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3남매의 엄마인 당신은 며느리 입니다.
26년 전부터 그랬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시아버지를 오롯이 혼자 돌봅니다.
10년 전부터 그랬습니다.
간병 기간 동안 당신의 유일한 휴식 시간은
시아버지가 기력이 없다하실 때 병원에 들르는 2∼3시간입니다.
당신은 몇 번을 머리를 조아리며 어렵게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저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몇 시간이나마
병원의 침대에서 나의 환자, 당신의 시아버지를 돌보는 것뿐입니다.
'괜찮아요, 어여 한숨 돌리고 오셔요'
그저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때때로 당신이 오랜 간병으로 지치고 아플 때
'맞아요, 이럴 때 그냥 쉬셔요 잠시라도'
손잡고 등을 가만히 안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의 큰 짐을 나는 다 알지 못 합니다.
다만, 나의 시아버지, 그가 치매를 앓던 시간의 나의 시간과 나의 삶이
당신에게 비쳐 보였습니다.
우린 그렇게 동지가 되었고 전우가 되었습니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로
한 가정의 간병을 맡은 며느리로
그리고 나는 당신의 의사로
우린 같은 질병을 겪어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당신이기에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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