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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신간] 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11.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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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코머 지음/윤진 옮김/MID 펴냄/1만 5000원

 
방송 기자이자 앵커인 아내는 어느날부터 남편의 이상 행동을 느낀다. 평생을 사랑하며 살아온 관계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낯선 이'가 끼어들었다. 이상 행동이 나타난 후 2년이 지난 후에야 내려진 진단은 조발성 알츠하이머형 치매. 그 때 남편의 나이는 58세였다. 아내는 그 후 20년간 치매 환자의 보호자이자 간병인으로 온 몸으로 알츠하이머에 맞섰다.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 감내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감 있게 대처하고자 노력했던 경험, 스스로에게 또는 사회에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을 세상에 풀어 놓았다.

메릴 코머가 쓴 <낯선 이와 느린 춤을>이 우리글로 옮겨졌다. 저자는 1980년대 방송 여성기자 첫 세대로 기자·제작자·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했으나, 남편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이후 간병을 위해 일을 그만두고 19년간 남편 곁을 지켰다. 이들의 이야기는 <워싱토니언> <모어> 등의 잡지에서 다뤘고,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 ABC에서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됐다. 저자는 현재 제프리 빈 알츠하이머병재단 CEO로 활동하며 알츠하이머병 조기 발견과 예방에 힘쓰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인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수는 4400만명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령화로 인해 68초마다 치매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진단조차 받지 못한다.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도 70만명에 이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실상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치매환자를 바라보는 가족과 지인들은 고통스럽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인가.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억은 사랑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우리는 어디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수많은 해답없는 질문 속에 몸과 마음의 상처는 깊어간다.
치매는 가족의 일상을 망가뜨린다. 가족 가운데 치매환자 간병을 겪어본 이들은 말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치매환자가 되는 것이지만, 두 번째 두려운 것은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라고….

저자 역시 "내가 남편과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겪었던 모든 일들을 사랑하는 내 아들이 나를 위해서 겪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저자는 머릿글에서 이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 "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파괴력을 직접 목격한 나같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쓴다. 바로 우리 앞에 우리 안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하며 의사에게, 성인이 된 우리의 아들딸 세대에게, 그리고 손자손녀에게 책에 담긴 의미를 설명한다. 그 가운데 의사에게 남긴 말이다. "의사들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진단을 꺼린다. 하지만 의사들의 그런 처신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환자의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그들을 혼란스럽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치매 환자들과 인생의 마지막 정리를 하고 대화를 나눈 기회를 놓쳐버린다. 환자들이 생각할 능력을 잃어 버리면 그 땐 이미 늦는다."

강동화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환자 가족이 알츠하이머병에 어떻게 마주할지 가르쳐 준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듯 사랑하는 이와 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이 춤이 끝날 때까지…"라고 말했다.

홍영재 연세의대 총동창회장(서울 강남·홍영재산부인과의원)은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려면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뇌건강이다. 배우자에게 불시에 찾아온 알츠하이머병을 20년동안 의연하게 대처한 저자의 경험담은 뇌 건강에 관심을 두는 모든 이들에게 예방에 더욱 힘쓸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모두 열 두가지 이야기로 짜여진 이 책은 ▲초기 신호 ▲달라진 현실 ▲두 세계 사이 ▲소통 불가 ▲다루기 힘든 환자 ▲달라진 풍경 ▲검은 옷만 입다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실상 ▲메일이 전송됐습니다 ▲신체가 뇌보다 오래 살다 ▲나도 반복하게 될까 등으로 20년간의 여정을 풀어간다(☎ 02-704-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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