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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5:07 (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 의지 높이는 두 번째 치료"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 의지 높이는 두 번째 치료"
  • 이혜윤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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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라벤과 같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도움되는 치료제 선택 고려해야
이혜윤 고려의대 교수 고대(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이혜윤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진료를 하다 가장 두려운 순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 중에서도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가 그랬다. HER2 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이지만, HER2 수용체를 이용한 표적치료가 불가해 오랜 시간 동안 호르몬 치료 외에는 특별한 옵션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전이나 재발이 된 환자의 경우 치료 옵션은 더욱 제한적이었다. 1차 치료 후 두 번째 치료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가 더욱 어려운 이유는 비단 치료옵션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환자들의 치료의지가 꺾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이미 전이에 따른 극심한 고통과 여러 차례의 치료 중 겪은 각종 합병증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삶의 질 저하를 심각히 느낀 후다Ⅱ. 그런 그들에게 두 번째 치료에도 똑같이 힘든 경험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고통스러운 내일을 감당하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전이성 유방암의 두 번째 치료는 치료효과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이어야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도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할라벤이라는 약제가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 선별급여 적용을 받았다. 또한, 호르몬수용체 양성이면서 HER2 음성 유방암에 효과를 보이는 CDK 4/6 억제제가 항호르몬요법과 병용요법으로 사용 가능해지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할라벤은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에 우선 권고하는 치료법이다Ⅲ, Ⅳ. 국내에서도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 대한 임상적 유효성과 사회적 요구도를 인정받아 선별급여 승인을 받게 됐다. 할라벤 단일요법은 관리 가능한 독성 프로파일을 지녔으며, 특히 입원 없이 2∼5분의 짧은 투약 시간으로 환자들이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여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치료제로 평가 받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에 많이 쓰이는 독한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독성 조절이 용이한 치료제 사용 시 환자들이 실제 느끼는 편리함은 매우 크다.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 및 독성 문제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할라벤의 경우 투약을 할 때만 잠깐 병원에 내원하는 일 외에 다른 독성 문제로 병원을 추가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원하는 용량으로 충분히 잘 유지할 수 있어 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할라벤은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이 아니더라도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라면 3차 이상에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도 이미 입증돼 있다.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라면 이러한 치료법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낸 <유방암이 내 삶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라는 책을 접했다. 암 경험자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라 가슴에 더 와 닿았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대사이기도 했다던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내일은 뭐 할 거니?" "내일도 살아야지, 오늘처럼"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찾아오는 '내일'을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간절히 소망한다. 이들에게 일상적인 내일이 얼마나 소중한지가 절절히 느껴진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평범한 내일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법을 선택할 때 치료효과를 비롯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치료 기술의 발달로 좋은 치료법들이 지속 개발되고 환자 치료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희망을 잃지 않도록, 또 다시 평범한 내일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의료진들이 잘 상기시켜줬으면 한다. 

Ⅰ Cancer Net. Treatment of Advanced HER2-Negative Breast Cancer. 2014.09.02 Available url: https://www.cancer.net/research-and-dvocacy/asco-care-and-treatment-recommendations-patients/treatment-advanced-her2-negative-breast-cancer
Ⅱ Fleeman et al. Lapatinib and trastuzumab in combination with an aromatase inhibitor for the first-line treatment of metastatic hormone receptor-positive breast cancer which over-expresses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2 (HER2): a systematic review and economic analysis.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15(42). 2011
Ⅲ NCCN. Breast Cancer. Guidelines Ver1. 2019
Ⅳ F. Cardoso et al. 4th ESO-ESMO International Consensus Guidelines for Advanced Breast Cancer(ABC 4). Annals of Oncology 29: 1634-1657,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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