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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의협은 왜 '건강보험 틀'을 바꾸자고 하는가

[기획취재]의협은 왜 '건강보험 틀'을 바꾸자고 하는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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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잃는 의사들-건강보험 이대로는 안된다(3)

<글 싣는 순서>
1. 처음부터 잘못 도입된 건강보험
2. 건강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대안은?
3. 의협은 왜 '건강보험 틀'을 바꾸자고 하는가?
4.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 변화 필요
5. 건강보험 수가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6. 새로운 건강보험체계의 모습은?
7. 기획을 마치며(좌담회)


재정위기 해법 한계…제 기능 상실

<상황1> 2003년 5월 12일
2003년 5월 현 집행부는 출범과 동시에 중요한 약속 한 가지를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의사들의 진료권이 훼손될 경우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낼 것'과 '향후 3년 동안 잘못된 건강보험의 틀을 개선하는 데 노력 하겠다'는 것이다.
의협 김재정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건강보험재정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학자들 의견만 듣는 것은 문제"라며, 의료정책연구소의 기능을 강화해 의료전문가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의협은 2003년 8월 '건강보험의 틀을 바꾸자'라는 주제를 내걸고 건강보험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의협은 연구 추진계획에서 "현 시점은 건강보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규정하고 ▲건강보험의 새로운 이념 ▲새로운 건강보험 관리체계의 모색 ▲건강보험 재정부담 개편방안 ▲건강보험의 급여범위와 수준 ▲건강보험 급여 심사평가의 개선방안 ▲민간보험의 발전방안에 대한 세부연구과제를 선정했다.
의협은 2004년 4월 최종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이 연구결과를 기준으로 본격적으로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나갈 계획이다.

<상황 2> 2003년 12월 2일 
지난해 12월 2일 의협은 2004년 보험수가가 2.65% 인상되는 쪽으로 결정되자 "국민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상된 수가 분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행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제도를 즉각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복지부 기자실에서 의협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험수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게 인상된 것에 따른 항변"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의협이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한 데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제도는 불법적이고 의료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므로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하고, 건강보험공단은 1만 여명 이상의 인력이 매년 1조원 이상의 경비를 소모함으로써 국민의 보험료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에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만약 이러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 철폐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의료법상 환자치료를 위해 의사만이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서의 투약·조제행위를 의사로부터 박탈하고 있는 현행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제도는 불법적이라고 못 박았다.

<상황 3> 2004년 1월 31일, 2월 1일
지난 1월 31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와 2월 1일 열린 전국의사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의협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은 의료사회주의에 입각한 정책에 불과하다며 총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왜곡된 건강보험제도의 역사 속에서 말없이 국민의 건강만을 돌보며 살아왔는데, 이러한 수고와 노력은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침해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제도의 틀 자체가 바뀌지 않고서는 국민의 건강을 더 이상 책임일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민들의 의료이용을 감소시켜 재정안정을 하겠다는 소아적 발상을 버리고 국민들이 필요한 만큼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야 하며, 관료화된 단일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을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체하고, 분리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서 밝힌 목표관리제, 선별지정제(공단만 선택권을 가진 계약제), 총액계약제 등 사회주의 방식의 정책을 즉시 철회할 것도 주장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재정파탄의 근본 원인이며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한 조제위임제도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국회 내에 재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의협은 "현 건강보험제도는 의료사회주의 방식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획일화된 의료를 강요하는 현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노예로 살 수 없다고 밝혔다.

재정위기 봉착 지속 불투명
 
의협은 지난해 8월 본격적으로 '건강보험의 틀을 바꾸자'라는 주제로 건강보험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의협은 건강보험재정은 96년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2001년 적자로 반전되고, 의료계의 희생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재정억제정책으로 2003년 상반기에는 흑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누적적자는 1조원 이상 남아있어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건강보험 관리운영 조직을 통합하고 종사자 수를 1만5,036명에서 1만716명으로 줄였으나, 관리운영비 절감 폭은 미미해 조직통합의 개선효과가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시한지 12년이 지났지만 계층 간 급여비 차이가 최대 4.2배에 이르는 등 건강보험이 의료보장제도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 참여정부는 공약에서 주로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인 ▲진료비 상한제 ▲노인의치 보철 보험급여 ▲장애인에 대한 급여확대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건강보험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보험 지속 발전 장기 전망 수립해야
 
의협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건강보험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현 시점은 건강보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의협은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 7%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로 10~15년 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 14% 이상으로 전망)로 진입하게 되며,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의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02년의 경우 건강보험 인구의 7.2%인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급여비의 약 20%를 사용하는 등 고령화가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5년에 발효될 WTO/DDA 서비스 시장개방 협상에 의료시장이 포함되어 있고, 경제 자유 특구에 외국 자본 병원 진출이 허용되는 등 의료시장 재편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계약관계를 무시한 보험자와 의료기관의 법적 강제지정(당연지정)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날로 확대되고 있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회사의 건강보험 관련 상품판매는 신뢰받지 못하는 공공건강보험과 기형적인 민영 건강보험의 부적절한 동거 관계를 낳고 있으므로 건강보험에서 공공과 민간의 병존은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민간의료보험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에만 초점 정책 문제
 
의협은 현 정부는 국민건강증진, 의료이용의 적정화, 의학의 발달, 건강보험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당면한 과제인 재정위기 탈출에만 치중하고 있어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우선, 통합 관리되는 건강보험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내부 경쟁 도입, 잉여 인력의 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은 현행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복지부의 보험실사기능 공단이양, 허위·부당청구 현지조사권 신설, 가정방문을 통한 건강증진사업 시행, 건강검진사업 확대 등 보험자의 기능과 관련 없는 사업 확대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협은 건강보험제도 개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왜곡 소개해 의료공급자 통제 강화만 시도하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한 예로 정부는 총액계약제 도입이 건강보험제도 개혁의 유일한 방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총액계약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이 제도의 선구자인 독일이 최근 건강보험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대만도 총액계약제를 도입했으나, 이는 1995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이고 도입 순서도 치과-한방-병원-의원 등 시행착오가 발생해도 미치는 영향이 적은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협은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위기의 원인을 의료계에 전가시키기만 할 뿐 근본적인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의료계와 국민들과의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보험 도입 적극 검토
 
의협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본인부담율(41.3%, 멕시코 51.5%)과 보험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 현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OECD 국가 평균의료비가 8.1%에 비해 우리나라는 5.9% 수준이며, 보험료율도 독일 14.4%, 프랑스 13.55%, 일본 8.85%이나 우리나라는 3.94%로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들은 의보통합으로 직장보험의 지불준비금 3조원 소진, 의약분업으로 3조원 추가지출 등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관리능력에 대해 불신하고 있어 보험료 인상보다는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민간보험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밝혔다.
결국, 현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를 땜질식 정책으로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노력을 한다면 건강보험체계 개편의 청사진 마련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취재1팀>
김영숙기자 kimys@kma.org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김인혜기자 inhey@kma.org
이현식기자 hslee03@kma.org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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