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차이·데이터 부족 등 표준·과학화 걸림돌 '산재'
한의계, "마음은 급한데 넘어야 할 산 너무 많아" 자성
대한한의사협회가 다빈도 질환에 대한 한방 임상정보 표준화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세계 시장 진출 발판으로 삼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28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공동 주최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한의임상정보화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선 한방 임상정보의 표준·과학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의계에세조차 한방 표준·과학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 장애가 크다는 지적이 봇물 터지듯 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세계가 인정하는 현대의학이자 미래의학인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표준화와 과학화"라며 "이를 위해 산재한 임상 결과를 결집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치료 및 처방 패턴과 결과를 통해 표준화와 과학화를 위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한방 표준·과학화가 쉽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대부분이 1차 의료기관인 한의과의 현실에서 다양한 임상 결과와 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부족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그는 "현대 의학에서는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다. 한의학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한의학의 현대화 노력이 부족했던 반성과 함께 국민이 한의학을 잘 이해하는 것을 토대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 이상으로 발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발제를 통해 한의계는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을 이용한 한의 고서의 분석 및 활용, 임상 빅데이터의 수비 및 활용 방안, EMR 기반의 빅데이터 활용 방법, 중의학의 예측 가능한 분석 등에 대한 방안들을 공유했다.
그러나, 한방 표준화와 과학화의 기본 전제인 통일된 진단과 처방, 효과는커녕 관련 용어조차 통일되지 못한 상황과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포럼 취지가 바랬다.
또한 "한의사들 스스로 한방 진단, 한약·침 처방, 경혈 정보 등 한방 빅데이터 공개를 꺼리고 있다"면서 "한방 표준화·과학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창업 가천대 한의대 교수는 더욱 본질적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의학 데이터에는 '옥석'이 혼재한다"면서 "한의계 내에서 용어·정보 등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많고,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많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혁신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한방 표준화·과학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의사 개개인들인 표준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학파별로 다른 방식의 변증을 인용하고 있어 학파별 변증을 통일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일단 표준화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자유로운 의견수렴을 통해 보정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수집되는 정보는 중립적인 생체 기반 정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수 을지대 의료IT마케팅학과 교수의 현실 인식은 더욱 과감했다. 그는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현실 역시 그렇다"면서 "그렇지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통해 경험에 의한 자기 학습으로 동의보감을 뛰어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의학 보감이 개발된다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