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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 피의자, 특정 정신장애 진단 보도 '유감'

강력사건 피의자, 특정 정신장애 진단 보도 '유감'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6.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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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유정 자폐 성향 보도 사회적 편견 조장 우려"
학술적인 근거·검증 없이 진단명 방송 언급 안 돼…보도 가이드라인 필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일부 언론이 강력사건 피의자에 대해 특정 정신질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6월 21일 성명을 내어 "정신장애인들이 불필요하게 잘못된 편견과 낙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고 사실관계에 입각한 보도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피의자에 대한 범행 동기 파악 및 분석을 빌미로 관련 전문가들의 특정 정신장애 진단에 대한 의견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부산 또래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인 정유정에 대해서도 한 방송이 자폐 성향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방송을 통해 마치 사실인양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자극적인 보도와 소문들을 추가 생산하는 일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정신장애는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특정 정신장애와 범죄와의 관련성에 대해 학술적인 근거 및 검증 없이 전문가의 이름으로 진단명을 방송에서 언급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정에 대한 자폐 성향을 언급한 보도에도 유감을 표명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 토요일 모 방송에서 전문가를 인용해 피의자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당사자와 가족을 직접 대면해 심층적으로 면담하고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폐 성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편견을 심각히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언론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언론이 특정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기를 국민은 바랄 것"이라면서 "기존에 있는 재난이나 자살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과 같이,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도할 때에도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한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를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편견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정신장애인들이 불필요하게 잘못된 편견과 낙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고 사실관계에 입각한 보도를 당부드린다"고 마무리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피의자 진단명 언급에 대한 언론 취재 관련 성명서

얼마 전 부산 또래 여성 살인 사건(정유정 사건)의 발생으로 많은 국민들이 두려움과 충격,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희생된 피해자 및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최근 몇 년간 강력 범죄 사건의 대한 보도에 있어, 피의자가 특정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피의자의 정신 감정 등의 충분한 조사 과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피의자에 대한 범행 동기 파악 및 분석이라는 미명하에, 관련 전문가들의 특정 정신장애 진단에 대한 의견이 방송을 통해 마치 사실인양 삽시간에 퍼져나가, 자극적인 보도와 소문들을 추가 생산하는 일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 학술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1> 정신장애는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닙니다. 특정 정신장애와 범죄와의 관련성에 대해 학술적인 근거 및 검증 없이 전문가의 이름으로 진단명을 방송에서 언급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학회는 지난 토요일 모 방송에서 전문가를 인용해 피의자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당사자와 가족을 직접 대면해 심층적으로 면담하고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폐 성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편견을 심각히 조장할 수 있습니다. 

2> 언론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파급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언론이 특정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기를 국민들은 바랄 것입니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재난이나 자살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과 같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도할 때에도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한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며, 저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할 것입니다.

3>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를 확대 재생산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편견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신장애인들이 불필요하게 잘못된 편견과 낙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고 사실관계에 입각한 보도를 당부 드립니다. 

2023년 6월 21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 천근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김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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