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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한국만' 금지한 수은 혈압계? 외국 "자발적 교체 설득"

집중취재 '한국만' 금지한 수은 혈압계? 외국 "자발적 교체 설득"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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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미나마타 협약, 사용금지 아냐" 명시…"자발 참여 방안 고민해야"
"수은 퇴출은 당연히 국가 책무"…미국, 사용금지해도 '의료기관은 예외'
처리비 한국 최소 수십만원 vs. 일본 최대 5만원 "비결은 국가 차원 회수" 

수은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2013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국제수은협약, 미나마타 협약)'.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을 근거로 2020년 의료기관의 수은온도계·혈압계 등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회수·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7월 21일 수은폐기물 보관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환경부 및 지자체는 의료기관에 처리계획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 의료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로서는 환경과 국민 안전을 위해 기쁘게 동참하고 싶어도 비용적·행정적 부담에 짓눌려 어려운 상황이다.

[의협신문]은 미나마타 협약을 따르는 한국의 현황과 국제사회 지침, 외국 정책사례를 집중취재했다.

1. 수은 온도계, 사용 금지 왜? "규제 정책에 의료계 등 터져"
2. '한국만' 금지한 수은 혈압계? 외국 "자발적 교체 설득"

미나마타 협약은 이미 제조 또는 수입된 장치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

The Convention does not require the removal of use of devices already manufactured or imported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기관의 수은 체온계·혈압계 단계적 감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같이 명시하고 있다. 

■ 의료기관이 보유한 수은온도계·혈압계 금지하는 나라?

ⓒ의협신문
ⓒ의협신문

한국에서는 수은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 미나마타 협약 발효 후, 수은 의료기기 사용금지를 넘어 회수·폐기를 강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해외 각국의 사례를 조사했을 때, 한국처럼 의료기관에 운송과 처리 비용을 모두 부담하며 기존에 구매해 사용하던 기기를 금지하고 회수해 가는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미나마타 협약에서 수은 제품 사용 자체를 규제하지 않더라도 만일의 안전을 위해 수은 기기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의료기관만은 예외였다.

미국은 미나마타 협약에 따라 판매·유통을 금지했는데 메릴랜드, 인디애나 등은 주법에서 학교에서 수은기기 사용을 금지했으나 수은체온계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는 사용을 허용했다.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등은 의학적 목적의 온도계에 예외 조항을 따로 뒀다. 이런 예외 조항은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나마타병이 발병했던 일본은 아예 "소유하고 있는 수은체온계와 수은혈압계는 계속 사용할 수 있으나, 폐기 시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대만, 뉴질랜드 등 국가도 마찬가지로 수은 기기 사용 규제가 없고, 오히려 사용 가능함을 명시하며 미나마타 협약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 강제 회수·폐기→"범부처 지원으로 지속가능한 단계적·자발적 전환"

해외 사례들을 살폈을 때, 수은 의료기기 폐기물 운송과 처리에 따르는 부담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는 것이 당연하단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새 체온계·혈압계 구매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도 언급될 정도.

의료기관의 수은 체온계·혈압계를 개인의 자산으로 존중하고, 회수해 가는 것 역시 하자 제품을 교환해주는 '리콜'에 가까웠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부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에서 회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의료폐기물협의체의 수은폐기물회수사업설명회에서는 "본래는 제조사에 책임이 있으나, 제조업자가 국내엔 1곳뿐이고 타국에서 대부분 수입된 상황에서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시작, 국가적 지원을 요구했다. 아울러 의료기관에 아직 상당한 양의 수은 의료기기가 있음을 감안해 각 지역 의사회 협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회수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일본은 전국적인 회수폐기 사업의 목적을 "개인이 부담할 시 처리 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분실 및 부정적 폐기가 우려되기에, 번거로운 절차와 비용을 줄여 전국 규모로 집중적 회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일본의사회와 환경성을 중심으로 의료기기산업연합회,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이 연계하고 있다.

개인이 수은 의료기기를 처리하려면 운반과 처리 비용을 합해 개당 수십만원(수만엔)이 들지만, 전국회수사업을 통해 개인 부담 비용을 수만원(1000~5000엔) 정도로 대폭 감소시켜 자발적 참여를 쉽게 했다. 

ⓒ의협신문
일본의사회에서 배포한 자료 갈무리. 환경성과 함께 전국적인 회수사업과 그에 따른 비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의협신문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살폈을 때 범부처 차원의 지원과 협의체 발족을 통한 대대적 추진이 수은 퇴출의 핵심으로 분석된다. 인도도 보건복지가족부와 환경산림부가 함께 자리한 단계적 수은 폐기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 WHO 역시 보건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건강, 환경, 노동, 산업 등 범부처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WHO는 수은의 '지속가능한 단계적 폐기'를 강조하며 "의료기관 내 수은 폐기물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의료 폐기물 관리 규정이 추가 조항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수명이 다하거나 파손된 수은 기기 외에도 수거하겠다면, 의료기관의 예산과 포장·보관·처리설비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료기관의 적극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후에 수은 기기를 대체하는 비수은 기기를 제공하는 기간을 추정하려면, 수은 기기의 수명과 파손 빈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며 대체제품 제공을 제시하기도 했다.

■ "전자의료기기 걱정되세요? 추천 리스트와 성능 데이터입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수은혈압계를 비수은 전자혈압계로 바꾸는 것에 의학적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일본고혈압학회에서도 이 부분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내고 "현재 사용 중인 수은혈압계를 즉시 폐기·교환할 필요 없다"는 것을 재차 안내하며 "(수은혈압계를 대체해 사용할) 비수은 혈압계의 정밀도를 검정하고, 정보를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협신문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온도계 종류별 성능 비교 데이터. (User-Friendly Guidance on the Replacement of Mercury Thermometer) ⓒ의협신문

특히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비수은기기로 전환을 원하는 의료기기 사용자를 위한 안내서를 발간하고, 기기 종류별로 면밀히 성능을 검증한 데이터와 교체 시 체크해야 할 부분 등 가이드라인을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 EPA는 의사들이 우려하는 바에 근거를 제공하고, 자발적 비수은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해외사례를 살폈을 때, 주도적인 부처가 보건복지 담당 부처인지 환경 담당부처인지에 따른 차이는 있었으나 대대적인 범부처 지원은 공통적으로 두드러졌다. 특히 수은 퇴출은 국제협약에 따른 국가 차원의 책무라는 전제 하에, 배출당사자인 의료기관에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발적 배출 및 기기 교체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에서 일관성을 보였다.

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의료기관 수은폐기물 처리에 대한 의협의 주요 방안을 ▲대정부·대국회 식품의약안전처 고시 등 개정 설득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처리비용 지원으로 꼽았다.

민양기 의무이사는 "정부의 목적이 환경을 위해 신고 여부를 떠나 수은폐기물을 전량 회수하는 것이라면, 흔쾌히 따르기 어렵고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규제보다도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이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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