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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 곳에 가고 싶다

[신간] 그 곳에 가고 싶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11.0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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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지음/북랩 펴냄/1만 3800원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 예순을 훌쩍 넘겨 30여년간 이 땅의 의사로서 살아왔다. 삶의 고단함 속에 불현듯 진료실 창밖 너머로 옮긴 눈길에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잃고 사는 것들에 대한 회한이 묻어난다.

조급증에 빠져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분주하게 발길을 옮기는 군상들은 창밖으로 펼쳐진 들판의 한적한 여유로움도, 하늘과 나무와 꽃의 아름다움도 외면한 채 불안만 가득하다. 그렇게 애써 겨우 도착한 목적지에는 허무뿐인데도….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이주성 원장(인천 부평·이주성비뇨기과의원)이 삶의 단상들을 모은 세 번째 수상집 <그 곳에 가고 싶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앞만 보며 달려온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과거의 한가함과 여유를 돌아보고 우리들의 남은 삶들을 생각하는 멈춤의 시간들이 되기를 서원한다.

집 앞에는 포도나무와 참외·수박·딸기밭이 있고, 집 뒤로는 동산이 있어 나무에 그네를 매고 별과 구름과 바람을 맞았다. 여름에는 메뚜기를 잡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며 연을 날리던 기억도 살아난다.

냇가에서는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소라잡고 물장구 치던 추억도 돋아난다. 집에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40여분을 걸어야 했던 학창시절과 지금은 흔적 조차 가물한 흙길의 흔적도 아련하다. 수십년이 흘러도 그 때 그 산길과 흙두덩이는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농촌과 산속 빈터가 있는 도시 외곽에서 흙벽돌을 짓고 살던 유년시절과 도시 빈민으로 서울 전역을 떠돌던 청년시절을 지나 결혼 이후에는 아파트에 갇혀 30여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까지…. 저자는 사라져 버린 옛것들이 안타깝다. 시대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그럴수록 지나온 것들에 대한 애착은 깊어간다.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고픈 절규. 그는 지금 돌아가고 싶다.

네 개 단락의 열쇳말은 그리움·가족·삶·진료실에서 등이다. 네 가지를 얼개로 모두 마흔 두 편의 살아왔고, 살고 있는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 놓았다. 조금은 부족하고 뒤처져도 결코 불안에 잠식되지 않는 영혼의 자양분이 이 곳에 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며 실패만 거듭해 온 사람의 슬픈 고백이면서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황혼의 이야기입니다. 사라진 옛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도시화를 절망하다가 느낌 감정들을 썼습니다."

저자의 고백이다.

그리움 속에는 언제나 그렇듯 따뜻한 마음이 흐른다.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외경과 다른 이를 배려하고 축복하는 가난한 마음이 마흔 두 편의 이야기 전편에서 온기로 다가온다.

책 제목이 된 글 '그곳에 가고 싶다'는 김훈의 <자전거여행>에 등장한 김용택 시인과 마암분교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그 곳에서 햇볕냄새 나는 뒤통수 가마와 고소하고 비릿한 향내 머금은 머리카락을 지닌 채 나무와 꽃과 계절과 함께 저절로 큰다.

저자의 바람은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세상의 악과 문화에 용해되지 않고 사회의 모순을 이해하며, 왜곡된 세상을 자신의 어릴 적 놀던 순수한 세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고뇌를 짊어진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다(☎ 02-2026-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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