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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곤증 때문에 졸음운전? 수면질환이 원인일수도

식곤증 때문에 졸음운전? 수면질환이 원인일수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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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10명 중 4명 졸음운전 경험...아차하다 대형사고로 이어져
정기영 교수, "직업 운전자, 의사에게 수면질환 치료 받도록 해야"

정기영 교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마찬가지로 위험성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계몽운동은 물론 직업 운전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버스는 앞차와 간격이 좁아짐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추돌하고 수십미터를 더 진행했다. 지난해에도 관광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졸음운전은 음주운전과 함께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전자 400명을 대상으로 졸음운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주일 간 10명 중 4명이 졸음운전을 경험했으며, 그 중 19%는 사고가 날 뻔한 '아차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이다.

이와 관련 대한신경과학회 의무위원을 맡고 있는 정기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졸음운전 사고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특히 직업 운전자는 수면무호흡증후군이나 기면증과 같은 수면 질환에 대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며, 선별 검사에서 수면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의사를 만나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졸음운전시의 운전자의 의식 상태는 수초에서 수십초동안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지 못하며, 반응을 전혀하지 못하는 수면상태로 소위 미세수면(microsleep) 상태가 된다.

다시 말해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의 운전자가 10초 정도만 미세수면상태가 되더라도 약 280m를 무의식중에 달리게 되는 것.

게다가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회피반응이 없게 되고, 따라서 인명사고를 동반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사율도 일반 교통사고의 2배나 된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간(2012∼2014년) 고속도로 사고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942명)의 10.8%인 102명이 졸음운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졸음운전 치사율은 16.1명으로 전체 고속도로 사고 치사율 9.1명보다 약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졸음운전은 대형사고 위험이 높고, 사망률이 다른 원인에 의한 교통사고 보다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통계는 본인의 진술이나 정황에 의존해서 원인을 추정해야 하고, 혈중 알코올농도 처럼 현장에서 시행 가능한 객관적인 검사 방법이 없으며, 졸음운전이 하나의 주요 원인항목으로 되어 있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교통안전공단에서는 설문조사에서 졸음운전의 제일 흔한 원인으로 피로누적 및 식곤증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피로 및 식곤증은 대부분 수면부족 혹은 수면장애에 기인하는 것으로 수면이 가장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수면시간 보다 4시간 부족하면 혈중 알코올농도 0.04%에 버금가는 정도로 졸립고 수행력이 떨어지며, 한숨도 자지 않으면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9% 보다 2배 정도 수행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힌 뒤 "수면 부족은 음주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고덧붙였다.

따라서 "졸음운전은 단순히 피로가 누적되어서가 아니라, 수면 부족 혹은 동반된 수면 질환에 의해서 초래됨을 인식해야 하고,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거나 수면 질환을 적절히 치료받음으로써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상업적 대형차량 운전자에 대해서 운전적성 검사에서 폐쇄성수면무호흡증후군이 있는 경우 부적격으로 간주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없다면 운전을 할 수 없으며, 영국에서는 수면무호흡증후군을 진단받을 경우 교통 당국에 신고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다가 이 질환과 관련된 사고에 연루됐을 경우 1000 파운드(한화 약 14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는 아무리 잠을 많이 자더라도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돼 졸음운전으로 이어지므로 반드시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면장애는 졸음운전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캠폐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고, 직업 운전자의 경우만이라도 수면무호흡증후군이나 기면증과 같은 질환에 대한 선별검사를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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