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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의사가 바라는 의협은? 정책 리딩vs투쟁 선도

신년특집 의사가 바라는 의협은? 정책 리딩vs투쟁 선도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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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설문조사, 65%가 온건 의견…강경 투쟁 노선은 30%
의약분업 중심 있던 5060 세대 "투쟁보다 거버넌스 구축 먼저"

강한 투쟁이냐 온건한 협상이냐.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 '대한의사협회'의 방향성을 큰 틀에서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극단적인 두 단어가 바로 투쟁과 협상이다. 물론 함께 '병행'이 필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다만, 의료계 주요 현안에서 이 두 단어는 대척점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 단어는 3년마다 돌아오는 의협 회장 선거에서도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의협신문]은 투쟁과 협상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보다 구체화해 의협의 역할을 정리, 의사 회원에게 물었다. 지난달 21~26일  'DOCTORSNEWS' 설문조사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312명의 의사가 응답했다.

▲투쟁까지 불사하며 회원 권익을 '적극' 수호하는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 ▲다양한 의료계 이슈를 논의하고 주도하는 의료계 거버넌스 ▲면허신고 등 대회원서비스를 주로 맡는 사단법인 ▲의료봉사 단체와 같은 재해구호 및 대국민 봉사 주력 중 선택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맡아야 할 바람직한 역할은? ⓒ의협신문
이번 조사는 [의협신문] 설문조사 시스템인 '닥터서베이'를 통해 12월 21일부터∼26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에는 312명의 의사들이 응답했으며 신뢰도는 97.2%, 표준편차는 ±0.8이다. [그래픽=윤세호 기자/자료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모두 의협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긴 하지만 응답자 10명 중 6명꼴인 64.7%는 다양한 의료계 이슈를 논의하고 주도하는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투쟁까지 불사하는 단체라는 강성 의견은 그 절반 수준인 30.1%에 머물렀다. 대회원 서비스 및 대국민 봉사 주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6%에 그쳤다.

대다수가 의협의 역할이 의료 현안을 아우르는 온건한 체계 구성을 바라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연령에 따라, 지역에 따라서는 작은 특징들이 보였다.

나이따라, 지역따라 나눠지는 시각차는?

투쟁까지 불사할 정도로 회원 권익을 적극 수호하는 강력한 집단을 바란다는 의견은 비교적 젊은 세대로 분류되는 2040과 60대 이상 나이에서 차이를 보였다. 다르게 표현하면 2000년 의약분업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투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온도차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로 정리할 수 있는 의약분업을 본격 추진했고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은 거리에까지 나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의약분업 시행을 한 달 앞두고는 당시 젊은의사 전공의는 물론 개원의와 봉직의, 의대생까지 단체행동을 펼쳤다. 폐업을 결의하고 의료를 멈춘 것. 이때부터 의료계는 '투쟁'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령별로 본 투쟁VS거버넌스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자료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의약분업 투쟁 후 약 23년여가 지난 현재, 당시 투쟁을 겪었던 의사들은 50대와 60대 이상이 됐다. 투쟁을 경험해 봤던 탓일까. 이들은 투쟁도 불사하는 노조와 같은 단체가 의협의 역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0~40대 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17.5%만이 강경 수단을 사용하는 게 의협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39세 이하와 40대에서는 각각 40%, 33.8%가 투쟁을 불사하는 단체를 바란다고 했다. 전체 결과인 30.1% 보다도 눈에 띄게 높은 숫자다. 물론 이들은 또 다른 투쟁의 경험자이기도 하다. 2020년 의대정원 확대 등의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했던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의협이 의료계 이슈를 주도하는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률을 보면 2040 세대가 전체 64.7% 보다 더 낮게 응답했다. 39세 이하에서는 57.1%, 40대는 59.5%가 의료계 이슈를 논의, 주도하는 역할을 원한다고 했다. 

지역별로 본 투쟁VS거버넌스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자료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강경과 온건을 대하는 시선 차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도 나타났다. 서울·인천·경기로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 의사들은 비수도권 의사들보다 상대적으로 '투쟁'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관없이 60%가 훌쩍 넘는 의사들이 의료계 거버넌스 역할을 바라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 의사들은 응답자의 32.6%가 투쟁까지 불사하는 단체를 원했다면 비수도권 의사들은 26.6%가 투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의사의 연령대가 비교적 젊다는 데에서 오는 결과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현재 의료계 분위기가 설문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최근 현안이 의대정원 증원인데 구체적인 증원 숫자가 쏟아지고 있고, 정부 역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특히 젊은의사에게는 위기감을 충분히 줄 수 있다. 이 같은 심리가 강한 투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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