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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조력자살 합법화' 힘 싣나?…의료계 '생명경시' 우려

국회 '조력자살 합법화' 힘 싣나?…의료계 '생명경시' 우려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07.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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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0명 중 8명, 자기 결정권 보장 이유로 조력존엄사 '찬성'
김이연 의협 대변인 "조력존엄사 허용, 생명경시 풍조 만연시킬 것"
2022년 미국 연구 결과, 조력자살 합법화 이후 자살률 18% 증가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최근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생명윤리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는 의사 조력자살법안과 관련,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KBS와 서울신문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중 87명이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조력존엄사 입법화 찬성의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이 가장 높았으며, 병으로 인한 고통 경감, 편안함 임종을 위해, 가족의 고통과 부담 경감, 의료비·돌봄 등 사회적 부담 경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력존엄사 허용 범위로는 말기이면서 고통을 줄이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말기는 아니지만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난치성 환자,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 조력사망을 원하는 모든 환자, 고통과 상관없이 모든 말기 환자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조력자살을 입법화 할 경우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키고 만연시킬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대하고 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조력존엄사는 임종을 앞당기는 행위로 연명의료결정 중단이나 호스피스·완화의료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이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만큼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키고 만연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력존엄사를 합법화한 이후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2022년 발표된 Girma & Pato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여러 주에서 조력자살의 합법화 이후 자살이 약 18% 증가했으며, 특히 64세 이상과 여성에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조력존엄사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말기 환자'라는 용어의 불명확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이연 대변인은 "조력존엄사 대상자에 해당하는 말기 환자라는 용어 자체는 사전적, 사회적, 의학적 정의가 없는 용어"라며 "죽음에 대한 권리를 강조한 측면과 윤리를 강조한 측면에서 사회적 논란이 지속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제화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에서 진행된 조력존엄사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섭 교수(서울대학교, 철학과) 역시 "말기 환자는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는 환자지만, 그 기간이 3개월인지 6개월인지 명확하지 않고, 의학적으로도 사망 예상 진단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환자가 자살이 이로울 만큼 신체적·심리적으로 악화한 상태면 그 사람의 의사를 정말 온전한 의사로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료계는 조력존엄사 허용을 위한 법 개정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이연 대변인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 질환의 확대를 비롯한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 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울러, 임종기 연명의료 여부에 관한 논의를 좀 더 일찍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명의료 관련 질 높은 상담과 사회 저변 확대와 인생 후반부에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해 6월에 대표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에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위해 한차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했으나, '계속 심사'로 결정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됐다고 보기가 좀 어려운 면이 있어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할 경우에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며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 임종기에 대해서만 허용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말기 그리고 식물 상태나 치매 등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를 해 나간 이후 조력사를 그 다음 단계로 검토하는 것이 갈등을 최소화해나가는 방향"이라고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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