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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초음파, 무면허 아니라 '사기죄'로 기소했더라면...

한의사 초음파, 무면허 아니라 '사기죄'로 기소했더라면...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9.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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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초음파, 자궁내막증식증은커녕 내막 두께도 못 재…"환자 기만"
前 검사 "나라면 진료비 상관없이 업무상과실치상·사기죄 모두 물었다"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한의사가 볼 수 없는 병을 보겠다며 초음파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거나 진료비를 받을 시, 사기죄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지난 14일 선고된 사건은 물론,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하는 상당 경우를 환자 기만을 통한 부당이득 추구로 봤다.

■ 초음파로 자궁·장 보겠다는 한의사가 '사기'인 이유는?

황성일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는 한의원에서 이뤄지는 복부초음파로는 자궁도 장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자궁내막증식증 환자를 복부초음파로 본 것에 대해 "애초부터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라 환자를 기망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복부초음파는 간이나 신장 같은 고형장기를 보는 데 주로 사용할 뿐, 내부에 가스(공기)가 있어 초음파를 튕겨내는 장이나 깊숙이 위치해 대장과 방광에 둘러싸인 자궁은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황성일 교수는 "복부초음파로는 상당히 큰 병변이나 덩어리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데 자궁내막증식증은 4~8mm 단위 측정이 필요하다"고 짚고 "해상도가 낮을 뿐 아니라 장에 가려져 왜곡된 복부초음파 영상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자궁내막 두께조차 측정할 수 없다. 내가 봐도 제대로 못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일 교수는 자궁이 방광과 대장에 둘러싸여 체내 깊숙이 위치했기에 복부초음파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wikimedia] ⓒ의협신문
황성일 교수는 자궁이 방광과 대장에 둘러싸여 체내 깊숙이 위치했기에 복부초음파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wikimedia] ⓒ의협신문

물을 가득 마시면 복부초음파를 할 수 있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1~2L 정도 마시면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어도 위를 100% 물로 채울 수는 없기에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총길이가 5m 이상인 장을 초음파로 찾아가며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현대의학에서는 내시경 초음파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한의사들에게 어떤 질환에선 어떻게 보인다는 근거라도 있다면 의료인으로서도 감사한 일이나, 근거가 미약한 데다 있다고 해도 굉장히 자의적"이라며 "질환의 실체 자체가 불분명하고 한의계 내에서도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음파는 CT나 MRI와는 달리 있는 병변도 없다고, 없는 병변도 있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험성과 환자 기만 가능성이 대법원판결에서 잘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초음파 검사비 받으면 '사기'…안 받아도 사기죄 적용될까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사기죄는 물론이고 환자가 위해를 입었을 시 업무상과실치상도 가능하다고 봤다. 

판독을 잘못한 것이 사고 또는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의사가 아닌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했을 때도 그 기준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것.

또 한의사의 초음파와 뇌파계 활용, 물리치료 등이 급여는 물론 비급여 행위로도 인정받지 못한 만큼, 속임수 등 부당한 방법으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비용을 부담케 한다면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수행한 행위가 환자의 병세를 진단하고 호전하는 데 실질적인 관련이 없다면 사기죄는 더욱 무겁게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도 "나였다면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죄까지 기소했을 것인데, 특히 사기죄는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죄는 기망을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 묻는 죄다. 그렇다면 한의사가 초음파 등 진단에 어떤 꼼수나 대가도 없이 무료로 시행한다면 어떨까? 

임무영 변호사는 이 경우 역시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설령 별도 검사비를 받지 않았더라도, 복부초음파를 이용해 환자의 건강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것처럼 계속 진료를 유도했고 매번 진료비를 받았기에 부당한 금전적 이득을 봤다는 것.

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과 함께 간다면 검사로서 기소에 느끼는 부담도 훨씬 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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