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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 위한 고대의료원 야심찬 계획

'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 위한 고대의료원 야심찬 계획

  • 박소영 기자 young214@kma.org
  • 승인 2017.09.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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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기반에 AI 기술 접목한 한국 맞춤형 정보시스템
"의료 빅데이터 글로벌 시장 선점할 유일한 길" 참여 독려

 
'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 발걸음을 고대의료원이 내디뎠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정밀의료사업단'으로 선정된 고대의료원은 5일 오후 사업단 개소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예고한다.

정밀의료란 환자 진료정보와 유전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관련 데이터에 기초한 맞춤형 의료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이란 진료와 진료지원, 원무 등의 주요 기능을 클라우드기반의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것.

이는 빅데이터 기반의 의료산업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표준화된 EMR 등의 체계가 없어 축적된 자료를 통합·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성공할 경우 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서게 될 전망이다.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장을 맡은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연구부원장은 4일 본지와 만나 "빅데이터에 기반한 이번 사업의 핵심은 참여"라며 특히 국·공립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일답.

정밀의료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빅데이터가 왜 중요한가
환자 맞춤형 의료다. 앞으로는 정밀의료가 미래의학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유전체 정보나 일상생활 데이터, 생활 패턴 등이 축적돼야 한다. 환자마다 잘 걸리는 질병과 효과적인 약이 다른데, 어떤 치료법이 제일 좋은지를 커스터마이징해 찾아가는 게 정밀의료다. 이게 가능하려면 의료 빅데이터가 생성돼야 한다. 질병 발생률과 예방률, 치료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AI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서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사용되나  
심평원 심사엔진부터 암 분석 솔루션을 비롯한 여러 AI 솔루션이 담길 것이다. 이는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대규모 시설장비 비용이 필요하지 않으며 매달 일정 사용료만 내면 된다. 탑재된 여러 솔루션 중에서 이번 달 이용해봤더니 효과가 없는 솔루션은 다음달에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신청만 하면 된다.

병원정보시스템 전체를 그대로 적용해도 되고, 기존 시스템을 바꾸기 어렵다면 암 분석 솔루션이나 AI 솔루션 등 일부 프로그램만 갖다 쓰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개발에 있어 우리나라만의 강점이 있나
참여 세부단체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있다는 점이다. 전 국민 청구데이터에 각 병원에서 실제 환자를 진료했던 임상데이터를 합치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청구데이터에는 환자들의 검사내역은 뜨나 자세한 내역은 없다. 때문에 각 병원에서 나오는 실제 치료 데이터를 합할 때 진가를 발하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전국민 단일보험인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환자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한데, 어떻게 대비할 계획인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블록체인은 의료정보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이력을 계속해서 기록한다. 한 곳의 서버에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서버로 분산돼 저장된다. 다른 기록이 함께 활용되면 또 분산돼 저장되므로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위·변조를 하려면 데이터가 분산된 모든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얻는 이득보다 해킹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커져 사실상 시도되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 개발·참여로 병원과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무엇인가
발생한 수익을 나눠갖거나 신약임상에 먼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암환자가 자신의 질병내역과 유전체 정보 등을 사업개발에 쓰도록 동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이 환자가 특정 신약임상에 적합한 환자군으로 분류된다면 이 환자는 이런 알림을 스마트폰을 통해 받을 수 있고, 임상참여도 가능해진다. 내가 병원에 준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추적 가능하다. 만일 내 암치료 정보가 AI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활용된다고 할 경우 소정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창출된 수익을 해당 환자가 속한 병원이 함께 나눠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병원이 진료로만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니다. 크게 발전하려면 결국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연구를 해야 하고, 그렇게 수익을 내야 한다.

사업단에서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보급한다면 기존 개발업체들은 사라지나
아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시스템은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open-API)이기 때문에, 현재 일차와 이차의료기관을 타깃으로 하는 작은 HIS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자체 모듈을 개발하고 UI만 바꾸면 될 것이다. 개별 업체들이 만드는 HIS의 경우 최신 심평원 심사지침 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진 않는데, 이같은 점이 개선될 것이다.

시스템 개발이 가져올 병원 문화 변화는 어떤 게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연동되는 관련 앱을 만들어 환자에겐 편의를, 병원에겐 수수료 절감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앱을 통해 환자는 어떤 약 처방과 검사, 처치가 이뤄졌으며 병원비는 얼마인지 자동으로 알 수 있다. 여기에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처럼 지불연동 기능을 넣어, 앱에서 바로 결재하고 처방전은 약국으로 전송하는 시스템도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처럼 10분, 20분씩 계속해서 수납을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병원의 경우 카드결제 한 건당 80원씩을 지불해야 하는데, 앱으로 결제하면 이같은 추가지출이 사라진다. 일차의료기관의 경우 병원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 매달 평균 5∼10만원을 내는데, 이같은 비용이 절약될 것이다.

대량 데이터 획득을 위한 참여가 관건이다. 왜 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효율적인 예산운용과 의료 선진국으로 앞서나갈 기회를 위해서다. 현재까지 81개 기관에서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최소한 30∼40%는 들어와야 의미 있는 데이터가 모일 것으로 본다. 권역별 국·공립대학병원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싶다.

병원정보시스템은 10년 주기로 업그레이드되는데, 이제 다른 상급종합병원들도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하는 시기다. 지방 국공립병원 역시 10년에 한 번씩 바꾸려면 최소 몇백억원이 든다. 관련 예산을 기재부에 요청해야 할텐데,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을 사용하면 사용료만 내면 돼 병원도, 기재부도 재정운용에 효율적일 것이다.

이 사업이 현재의 몇몇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데서 끝나면 우리나라가 4차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시장의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이제 의료 빅데이터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앞서 나가거나,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할 유일한 길이 바로 이것이다. 단지 국가과제로 끝나버리면 우리는 굉장히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 반드시 참여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성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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