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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없는 진료시대 열린다

차트없는 진료시대 열린다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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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와 종이가 필요없는 디지털병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의사의 처방을 비롯 혈압, 맥박, 체온, 환자의 증상, 수술 및 치료경과 등 모든 진료기록을 디지털 데이터로 관리·검색할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의 출현으로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 것.

EMR의 첫 시험대는 25일 개원하는 분당서울대병원이다.
지금까지의 병원전산시스템이 의사의 처방과 검사결과 데이터를 디지털화한 처방전달시스템(OCS)과 방사선 촬영 필름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구축하는데 그친데 반해 EMR은 병원에서 생성되는 모든 진료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지난 5월 10일부터 진료를 시작한 분당서울대병원은 처방전달시스템(OCS)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연계한 병원정보시스템에다 진료 차트가 필요없는 EMR을 구축, 명실상부한 100% 디지털병원으로 출범한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의료정보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MR을 활성화하려는 지난 4월 1일 보건복지부가 원격진료와 전자의무기록 전자서명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시행하면서 본격화 되고 있다. 이번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으로 법적으로 EMR을 인정받음에 따라 급속한 확산이 점쳐지고 있다.

EMR은 의료정보를 데이터로 저장·관리·활용할 수 있어 진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뿐 아니라 진료기록의 보관·보험청구·처방전 발급 등 업무의 효율성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치열해져 가는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차별화된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EMR의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MR 시스템을 개발한 이지케어텍㈜(대표이사 김성권·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종이가 필요없는 디지털 병원의 계획을 세우고 2년 전부터 100여명의 의료 및 의료정보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분당서울대병원 EMR 시스템은 진료과별로 약 500 여 종에 이르는 의무기록 서식과 22 만여 건의 진료기록을 분석하여 의료진이 가장 선호하는 서식을 개발했으며, 입력하는 질병유형별 원인과 증상은 물론 치료 과정과 경과 등을 데이터로 표준화 했다.

표준화한 데이터를 국제표준코드인 SNOMED, ICNP 등과도 매칭해 놓음으로써 데이터의 국제적인 활용도를 높였다. 특히 EMR을 도입하고자 하는 병원으로 이식이 가능하도록 설계, 한국의 전 의료기관이 서울대병원 EMR로 표준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지케어텍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대로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EMR 솔루션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대병원장과 국립대병원 기획조정실장 모임에서도 이지케어텍이 개발한 서울대병원 EMR을 도입하자는데 상당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정보학계 관계자는 "의사가 집이나 학회에 가서도 인터넷을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진료기록을 병원끼리 교환하여 조회할 수 있게돼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서 동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원가에서는 이미 EMR이 상당수 확산돼 있는 상태다. 초기단계에는 주로 EDI를 이용한 보험청구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전자차트가 EMR의 기능을 보강하게 되면서 확산 일로에 있다. 2002년 5월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실시된 전차차트 활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용년수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69%가 평균 3년 6개월로 나타나 최근 들어 확산일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입력항목은 처방·보험청구·환자정보·병명·처치·증상·생체신호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만한 사실은 전자차트에 입력된 의료정보를 활용해 예방접종 안내·검사결과 통보·치료후 사후관리·건강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차트를 활용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의약품 부작용 조회시스템·전자상거래시스템 등의 기능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러한 기능이 장착된 업그레이드 모델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EMR은 시간이 갈수록 확산 추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문제는 수시로 바뀌는 보험정책과 고시문제에 따른 프로그램 수정·유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EMR 환경하에서 일관성 없는 보험정책이 계속될 경우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전차차트 업체간에 기술표준화가 되지 않아 진료정보의 공유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네트워킹이 가능한 의료정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표준화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지케어텍이 이번에 개발을 완료한 한국형 EMR은 종합병원 이상급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국공립병원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뿌리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MR의 보급은 현재 전체 병원 중 15%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EMR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처음이다.

EMR의 주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의료정보의 공유를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노출된 의료정보 공유의 제한적인 문제점과 비표준화문제를 거울삼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각 의료기관간 진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올해초 동산의료원이 선보인 1, 2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정보 공유시스템은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은 물론 진료정보의 공유를 통한 진료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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