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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의대 정원 증원 논란에 부쳐

의대 정원 증원 논란에 부쳐

  • 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미래의료포럼 발기인)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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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미래의료포럼 발기인 /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미래의료포럼 발기인 /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필자는 지금 의대정원 증원으로 의사가 배출될 때 쯤에는 무덤에 있거나 살아 있으면 신기한 늙은 의사이니 이 글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의사가 부족 하다면 늘려야 한다. 나는 반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 하다.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사 수의 부족과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필수의료는 의대 입학 정원이 적어서가 아니라 이대목동병원 교수를 구속시키면서 죽였다. 의료수가로 한 번, 구속으로 한 번해서 결과적으로 두 번 죽인 것이다.

의대정원을 늘리면 의사야 늘겠지만 필수의료 의사 인력이 늘 것이라는 기대는 어려운 얘기다. 의대정원이 휠씬 적은 30년 전에도 내과, 소아청소년과는 서로 할려고 했지 필수의료 진료과는 지금처럼 기피하지는 않았다.

필수의료가 살려면 필수의료가 돈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고의가 아닌 선의로 행한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져야 산다. 동물병원 수술비보다 싼 의료수가를 산정해 놓고 수술 할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서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리는데, 지방의대, 지방의료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필수의료라는 개념도 없었던 2001년만 해도 대한민국 의사 수는 7만 5000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필수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2023년 대한민국 의사 수는 14만명을 넘어가고 있다. 의사 수는 두 배가 됐지만 국민들은 20년 전에도 하지 않았던 필수의료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OECD평균보다 의사 수 적다고? 맞는 말이다.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OECD에서 꼴찌에 가깝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지만 병원 접근도, 당일 전문의 진료 가능 한 것도 의사의 근무량이 많아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의사 당 환자를 가장 많이 본다.

지금 의료수가로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외과, 흉부심장혈관외과 지원자가 늘어날 거 같은가? 오지에 산부인과 분만실이 생길 것 같은가?

필수의료가 붕괴한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수가가 원인이 되는 경우다. 우리나라 의료수가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48 정도로 OECD 국가의 평균인 72에도 훨씬 못 미친다. 2017년 기준 자연분만 수가는 미국이 1만 1200달러이고 한국은 1040달러에 불과하다.

둘째,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사고나 분쟁으로 인한 민·형사상의 부담이 크다. 최근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악의적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료인을 법정구속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책임보험, 조정·중재, 합의,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 비형사적 구제 방법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중환자나 응급의료 분야 대신 미용·피부·도수치료와 같은 소송 위험이 적은 분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셋째,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역학적 변화에 따른 의사 인력 수급의 불균형도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견되고 있었음에도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분야의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미흡했다.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필수분야 의사의 배치나 전체 전공의 인력 수급 계획에 인구 역학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히지 못하다 보니 의사 수급의 불균형이 나타났다.

넷째, 최근 사회 전반의 워라밸 추구도 영향을 끼친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신세대 젊은 의사들은 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희생을 감수한 선배 세대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전공의 인기 과목도 힘들고 위험한 수술을 하는 필수분야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업무 부담이 적고 편한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학교 성적 최상위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다. 그뿐만 아니라 의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풍조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의사가 많아서 나쁠 거야 없다. 그러나 그 만큼 의료비가 증가한다.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한 것이다. 의료비를 더 낼 생각은 하지 않고 의사만 많았으면 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다.

나는 건강보험료가 자꾸 올라 더 내는 것이 싫다. 지금도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 의약분업 때도 그랬다. 필수의료를 살리는 자원 재배치가 먼저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가성비와 접근성에서 현재 세계 최고이다.

의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수진과 대학병원 인프라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의대정원 증원이 가져올 부작용을 의료계로부터 제대로 듣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의대정원을 증원하려면 추진 과정에서 치밀한 전략 수립과 의료계와의 소통, 현재 의료계가 당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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