저항권을 표시하는 것인데 우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에 근거해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겁박용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도 일종의 저항권 내지는 의사의 표시인데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라며 "의사들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겠다고 표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행정명령에 따라 행정적 또는 형사적 불이익이 직접적으로 가해진다면 충분히 다퉈볼 수 있다"고 밝혔다.

<span class='searchWord'>의료법</span> 59조 지도와 명령 조항 ⓒ의협신문
의료법 59조 지도와 명령 조항 ⓒ의협신문

의사들의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규정짓고 있는 정부의 시선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의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6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한 말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노동자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만 개원의 등에게는 이런 권한이 없다는 것.

조 변호사는 "법을 위반했을 때 불법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집단행동 자체가 위법하다는 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라며 "헌법에서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일종의 헌법상 기본권이다. 이를 불법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도 "정부가 한마디 하면 무게감이 있어야 하고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라며 "공무원도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만 제한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인데 공무원도 아니고 의사들의 노동 3권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집행부를 대상으로 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행정명령서가 도착하면 그대로 반송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근거로 삼고 있는 의료법 59조 1항에 따르면 의협은 행정명령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전 이사는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 대상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인데 의협은 의료인도 의료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명령서를 받을 이유가 없다"라며 "정부의 입장을 100% 이해한다고 해도 협회를 상대로 집단행동을 교사하지 말라고 경고성으로 보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행정행위에 아무리 적법성이 추정돼도 최소한의 법 해석 안에 있어야 하는데 이번 조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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