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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후려치기, 뒤처진 기술..."중국도 견학 안 와"

가격 후려치기, 뒤처진 기술..."중국도 견학 안 와"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11.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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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비 나와도 가격은 차이 없어 도입은 언감생심
일본·홍콩은 4세대 카테터 쓰는데 우리는 2세대도 겨우

▲ "기술진입 장벽 때문에 새로운 장비와 테크놀로지를 아예 구경조차 못 한다"고 혹평한 김영훈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부정맥 치료분야엔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등장한다. 그런데 한국은 순발력이 떨어진다. 신의료기술 평가 프로세스가 말이 안 된다. 6개월, 1년이 쉽게 넘어가지 않나. 차근차근 계획을 수립해 한국만의 데이터를 만들고 쓸모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 적용을 확대해야지 아예 쓰지도 못하게 한다면 한국이 커가겠나."

김영훈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의 한숨이 깊었다. 지난달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대회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학회를 마친 김 교수는 "지친다"고 말했다. "학회가 잘 끝났고 평이 좋았던 건 기쁘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기술을 써봤더니 치료 효과가 어떻게 나아졌다는 데이터 발표는 없었다.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도 했다.

그는 10월 31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부정맥 치료기술은 태국 수준"이라 혹평하며 "기술진입 장벽 때문에 새로운 장비와 테크놀로지를 아예 구경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홍콩에서는 이미 4세대 카테터를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세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것이라 했다.

김 교수는 "의료기기 회사에 왜 한국만 늦냐고 따지면 자기들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가격이 안 맞아 수출을 못하는 것이다. 심평원은 4세대 최신장비도 기존 2세대와 같은 가격을 쳐준다. 심지어 90% 가격을 부를 때도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연구개발을 투자한 장비를 한국에서만 싸게 팔라고 하니 하겠는가"라며 "이런 이유로 못 쓰는 장비가 부정맥 분야에서만 적어도 7∼8개는 될 것"이라 설명했다.

새로운 기기를 쓸 여건이 안 돼 해외에서 견학조차 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8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우리 랩에 한 달에 두 번씩 와서 배우고 갔다. 지금은 중국에서도 안 온다. 기술이 뒤쳐지니 올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라 한탄했다.

그는 "완전히 답답하다. 복지부든 심평원이든 의료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의료기기 회사 편을 드는 게 아니다. 최소한 합리적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 최신 부정맥 치료 데이터가 없다. 이래서 아시아를 리딩할 수 있겠나" 김영훈 교수(고대안암병원 심장내과)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격의료에도 거침 없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페이스메이커 등을 착용한 부정맥 환자들에겐 심부전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제주도 환자도 서울에서 약을 조절할 수 있다"며 "1년, 2년씩 지켜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초진 환자가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할 수 있는 대형병원이 대한민국에 몇 개나 되겠나"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격'이란 단어만 나오면 아무 것도 못하지 않나"라며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 최신 부정맥 치료 데이터가 없다. 이래서 아시아를 리딩할 수 있겠나. 이번 학회를 진행하며 절실히 느꼈다"고 고백했다.

"도쿄대 좁은 강의실에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직접 분필로 써가며 설명하던 걸 들었던 사람들 중 일본 최초의 노벨수상자들이 나왔다. 그때 그 자극이 오늘의 일본과 노벨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극의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데…."

내내 "걱정된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라던 김영훈 교수가 끝내 말끝을 흐렸다. 5년 후, 10년 후 한국의 부정맥 치료수준 생각하면 앞이 깜깜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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