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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대 짓고 지역전형 늘려도, ‘그 의사’ 결국 떠난다"

"지방의대 짓고 지역전형 늘려도, ‘그 의사’ 결국 떠난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11.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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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치의대 '미달' 결말...지역인재전형도 “들어올때 나갈때 달라“
지역사회 기반 교육확대 ‘대안’... 공보의 수련-의대생 공공실습 주목

ⓒ의협신문
강석훈 강원의대 교수(의학교육교실)가 1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2023 Annual Meeting에서 공중보건의사 수련을 지역의료 확충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지역 필수의료인력 확보 대책으로 지역의대 신설·증원이나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논의되지만, 의학교육계에서는 이미 실패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실정에 맞는 지역의료 해법으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련제도 도입 등이 제안됐다.

1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2023 Annual Meeting에 자리한 의학교육계 인사들은 수십년 동안 사문화된 공중보건의사 수련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지역 정원을 활용하는 방안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KAMC 의사인력양성정책특별위원장이기도 한 최연호 성균관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학교실)는 일본의 자치의과대학(자치의대) 설립과 지역정원제를 일례로 들었다.

일본은 1972년부터 각 지방정부에서 의대를 설립하고 졸업 후 지역 내에서 9년간 의무복무토록 했는데, 자치의대는 타 의대보다 비교적 합격이 쉽고 장학금 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지역정원제 장학금 지급 전형은 2018년 기준 충족률 76%로 미달에 이르렀다. 

최연호 교수는 "국민 인식이 자치의대를 2급으로 여겨 신뢰도가 낮아졌고, 현재에 이르러 청년들이 의무복무규정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지역정원제로 의사가 된 이들도 미용 분야를 하고싶다거나 도시(도쿄)로 가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장학금을 반환하고 이탈했으며, 이탈률은 지속 증가했다. 의료정책연구원도 이를 두고 "의사 인력이 증가했음에도 의료취약지에 지원하기보다는 도시에 더욱 집중돼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고 평한 바 있다. 

ⓒ의협신문
일본 자치의대 지역정원 전형(장학금 지급) 이탈률 추이. 이탈인원 비율이 지속 증가세다. [그래프=후생노동성] ⓒ의협신문

한국의 지역인재 전형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연호 교수는 "지역인재전형  학생을 대상으로 4년간 지역의료 캠프들을 운영해 온 교수들의 말에 따르면, 학생들은 자신이 무슨 전형으로 들어왔는지조차 이미 잊었다고 한다. 의대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마음은 달라진다"고 전했다. 

지역출신학생의 비율이 50%를 넘겼음에도 정주여건 등의 문제로 의사를 포함한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서울과 도시로 향한다는 점도 짚었다. 

최연호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역사회 기반 임상실습 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졸업 전에 학생들을 지역사회 일차의료에 최대한 노출시켜 지역의료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 KAMC가 지역사회 의학 임상실습 지침서를 개발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공중보건의 대상 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으나,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교육수련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대를 졸업한 일부 공보의만이라도 가정의학과 등 수련을 받는다면 지역의료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공보의에게는 1년의 범위에서 전공의 수련이 허가되나, 이 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복무 중 수련이 아무런 메리트가 되지 않는데, 이 부분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석훈 강원의대 교수(의학교육교실)는 "공중보건의사는 엄연히 면허를 딴 의사다. 전공의 지원미달로 병원 교수진마저 붕괴 위험인 상황에서, 공보의에게 적절한 교육만 있다면 지역 필수의료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보의의 노인 복합질병에 대한 임상경험치를 향상시킴으로써 환자안전도 함께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석훈 교수는 현행법상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예방의학과와 직업환경의학과로 한정된 수련가능 과목을 가정의학과 등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모델로는 ▲1년차에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신경과·응급 입원환자 중심 주치의 근무 ▲2년차에 안과·피부과·이비인후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 외래 중심 파견 근무 ▲3년차에 보건지소·보건소·지역의료원·권역응급센터 순환근무 로드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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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서지현 경상국립의대 교수가 '공공·지역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생의 소도시·농촌지역 공공병원 임상실습프로그램'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같은 맥락으로 학생들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수련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대형병원과는 달리 지역사회의 고령 만성질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넓은 범위의 진료를 경험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도 호평이었다는 것이다.

서지현 경상국립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는 '공공·지역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생의 소도시·농촌지역 공공병원 임상실습프로그램' 과제 경과를 소개했다. 

학생 30명이 마산의료원에서 40주간 실습했는데, 실습 이후 학생들의 공공병원 또는 소도시·농어촌 지역 근무 의향이 증가했다. 특히 정성평가에서 많은 학생들이 지역사회 만성질환 관리와 소외계층 진료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어에서도 "우리 학교 학생들도 실습보내고 싶다"거나 "일부 신청학생이 아닌 모든 학생의 커리큘럼으로 편입됐으면 한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법제화를 통해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모았다. 해당 사업은 통영적십자병원에서 2차로 시행된다.

이날 이종태 KAMC 정책연구소장(인제의대 교수)은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학생들을 배출하기 위해 지역사회 활동을 같이 해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학교육계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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