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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꼰대'는 의국? 환자·선후배 어떻게 소통할까

한국 최고 '꼰대'는 의국? 환자·선후배 어떻게 소통할까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9.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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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주 대표 "환자는 '의사어', 의사는 비용어 설명법 배워야"
의국 문화 개선 필요성, 과거보다 어려워진 의료환경 "공감"

ⓒ의협신문
서연주 젊은의사협의체 공동대표(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9월 4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5층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총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환자와 의사 사이에 서서야 소통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죠"

서연주 젊은의사협의체 공동대표(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지난해 11월 낙마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것이 '복된 경험'이라고 말했다. 동료에게 마취와 수술을 받고, 환자 입장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상세를 듣는 것이 환자와 의사의 입장을 헤아리는 큰 계기가 됐다는 것.

서연주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5층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 총회에서 공유했다. "사고 당시 의료진의 설명을 부모님에게 다시 설명하면서, 환자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래에서 환자의 설명을 듣고 의학적으로 명확한 기준에 따른 정확한 정보를 얻고, 증상과 병세를 포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부터,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명확하게 말해주는 환자는 드물다"며 "그런데 내가 환자가 됐을 때, 의사인데도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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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주 젊은의사협의체 대표는 사고를 겪고 의사이자 환자 입장에 서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깊이 고민했다고 한다. 이날 발표 화면 일부. [사진=김미경] ⓒ의협신문

서연주 대표는 "국민, 환자들이 의사에게 빠른 시간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고 일명 '의사어'를 교육하는 것도 정확한 진료를 위해 필요할 것"이라며 "의사 역시 의학 용어가 환자와 소통에 장벽이 되는 것을 인지하고, 의학 용어를 쓰지 않고 환자의 상세를 설명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네소타 의과대학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Rachael Gotlieb et al. JAMA 2022) 215 성인에게 △'종양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을 때 암이 퍼지고 있다고 이해한 환자가 79% △'양성 노즈(positive nodes)'란 표현을 썼을 때 암이 퍼졌다고 이해한 환자는 33%에 불과했다. △'암 검진 결과가 음성'이라 표현했을 때야 96%가 암이 아니란 것을 이해했다.

또 △'신경학적으로 온전하다'는 설명이 희소식이라 인지한 환자는 41%였다. △'혈액 배양 결과 음성'이라고 했을 때는 87%가 △'혈액 검사 결과 감염이 없다'고 했을 때 98%가 의미를 이해했다. 

이 같은 결과를 소개한 서연주 대표는 "환자 본인 신체에 대한 굉장히 중요한 소견인데도 환자가 이해 못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설명에 유의하면서 환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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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한 의료윤리연구회 회원들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꼰대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젊은 의사로서,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으로서 느낀 세대 간 소통에 대해서도 "일명 '요즘 애들'은 'MZ 세대'라 다루기 어렵고 개인 시간이 중요한 등 너무 다르다고 하지만, 급변하는 경쟁주의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음을 이해해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한 의료인들은 다 같이 '꼰대테스트'를 해보고 '의국 문화'를 되짚었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의국은 세대 간 소통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라며 "의사 사회는 도제로서 위 사람을 보고 따라 배우는 모방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유교문화와 어우러지며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받고 갈등과 착취가 있었는데, 의료문화의 최고 맹점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장도 "우리 때는 1년 위 선배도 실력 차가 많이 나는 만큼 '선생님'으로 깍듯이 예우했다. 어찌 보면 의국이야말로 한국 최고의 꼰대 집단"이라고 말을 보탰다.

또 "조직의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난 이들까지 어떻게든 의사로 만들어왔던 의국 문화의 순기능이 현대에 이르러 잘 작동하지 않고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나 역시 아랫사람들에겐 꼰대겠지만 회의 등으로 의국 아침 컨퍼런스를 빠질 때면 시니어 교수님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곤 한다" 등의 의견이 오갔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했던 함영욱 전문의는 "젊은 의사들이 수련을 받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나에게 수련을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무서워 못 하겠다. 지금은 의사에게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과거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라며 "과연 '열심히 하세요'란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소통에 있어 젊은 분들이 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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