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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판단이 범죄인가"…의료계 "필수의료 역행 판결"

"의학적 판단이 범죄인가"…의료계 "필수의료 역행 판결"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9.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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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치료 선택해 금고 6개월…의협 "의료분쟁 특례법 서둘러야"
외과의사회 "범죄자 된 외과의사, 이제 누가 장폐색 수술할까"

[사진=gpointstudio,freepik] ⓒ의협신문
[사진=gpointstudio,freepik] ⓒ의협신문

환자 희망과 의학적 판단으로 보존적 치료를 택했던 외과 의사의 형사처벌이 확정됐다. 의료계는 소장폐색환자의 악결과를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한 대법원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필수의료 몰락 가속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지난 2017년 A 외과 전문의는 복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진찰했고 장폐색을 의심했다. 그러나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을 고려해 우선 보존적 치료를 시행키로 했다. 

환자 역시 경제적 사정과 수술 부담 등으로 보존적 치료를 원했다. 환자는 의식이 명료하고 보행이 가능했으며, 백혈구나 염증 수치도 정상 범위 내였고, 호전돼 가고 있었다.

그러나 7일 후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A 전문의는 응급수술로 소장을 절제했고, 괴사한 소장의 천공으로 인한 패혈증, 복막염 등으로 2차 수술을 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 환자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다"며 환자의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을 A 전문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보고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적용된다면 면허박탈 대상에 해당한다. 지난 8월 31일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9월 4일 입장문을 내고 "환자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을 사법적으로 부정하고, 추후 환자 상태 악화에 대한 모든 책임은 도로 개별 의사에게 전가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매사 법적 단죄를 상정해야 하는 미래 한국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최선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소신진료 의사들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건강 위해와 의료 질 저하를 우려했다.

또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 수술이 필요한 필수의료 과목의 전공의 정원모집이 악화되는 현실이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경시하고 악결과에 대한 형별 대상으로 삼는 판결이 반복된다면, 의료진의 방어진료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가속할 것"이라며 "국민이 의료분쟁으로 입은 피해를 신속히 보상하고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외과의사회도 9월 3일 성명서를 내고 "법원이 외과의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건강을 훼손하려는 고의가 없기에, 그 위법성을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 조각시켜 범죄로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를 수술하지 않아서 의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던 게 아니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수술 없이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고 희망을 품었다는 이유로 의사는 범죄자가 됐다"며 "재판부가 의사의 판단에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면, 장꼬임(장폐색)이나 혈변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개복수술을 해서 장을 잘라야 하는지, 얼마만큼 장꼬임 또는 혈변 증상이 있을 때 개복수술을 하면 범죄자가 되지 않는지 모두 정해달라"고 꼬집었다.

외과의사회는 "어떤 이유로든 배를 여는 순간 장기에 유착이 발생하고, 배를 열어 괴사한 장을 잘라내면 그 수술로 더 심한 장꼬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그 환자가 다시 장꼬임이 발생한다면 이제 어느 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받겠느냐. 나보다 경험 많고 수술을 잘하던 선배 외과 의사가 범죄자가 돼 면허를 박탈당하고 쫓겨나는 모습을 보며 다른 외과 의사들이 같은 수술을 주저없이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11~12월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필수의료 전문과 의사에게 연이어 내려진 형사처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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