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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소아과 내가 지켜야"…'내소내지' 외치는 부모들

"내 아이 소아과 내가 지켜야"…'내소내지' 외치는 부모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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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교수 "우리도 늘 마음 아파…소신 진료에 너그러운 사회 됐으면"
'환자 본인부담금 더 높이자'는 부모들, 소청과 저수가 현실에 '경악'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8월 14일 방영분 갈무리. ⓒ의협신문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8월 14일 방영분 갈무리. ⓒ의협신문

소아청소년과 위기가 고조되자 부모들 사이에서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소아과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며 "환자 본인부담금을 더 높여서라도 소아과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일부 악성 민원을 비판하고 정부에도 강력한 소청과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8월 14일에는 이주연 전남의대 교수(전남대병원 소아외과)가 KBS Joy 고민상담 예능(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털어놓은 고충이 방영돼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주연 교수는 광주 및 전남지역의 유일한 소아외과 전문의이기도 하다.

이주연 교수는 마찬가지로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남편과 함께 출연할 계획이었으나 전공의가 부족한 현실로 남편은 당직을 서야 했고, 본인 역시도 새벽에 수술을 마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송에 출연했다. 

이주연 교수는 대학병원도 전공의가 없어 응급실이 잘 돌아가지 않는 곳이 많고, 아이들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의협신문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8월 14일 방영분 갈무리. ⓒ의협신문

실제로 지난 7월 21일 대전에서 한 초등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소아신경과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 1시간이 지나 세종으로 이송, 수술 2주 만에 끝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주연 교수는 "지금 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계속해서 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전문의와 배후진료인력이 부족한 이유로 ▲저수가 ▲소아환자 특성상 어려움 ▲일부 악성 민원에 따른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주연 교수는 "저수가였음에도 환자를 많이 보는 방식으로 그나마 소청과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출산율 감소로 환아가 줄어들며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소청과는 진료과목 특성상 비급여로 수익을 내기도 요원하다"고 밝혔다.

이어 "말을 잘 못하고 혼자서 가만히 있기 어려운 소아 환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봐야 하는데, 검진 중 아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줄 보조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인력도 시간도 더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8월 14일 방영분 갈무리.ⓒ의협신문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8월 14일 방영분 갈무리.ⓒ의협신문

가장 최근에 받은 민원으로는 "소아외과 외 다른과 수술도 필요했던 환아가 있었는데, 마취를 두 번하면 아이가 힘들까봐 따로 할 수 있던 수술을 협진으로 진행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에도 보호자로부터 기분이 상했다는 민원이 굉장히 심하게 들어왔고, 도왔는데도 욕을 먹으니…(마음이 착잡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환아가 낫는 보람으로 열심히 진료를 해나갈 수 있는 건데, 저희는 신이 아니기에 모두를 살릴 수는 없다. 저희도 굉장히 안타깝고 너무도 슬픈 일인다. 아무리 겪어도 익숙하지 않고 늘 처음인 것처럼 적응이 안 된다"며 "그런 일이 생기면 소송을 당한다. 의료진 잘못이 없더라도 보호자의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서장훈은 "아이들이 너무 소중하고 귀해 애타는 부모 마음은 너무도 이해된다"면서도 "환자와 가족들도 힘들지만 의료진도 굉장히 힘들다. 정말 소아과가 몇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이제는 우리가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소아과를 지켜줘야 할 상황이 왔다.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근도 "아이가 아프면 갈 병원이 없어 불안한데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기르겠느냐. 소아과 의사가 없다고 성형외과에서 아이 수술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말을 보탰다.

해당 내용이 방영되자 댓글란과 커뮤니티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 대한 감사, 응원과 함께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부모들은 아이를 진료할 소청과가 사라지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큰 우려를 나타냈다.

유명 맘카페에서는 '소아과 의사가 없어지는 것도 다 우리 책임인 듯 하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예민한 부분도 되도록 좋게 표현하고 생명에 지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넘어가자'는 내용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의협신문
네이버 모 맘카페 게시글 및 댓글 갈무리. ⓒ의협신문

특히 수가와 환자부담금을 올려 소청과 의사들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A 보호자는 맘카페에서 "소아과에 가면 내는 돈이 고작 몇백원이길래 도대체 의사선생님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 건가, 국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 모든 피해를 소아과 선생님들이 견디고 있었다는 걸 정말 몰랐다. 무지했던 스스로에 화가 나고 죄송할 정도"라며 "지금 내는 비용에 백배를 낸다 해도 우리 아이가 진료만 잘 받을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지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뭘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B 보호자도 "30년째 진료비 동결에 너무 무지했다. 말 못 하는 아기라 하나하나 살피고, 진료뿐 아니라 아기 발달 체크 등 모든 부분을 상담하는데 그에 맞는 수익이 없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무료 예방접종도 나라에서 지원이 나오는 줄로만 알았다"며 "이럴거면 환자 본인부담금이라도 올려달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야기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한편 대통령실 공개청원(청원24)에도 소청과 관련 청원이 연이어 올라와 있다. 

10개월 아이를 키운다는 C 청원인은 "사명감만으로 의사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이미 과하다. 의료수가 조정 등 소아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악성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청원도 있었다. D 청원인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 다 죽어가는 아이를 보며 소아병원을 찾아다닐 때 '아이를 낳지 말걸'하는 생각마저 들어 너무도 미안했다"며 소청과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의협신문
청원24에 올라온 소아청소년과 관련 민원 갈무리.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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