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특약형 개편 보름 앞두고 가입자 늘리기 급급
의료계 "잘못된 상품설계 반성 없이..." 싸늘
인터넷 블로그 및 카페에는 '4월부터 실손보험 보장내용이 바뀐다.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변경 전에 알아보는 걸 추천한다'는 광고성 글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실손보험, 4월'로 검색하면 20만건에 달하는 글이 쏟아진다.
'4월부터는 특약 추가시 보험료가 올라간다. 특약은 자기부담금이 기존 30%로 늘어났다. 현재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모두 가입해야 한다'는 강경한 문구도 눈에 띈다.
어느 보험비교 사이트는 '4월 실손보장 축소 전에 실손과 암보험을 동시에 비교해보라'는 광고메일까지 발송하며 적극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자신들은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에 동조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한 곳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보장축소로 인해 4월 보험료 인상이 예정돼 있다'라며 사실상 가입을 권유하는 모양새다.
A보험사 관계자는 "'앞으로 다시는 가입 못할 실손'이란 콘셉트의 절판마케팅으로 영업을 독려하는 건 맞다. 4월 이전에 판매하는 게 결과적으로 손해율을 더 높이지만 일단은 팔고보자는 것"이라며 "어차피 보험사에서도 영업채널과 보상채널은 나뉘어져 있다. 이달 실적부터 올리자는 게 영업입장"이라고 밝혔다.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결국은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금융당국이 경영부실 등을 우려해 본래 100% 보장해주던 실손보험을 앞으로는 90%까지만 보장해주겠다고 발표했을 때다. 당시 보험사들은 앞으로는 보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대대적인 절판마케팅을 벌였고, 이는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여 보험료 인상이란 악순환을 불러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130%까지도 치솟은 손해율 원인을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와 국민들의 과잉이용로 돌리며 책임을 떠넘긴다. 자신들의 잘못된 상품설계와 마구잡이식 판매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다"라며 "보험사에 손실만 안겨주는 상품을 왜 절판마케팅까지 하면서 파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오는 4월부터 실손보험은 기본형과 특약형으로 분리, 현재는 모두 보장되는 MRI와 비급여 주사제, 도수치료 등이 특약으로 빠진다. 특약의 경우 치료비의 70%까지만 보장된다. 횟수 제한도 생겨 비급여 주사제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은 연 50회까지만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