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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심평원, DRG제도 내년 도입추진

[기획취재]심평원, DRG제도 내년 도입추진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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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배합금기약품 처방 제한받는다


심사평가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의약분업 이후 급증하고 있는 약제비심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약물사용평가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게 됐으며,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정도를 살펴보고 이를 거르기 위한 전산심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사평가원은 “약물사용에 관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점과 의사와 약사의 역할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해 하루빨리 이러한 제도가 정착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약가분석부 김보연 부장은 “부적절한 약물사용의 문제유형과 크기를 분석해 전산화 범위와 방법을 정하는 등 심사업무의 효율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자 숙명여대 약학대학 신현택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주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처방전 발생 시 경고성 메시지가 뜨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자체개발하거나 또는 청구소프트업체로 하여금 제공토록 권고함과 동시에 사후점검을 위해 심사평가원에서 자동점검 프로그램을 개발해 심사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는 조치를 병행추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사평가원 연구를 맡은 신현택 교수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약물사용평가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 조사대상 약제건수 총 3,200만건 중(서울, 수원지원의 약국의 건강보험 EDI 청구 데이터 대상) 4.87%에서 적정기준을 벗어나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처방전 기준으로는 총 780만건 중 16.8%인 130만건에서 각각 적정기준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용별(약제건 기준)로는 주로 성인·노인·소아 등에 대한 용량기준을 초과한 경우가 많았으며, 약물상호작용상 부적절한 경우가 0.92%인 29만건이며, 이중 위험도가 높은 배합금기약물이 0.02%인 5,500건으로 나타났다.

김보연 부장은 “우리나라에는 약물사용평가를 위한 전산 프로그램이 없는 관계로 미국 First Data Bank(민간회사)를 이용했으며, 주로 조사내용은 최대, 최소용량, 약물상호작용, 특정연령금기, 권장치료기간 등 6개 항목 이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미국기준이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른 부분은 있지만, 약물사용 문화, 용량기준에 대한 전문가 합의 등을 거쳐 기준을 정비하고 새롭게 설정해 평가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약물사용지침과 처방을 관리하는 약물사용평가제도와 더불어 심사평가원의 적정성평가업무를 통해 약물사용결과에 대한 교육홍보, 재평가 등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현택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약물사용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사 및 약사에 의한 약물사용의 주요 결정 단계에서 보다 바람직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업무진행 과정에서 즉시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보조수단 또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은 현실적으로 의사가 약물처방을 스스로 검토해 오류 또는 실수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약물사용과정에 필요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은 약물사용과정의 최종 단계인 약국 약사에 의해 활용될 수 있는 DUR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개발되어 전국의 약국관리프로그램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 DUR 제도 및 시스템이 약물사용의 전 과정(의사의 약물처방, 약사의 조제투약, 보험단체의 약제비 급여결정 등)에 적용되고 있어 약물사용의 적정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약제비 증가가 효율적으로 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사용의 적정화를 기하고자 하는 연구 및 노력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또한 DUR 시행을 제도화하거나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감지하고 판정하기 위한 의약정보 데이터베이스의 확보가 필요하나 이를 위한 약학정보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인프라는 크게 발달하고 있어 만약 DUR 시스템을 위한 의약정보 컨텐츠가 확보되면 DUR 시스템의 개발과 확산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약물사용과정과 관련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은 숙명여자대학교 의약정보연구소에서 미국의 First Data Bank(민간회사), 국내의 (주)팜밴과 함께 산학협동으로 개발한 인트라넷 환경에서 운용될 수 있는 약국용 DUR 시스템이 유일하며, 이미 일부 약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약물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인구에 비해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약물사용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환자의 진단에 따른 약물의 처방 및 조제과정에서 의사 및 약사는 적정한 약물선택, 약물상호작용, 적정용량, 알레르기 약물, 투여금기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사 또는 약사가 처방단계 또는 조제투약단계에서 약물사용의 적정성 및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전산화 업무환경에서 적정기준을 벗어나는 사례를 자동점검해 주며 의사결정에 필요한 전문정보를 바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제공해주는 ‘약물사용관련 지원시스템(decision support system)이 필요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심사평가원이 연구용역을 준 숙명여대 신현택 교수는 숙명여대 의약정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동시에 (주)팜밴에도 관여하고 있어 연구가 공평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현실적으로 DUR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은 물론 심사평가원의 모든 전산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미국의 프로그램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했다.

신 교수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선례를 보아 다양한 형태의 DUR 시스템이 약국 및 의료기관은 물론, 심사평가원에도 보급되어 부적절한 약물사용의 예방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료의 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약제비 증가를 효율적으로 억제해 보험재정의 건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DUR 시스템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약국이나 의료기관의 경우 초기 설치를 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신속한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DUR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투자가 불가피하므로 쉽지는 않은 일이다.

특히 심사평가원의 전산시스템은 진료비를 전산으로 청구하는 중앙 집중형태이므로 사전에 점검한다는 의미보다는 사후관리 측면에서 심사를 강화하는 기능밖에 할 수 없어 DUR 제도 본래의 의미는 크게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이 남아 있는 가운데 심사평가원은 최근 배합금기약품에 대한 파일을 진료비 청구S/W업체에 제공해 자율점검기능을 추가하도록 해 요양기관이 사전에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본격적인 DUR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의협은 의료계 내부의 문제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DUR 제도를 근거로 진료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내부적으로 ‘의료인으로써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의약품’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병행하되, 심사평가원에서 약물사용평가기준 등급을 제정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정작업을 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이 조정작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동안의 심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점검되지 않았던 약물 처방이 앞으로는 전산으로 자동 점검됨으로써 발생하는 진료비 삭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DUR 제도 도입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점검하지 못했던 배합금기약품 사용 등에 대한 자정노력은 물론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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