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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울 이송에 의료계 폭발한 '진짜' 이유?

부산→서울 이송에 의료계 폭발한 '진짜' 이유?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0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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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의학적 판단은 정치와 별개인데…응급상황에 전문가 판단 짓밟아"
공정 붕괴에 의사도 국민도 분개, 환자 전원 요구에 응급실은 '이중고'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의사로서, 사람으로서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렸다."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료진의 만류에도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되자 의료계 곳곳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례적으로 격한 의료계의 분노를 응급의료체계 위반이나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또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의사제 기습 상정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일선 응급의학 의사들의 대답은 보다 내밀한 이유였다. 

'잘하는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정청래 의원의 발언과, 4일 서울대병원 브리핑 중 '부산대병원의 여력 부족으로 전원했다'는 뉘앙스에 부산광역시의사회가 발끈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경남, 광주, 강원, 서울, 울산, 충남, 인천, 대구, 경북, 성남 등 각 시도의사회와 미래의료포럼, 전국의사총연합까지 의료계 곳곳에서 연달아 성명을 냈다.

응급의학 의사들은 이번 사건이 의사로서 정체성을 침탈한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환자와 의사 관계의 근본은 신뢰인데, 그 근본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많은 의사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의 의학적 결정은 절대적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비춰져 의사들의 깊은 분노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격당한 정치인 본인이 이렇게 비난받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고, 이 정도로 빠르게 성명이 나오고 현장에서 크게 공분하는 것도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응급의학과 A 전문의는 "지역의료를 지키는 의사들이 특히 공분하고 있다"며 "의사라면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가로서 자존심이 있다. 지역의료를 무시한 것으로도 모자라 전문가의 전문성을 짓밟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부적절한 의사'가 아닌 거의 모든 응급의학의사들이 한목소리로 부적절한 전원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며 "응급의료체계와 권역외상센터는 혈세로 구축했는데 이를 어긴 것도 문제지만, 이송 중 위중한 상태에 이르렀으면 어쩔뻔했느냐"고 말했다.

"의학적 판단은 정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골수 지지자인 의사들도 헬기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부적절한 전원이라 말한다"고도 덧붙였다.

공정과 공평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분노를 가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상 병원 간 병원 전원은 119가 아닌 환자 본인 부담의 사설구급차 등을 통해야 한다. 상당한 비용을 부담한다 해도, 자병원의 환자들만으로도 빠듯한 빅5 병원에 자의로 전원하기는 힘들다.

응급의학과 B 전문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119도 부를 수 없고 전원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데, 서열 높은 정치인이 119는 물론 소방 헬기와 도로 통제까지 총동원돼 가는 모습을 온 국민이 봤다"며 "공정과 공평에 대한 사람의 내재적인 부분을 건드렸기에 국민도 의사도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 전문의도 "설령 부산대병원이 교수 출장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정해도 부산의 근거리 병원을 알아보고, 그래도 없다면 대구권역을 알아본 후에야 서울 헬기 전원을 결정하는 것이 현 응급의료체계"라며 "부산대병원에서 급한 수술을 하고 연고지인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면 그 누가 뭐라 했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재명 대표가 이송된 후 119를 통한 수도권 병원 전원을 요구하는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응급의료 현장의 고충과 분노를 부채질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연고지 병원으로 전원해달라 하는 것은 응급실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며 "해당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음에도 환자나 보호자가 수도권이나 대도시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면 무시할 수 없다. 전원 가능한 수도권 병원을 알아보느라 밤새 전화를 돌리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어 "119로 전원을 요구하는 환자가 곳곳에서 확실히 늘었다. 현행법상 불가함을 설명해야 하는 응급의료진의 업무가 늘어난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해져 환자들의 분노지수가 이전보다 높아졌고, 응급실 현장에선 그 분노마저 다 받아내야 한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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