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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소송 안한다는 합의서 효력은?

법률칼럼 소송 안한다는 합의서 효력은?

  •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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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span class='searchWord'>법률</span>사무소)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분쟁이 당사자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에 도달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합의만 되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합의서도 제때, 적절하게, 잘 작성되어야 한다.

일정 금액을 지급받고 민·형사상 책임이나 청구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를 통상 '부제소 합의'라고 한다. 이러한 합의를 한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합의 당시에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제소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은 합의가 손해 발생의 원인인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할 수 없는 것으로서, 만일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예를 들어, 양측 선천성 요족 및 아킬레스 건 구축 연장수술 및 Z- 성형술을 받고, 석고붕대고정술을 받았는데, 석고절단기로 인하여 양측 발목에 열상을 입게 된 사건에서, 환자가 퇴원시점에 소액의 치료비 및 위자료만을 받고 민원 사항에 대하여 차후 어떠한 민,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썼더라도, 이후에 CRPS 진단을 받았다면, 법원은 그 합의는 '석고절단기에 의한 열상 진단'에 한해서만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합의서 당사자가 누구인지, 작성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비파열성 뇌동맥류에 대한 수술적 결찰술 시행시 의료과실이 문제된 사건에서, 환자의 부인이 환자의 대리인으로 병원과 작성한 합의서가 환자에게 효력이 미치는지가 쟁점이 됐다. 합의서에는 병원이 환자에게 위자료 명목 금원을 지급하되, 환자는 병원의 모든 의료진, 보험회사 등에 대한 민사·형사·행정상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민원제기, 언론 및 인터넷 등을 통한 호소, 면담강요, 집회 · 시위 등의 행위를 모두 금지하기로 했고 환자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었고, 부인이 대리인으로 자필서명하고 무인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 본인과의 합의가 아니라서 환자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환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고 퇴원 전이었는데, 환자는 합의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병원에서 환자에게 대리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당시 입원기간이 길어지면서 환자의 도장 신분증 등이 입원실 사물함에 보관되어 있어 부인이 이를 가지고 가서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 합의에 환자가 대리권을 수여했다거나, 병원이 대리권을 신뢰하였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거나, 사후에 추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대로, 병원을 상대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여 합의서가 작성되었는데, 병원에서 근무한 의사들은 합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들에 대하여 소가 제기된 사례도 있다. 법적으로는 다소 복잡한데, 절차적 의미만 있는 부제소 합의 혹은 소권 포기로 해석되면 '당신에게는 청구하지 않겠다'일 뿐, 보통 다른 부진정 연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서의 효력 범위가 가급적 정확하게 기재되어야 한다.  

이처럼 합의서도 일종의 계약이라서, 합의를 한 뒤에도 그 합의서의 해석을 두고 분쟁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견해의 차이를 좁혀서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면, 그 합의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문서 작성과 날인과정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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