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사라진다
-신흥동 재개발 지역에서
아기 울음도 없다
청소차도 오지 않고
우체부도 오지 않는다
앰블런스 경고음도 없다
다툼들은 유리창처럼 깨어져
숨죽여 옥상에 누워 있고
길 잃은 바람이
주인 잃은 안방에 서성인다
낯붉히던 연탄들 하얗게 숨져 있고
때지 못한 연탄 줄은 묵상 중이다
공가
출입금지 구역
출입적발시 엄벌에 처함
가위, 가위, 가위XXX
긴장을 팽팽히 당기는 붉은 금줄들
버려진 수저와 십자가
쏟아져 발가벗겨진 실핏줄 가득한 화분 속
버려져도 환하게 웃는 아기, 돌사진 틀
아직도 금빛으로 빛나는 트로피
감나무는 잘려나가고
지붕이 날아간다
마당이 없어진다
골목이 사라진다
110년 된 새터말
언덕에 등 붙이고 살던 신흥동新興洞 사람들
마당을 지우고
공중에 대문을 낸다
East city 아파트 단지를 신흥 중이다
은성하던 천변 무허가 도깨비 시장
붉은 깃발이 전설로 펄럭인다
▶충북 옥천 중앙의원장/<시와 시학> 등단/시집 <굿 모닝 찰리 채플린>/<내 마음의 대청호>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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