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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응급의료 대책 역주행...응급실 의료진 떠난다

정부 응급의료 대책 역주행...응급실 의료진 떠난다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07.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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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환자 수용거부 금지·강제배정 등 정부 땜질식 대책 비판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소아과 붕괴처럼 응급의학과 붕괴될 것"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119 유료화·급성기 클리닉 수가 등 촉구

ⓒ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월 16일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의협신문

최근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이송지연, 환자 거부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땜질식 정책이 오히려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들을 떠나보내는 악 결과를 가져온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응급실 환자 수용거부 금지와 응급실 강제 배정 등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들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월 16일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응급실 이송지연과 환자거부 등 현재 부각되는 응급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최근 대구 청소년 응급환자 사망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되자 정부는 지난 1월 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곤란 고지 기준 및 절차 등을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측으로 하여금 반드시 응급의료기관에 직접 연락해 환자 수용 능력 등을 확인하게 하고, 요청받은 응급의료기관에게는 환자 수용 곤란시 그 내용과 더불어 △환자 수용곤란 사유 △당일 근무 응급실 의사 및 당직전문의 현황 △응급의료기관 병상·시설·장비 현황 등의 통보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학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이슈화되면서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다. 그 이유는 응급환자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시 마치 응급의학과가 조금 더 잘했으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잘못된 시선 때문"이라며 "응급실 과밀화, 이송 문제 등의 문제 해결이 단순한 대책으로는 안된다"고 말문을 띄웠다.

김홍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총무이사는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개인의 노력이나 한 병원의 희생으로 해결될 수 없음에도 정부는 땜질식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자만 찾아내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들은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을 더 떠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훈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책이사는 "현재 부각되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송지연과 환자거부는 새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됐던 문제가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해당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부족하거나 응급실 침대가 부족한 것이 아닌 배후진료나 중환자실, 수술인력 부재 등 최종치료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 의사들의 현실을 알린 김태훈 이사는 "명백한 잘못이 없음에도 민형사 소송등 법적인 책임을 지는 판결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중증이나 사망 가능성 있는 환자들에 대한 소극적 진료와 방어진료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수용거부 금지에 대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수용의 책임을 강제로 응급의료진에 전가한다는 불만과 문제의식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수용을 장려할 대책은 없고 법적으로 보장도 되지 않는데 마치 환자를 보기 싫어서 받지 않는다는 식의 언론보도와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대처방식은 응급의료진들의 좌절과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며 "현재 많은 전문의들이 좌절과 탈진으로 응급의료현장을 이탈하고 있고, 전공의 지원율은 떨어지고 있으며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올해에만 10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했으며, 20∼30명의 응급의학전문의가 현장을 이탈해서 개업 또는 다른 전공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관련해 김 이사는 과밀화가 전체 응급실의 과밀화 인지 아님 특정 병원의 과밀화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응급실 과밀화의 이유가 응급환자에 의한 과밀화인지 경증환자로 인한 과밀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이사는 "응급실 자체에 자리가 없어서 새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은 빅5 병원이나 지역의 거점병원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다"고 분석하며 "특정 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환자군의 특성 파악도 필요하다. 심각하지 않은 단순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경증환자 중에서 줄일 수 있는 환자군이 어떤 환자들인지 먼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러한 응급실 현실을 무시한 채 모든 문제의 책임과 의무를 현장 응급실과 의료진들에게 넘겨려는 사태에 유감을 표하며, "이미 많은 응급의료진들이 응급실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고,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와 노력이 없다면 응급의료는 소아과처럼 붕괴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가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 도입 ▲환자수용의 결정은 의료행위의 연장으로 수용여부를 경찰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행위 중단 ▲119 전면 유료화 및 경증환자의 이송 즉각 중단 ▲주취난동자 및 단순편의를 위한 응급실 진료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근거 규정 마련 ▲응급실 폭력의 가해자는 향후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 마련 ▲경찰에서 통제불능 주취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겠다는 법안 폐기 ▲경증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환자를 분산할 수 있는 1차의원, 급성기 클리닉(Urgent Care Clinic)등의 야간진료, 휴일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과 실질적인 대안마련 촉구 ▲과밀화 해결과 부적절한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활동에 유관기관 노력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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