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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 붕괴 해결책 '수가 현실화'·'의료사고 법적 보호' 제안

분만실 붕괴 해결책 '수가 현실화'·'의료사고 법적 보호' 제안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10.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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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22일 추계학술대회 "'낙수 의사' 반대"
필수의료 붕괴 원인 "원가 이하 낮은 수가·의료사고 위험 부담"
조건 없는 산부인과의사회 '통합' 제안…선거 후 두 의사회 해체·청산

김재유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22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산과 진료 붕괴 원인으로 원가 이하의 낮은 분만 수가와 의료사고 위험 부담 등을 꼽았다. [사진=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의협신문
김재유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22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산과 진료 붕괴 원인으로 원가 이하의 낮은 분만 수가와 의료사고 위험 부담 등을 꼽았다. [사진=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의협신문

필수의료 중 하나인 산과 진료가 붕괴하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2012년 48만 5천명에 달하던 출생아 수가 2022년 24만 9천 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04년 259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60%가 줄었다. 

출생아수가 줄면서 10년 전인 2012년 739곳에 달하던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470곳(2022년 말 기준)으로 36.4%(269곳) 감소했다. 전국 226곳 지방자치단체 중 50곳은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실이 없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2012년 5322명에서 2022년 말 현재 6009명으로 687명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전문과목을 표방한 산부인과 의원은 1457곳에서 1322곳으로 135곳이 줄었다. 

같은 기간 전문과목 미표시 전문의는 5139명에 6277명으로 1138명이 증가했다. 전문의 간판을 내리고 피부·미용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의미다. 

김재유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22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산과 진료 붕괴 원인으로 원가 이하의 낮은 분만 수가와 의료사고 위험 부담 등을 꼽았다. 

분만 수가는 일본의 1/3, 미국의 1/10에 불과하다. 인건비·임대료·재료대·물가 등 비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수가 인상률이 1∼2%대에 묶이면서 산과 원가보존율은 64.5%에서 52.9%까지 떨어졌다. 분만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저수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만사고 위험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를 살펴보면 평균 출산연령은 2002년 29.5세에서 2022년 33.5세로 늘어나면서 분만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김재유 회장은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2명의 의사가 의료과실에 의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다"면서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돼 1심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의료인은 354명이고, 이중 67.5%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산부인과 4년 차 전공의 82명과 전임의 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7%가 '전문의 취득 및 전임의 수련 이후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답한 이유로 79%의 응답자가 '분만 관련 의료사고 우려 및 발생에 대한 걱정 때문'을 꼽았다. 
김 회장은 "분만 의사는 밤낮 병원에 묶여 있어야 하고, 안전을 위해 구비해야 할 인력과 시설이 막대하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분만실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힘들더라도 보람과 보상을 느낄 수 있도록 분만수가를 인상하고, 분만실 운영과 관련한 규제와 분만 관련 상급병실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만사고 손해배상 금액이 10억원대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 3000만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김 회장은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을  10억원으로 대폭 상향 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에 들어가는 15조원 중 0.1%만 써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공제 가입 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속된다면 필수의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분만사고 시 의료진과 환자 간의 갈등을 제거하고, 민형사상 재판 시 판결 표준화를 통해 사법리스크를 줄여야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 현장 복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16차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학술대회에는 800여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의협신문
제16차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학술대회에는 800여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의협신문

9월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해서도 환자와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하고, 신뢰 관계 유지를 훼손하며, 수술 시 집중력 저하와 방어진료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짚었다.

김동석 명예회장은 "수술실 CCTV는 젊은 의사들의 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지원 의지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의사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의료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환자 단체 등과 함께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대책과 관련해 "의사는 부족한 게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과목에 의사들이 쏠려 있는 게 문제"라면서 "의사인력 공급 과잉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 및 의료 서비스의 왜곡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단계적 감축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에 불가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인구가 감소 추세로 전환해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인 점, 의사인력은 최근 10년 만에 31.5% 증가한 점,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평균보다 2.5배 높을 정도로 의료접근성이 높은 점, 의사인력 공급 과잉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국민 부담 증가, 의료 서비스 왜곡 등 부작용 등을 들었다.

의사 총량이 늘어나면, 적은 비중이라도 필수과 의사가 증가할 것이라는 '낙수 효과'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상윤 기획이사는 "의료사고가 많고, 분만을 하면 할수록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저수가와 밤낮 병원에 묶여 살아야 하는 산부인과를 지원하겠냐"면서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도 늘 소송 부담에 시달리고, 근무 환경마저 좋지 않은 필수의료과목을 선택하는 의사는 결국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사고 법적 보호 부재를 해결해 기존의 면허 취득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 분만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앞으로 배출될 의료인력이 산부인과를 전공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오상윤 기획이사는 "의사 수 증원에 따라 강제로 필수의료를 전공하게 하기보다, 산부인과를 스스로 지원하여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게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임원들은 "정부가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 증원 강행 시 의협과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편,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지난 15일 제5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와 통합 추진을 위한 TFT를 구성하고 구체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적극 환영한다"며 실천적인 통합 선거 절차를 제안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환경 악화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힘든 상황에서 하나로 뭉쳐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조건 없이 양측 의사회에 가입되어 있는 모든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줄 것 ▲선거로 통합 산부인과의사회장을 선출하고, 선거 후 양측 의사회는 해체와 청산하는 법적 합의문을 공증할 것 ▲선거관리는 대한의사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합의하여 주관하도록 할 것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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