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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숫자' 발표에 수요조사 참여한 의대도 '심기불편'

'단순 숫자' 발표에 수요조사 참여한 의대도 '심기불편'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3.11.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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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100명 넘는 수도권 일부 대학은 확대 이유 없다" 지적도
26일 의협 대표자 연석회의 관심집중...의료계 '강경 투쟁' 가나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의 정원 확대 '단순'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직접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의과대학 조차도 정부의 행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요조사 결과를 곧 의대정원 확대의 바로미터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의대정원과는 별도로 지역·필수의료 영역에 의사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중기·장기 정책이 반드시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확대 문제와 함께 언급하는 '패키지'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주 발표를 예고했다 돌연 4시간 만에 발표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면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전국 40개 의대는 모두 '증원' 의견을 냈고 이들이 수용 가능하다고 한 의대정원은 최대 3953명에 이르렀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단서가 붙었다. 40개 의대는 당장 2025학년도에는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까지 증원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현재 갖고 있는 역량만으로도 충분히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결과다.

정부가 단순 숫자만 발표하자 실제 수요조사에 나선 의대에서도 의사수만 늘리는 정책은 경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보직자는 "우리 대학도 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 의대 정원을 이 기회에 많이 확대하려는 의견과 교육 여건을 고려한 확대 의견이 팽팽했다"라며 "학생들에게 더 좋은 조건에서 교육을 하려면 투자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가 지역의료인데 정원이 이미 100명이 훌쩍 넘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대학은 정원을 확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정원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를 먼저해야 하는 의대도 있다"고 귀띔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40대 의대의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전국 40대 의대의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대학과 의대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것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 브리핑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수요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몇몇 대학에서는 수요조사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표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라도 지역의사회 임원도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의대보다는 대학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대학 총장까지 개입해 못 먹어도 더 많이 써서 보내야 불이익이 적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순 수요조사만으로 의대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발표를 하는 것은 반대하는 의사를 고립시키려는 불순한 여론몰이의 연장"이라고 꼬집었다.

의학교육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병두 인제대 의약부총장은 정원 확대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필수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더불어 지방 의대는 학생들이 해당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지역인재 전형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병두 의약부총장은 "의사정원은 장기에 해당하는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비롯해 중장기 해결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라며 "단기, 중기 문제를 같이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리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고, 아무 의미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의대는 학생들이 그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지역인재 전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법적으로는 40%까지 의무화하고 있는데 그 비율을 더 확대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일본의 지역의사제도가 일각에서는 실패했다고 하는데 잘 자리 잡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22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중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의협 협상단은 정부가 의정간 신뢰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의협신문
22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중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의협 협상단은 정부가 의정간 신뢰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직접 수요조사에 참여한 의대 조차도 단순 숫자 발표에 경계 목소리를 내는데 더해 의료계도 단순 숫자만 발표하는 정부의 행태가 '여론몰이'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각 진료과의사회 및 지역의사회에서 반대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 22일 예정됐던 의료현안협의체도 파행으로 끝났다. 

26일에는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앞으로 의료계 대응 방향을 논의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투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

2기 의료현안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양동호 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 때문에 의료계는 격앙된 분위기"라며 "26일 전국의사대표자 회의에서 앞으로의 대응 방향, 협상단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최후수단을 동반한 강경투쟁도 고려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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