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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새로운 건강보험체계의 모습은

[기획취재]새로운 건강보험체계의 모습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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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잃는 의사들-건강보험 이대로는 안된다(6)

<글 싣는 순서>
1. 처음부터 잘못 도입된 건강보험
2. 건강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대안은?
3. 의협은 왜 '건강보험 틀'을 바꾸자고 하는가?
4.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 변화 필요
5. 건강보험 수가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6. 새로운 건강보험체계의 모습은?
7. 기획을 마치며(좌담회)

건강보험, 패러다임 전환 할 때다

건보위기 총괄 진단 요구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커다란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의료보험통합과 의약분업 시행이 대표적이고, 질병군별 포괄수가제(DRG) 실시가 그 다음으로 변화의 한 축을 차지했다.
그리고 건강보험수가에 상대가치수가체계가 도입되었으며, 보험수가도 공급자와 보험자가 계약을 통해 체결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더군다나 2002년 DRG가 8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요양기관에 한해 도입되었으며, 의료보험통합과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파탄은 각종 안정화대책을 수립하게 해 건강보험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현재 건강보험이 갖고 있는 재정적자의 지속, 조직통합의 효과 미미, 계층간 의료이용의 차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각종 정책 및 제도를 실시했으나 현상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현재의 건강보험이 어떻게,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변화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참여복지기획단, 건강보험발전위원회 등을 구성해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 중에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의료의 공급을 줄여 보험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상적 문제에 의한 단편적 접근이 아니라 총괄적 접근을 통해 건강보험의 변화의 요인은 무엇이고, 건강보험의 틀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건보 내외적 변화 요인
 
의협은 건강보험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면서 현 시점은 건강보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을 수립해야 하는 단계로 규정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이미 외부적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해 세계에서 유례 없는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국민의료비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5년에 발효될 WTO/DDA 서비스 시장 개방 협상에는 의료 시장도 포함되어 있으며, 경제 자유특구에 외국 자본 병원 진출을 허용하는 등 의료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의협은 건강보험의 내부적 변화요인으로는 무리한 건강보험의 급격한 확장으로 인해 질적으로 부실이 초래된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저급여-저수가-저보험료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보험재정 위기의 원인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함께하기 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통합 관리되는 건강보험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내부 경쟁시스템 도입, 잉여 인력의 축소 등 관리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협은 내·외부적 변화요인 등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의 이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재정 운영, 건강보험급여체계 개선, 건강보험관리체계 개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보험급여체계 개선을 위해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 민간보험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건강보험관리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리조직 개선, 심사제도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건보 이념 재정립해야
 
의협은 건강보험의 이념에 대해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의협 연구용역을 맡은 이규식 교수(연세대 보건과학대)는 "의료보장의 이념을 정립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념은 환경 및 시대에 따라 다르고 이념을 실천하는 수단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의 경우는 정치적으로 이념이 설정되어 왔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는 형평의 이념이 강조되어 건강보험 통합이라는 개혁을 단행하고, 의료개혁을 의료정책 차원에서가 아니라 형평을 강조하는 사회복지차원에서 진행됨에 따라 효율을 등한시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형평의 강조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료에 대한 욕구와 세계화, 국제화 등과 같은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뒤 "형평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의료체계의 효율과 의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정비해 나아가야 하고, 세계적인 흐름과 국민의료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박윤형 기획이사는 "의료를 국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지나친 '국가 과잉 간섭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자율에 맡기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전환 못하면 국민의료 붕괴될 것
 
이규식 교수는 "건강보험과 관련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않고서는 국민의료는 붕괴될 것"이라며, 환경변화에 맞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료개혁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은 경쟁개념 도입, 분권화, 민영화, 환자권리 강화를 위한 선택권 보장, 전달체계 변화 등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을 국가수요독점구조로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지, 경쟁이 가능하도록 관리구조를 고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며, 보험자를 단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할 수 있도록 조직을 분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1990년대 이후 유럽을 위시한 세계 각국에서 의료개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없으면 사회적인 비용만 치르고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담 개편 필요
 
의협은 보험재정과 관련 보건소, 결핵병원, 국립특수병원, 국가중앙응급의료센터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투자해야 하며, 이를 건강보험에서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험재정 분야 연구를 맡은 박은철 실장(심사평가원 조사연구실)은 "건강보험재정의 개편을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고, 정부가 50% 재정을 지원하는 조건에서 노인보험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또한 "의료급여 대상자를 확대하고, 의료보장체계를 노인보험 신설에 맞춰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현재 보험료율이 4%를 조금 넘고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세의 인상과 함께 지방정부의 역할이 증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급여를 적정급여로 변경해야
 
의협은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가 1990년 초반의 재정 흑자시기에 장기적인 재정 전망 없이 '국민 추가 부담 없는 급여 확대'를 공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1996년 중반부터 당기적자가 시작되었음에도 정부는 그동안 과잉 누적된 준비금 적립금에만 의존해 보험급여 확대와 병행한 보험료 부담의 적정 조정 시기를 놓쳤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당장 저급여를 적정급여로 변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그러나 무엇을 우선적으로 급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박은철 실장은 "급여범위의 우선순위 결정의 기준은 의학적 효과성에 기초한 것이어야 하며, 의학적 효과성과 함께 급여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감안해야 할 사항은 의료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또 "급여와 관련해 급여의 한 축인 건강보험수가를 적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적정한 수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사평가제도 개선 보충적 민간보험 활성화
 
의협은 심사평가원이 전문심사평가기구로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지나치게 삭감 중심의 심사평가업무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사기준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계 전문가들의 참여의 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심사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료심사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의신청 및 분쟁조정기구를 활성화해야 하며, 신의료기술 등을 제대로 반영한 심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급여 적정성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보험재정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의협은 통합공단 해체와 분리운영을 주장하면서 민간보험이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통합만으로는 건강보험과 의료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므로 보충적 형태의 민간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국민 동의 얻는게 관건
 
지금까지 '건강보험 이대로는 안된다' 기획을 통해 강조했던 것은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로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하고,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함은 당연하다.

의협은 현재의 상황은 건강보험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없을 뿐더러 국민들의 욕구를 모두 채워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당면해 있는 보험재정 안정화에만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민 건강증진, 의료 이용의 적정화, 의학의 발달, 건강보험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건강보험의 발전방안을 위해 의료계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취재1팀>
김영숙기자 kimys@kma.org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김인혜기자 inhey@kma.org
이현식기자 hslee03@kma.org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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