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6:29 (금)
"제네시스 두고 아반떼 타라는 게 한국 의료 현실"

"제네시스 두고 아반떼 타라는 게 한국 의료 현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9.03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능 좋아져도 가격은 10년 전 가격으로 '후려치기'
희귀질환 치료 장비 개발돼도 저수가로 수입도 못해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수술기구가 개발돼 있음에도 터무니없는 저수가로 수입조차 어려운 실정이 지적됐다. 이러한 기구 일부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용이 보편화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준 서울의대 교수(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는 2일 열린 제10회 희귀질환 국제심포지움에서 "희귀질환 치료로 쓰이는 수술기구 중 저수익성 기구는 수지타산이 안 맞아 생산과 공급이 어려우며, 고가의 기구는 저수가 시스템으로 인해 도입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 조태준 교수(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의협신문 박소영
심포지움 직후 본지와 만난 조 교수는 "저수익성 수술기구는 국내 업체들도 생산을 기피한다. 업체에 애걸복걸해 간신히 수술하고 있다. 소량 생산해 '교수님 수술에만 보급해 드린다'는 제조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제품이 개발돼도 가격은 그대로다. 성능은 좋아졌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년 전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려 하니 수입사는 수입을 못하고, 국내사는 제조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런 문제로 꼭 필요한 장비 2개가 수입되지 못한다고 했다. 다리 길이를 늘려주는 '프리사이스'와 휜 다리를 펴주는 '테일러 스페이셜 프레임'(Taylor Spatial Frame, TSF)이다. 그래서 TSF 대신 비슷한 기능의 '일리자로프'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TSF와 일리자로프간 성능 차이는 제네시스와 아반떼로 보면 된다. 학회 차원에서 TSF 수입을 수 차례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냥 아반떼 타라는 거다. 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한 심평원의 노력은 알겠지만 희귀질환에는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제도적 폐해는 효과적인 치료를 못하는 건 물론 한국을 '의료 후진국'으로 후퇴시키는 문제까지 가져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교수는 "전 세계 선진국은 다 TSF를 쓴다. 언젠가 이스라엘 의사와 이야기했더니, 거기서도 일리자로프는 러시아에서 막 이민 온 유태인만 쓴다고 했다. 일리자로프는 그런 (뒤처진) 장비다. 한국이 첨단 의료 선진국이라 자랑하면 뭐하나, 다 일리자로프만 쓰는데. 부끄러워서 이스라엘 의사 앞에서 아무 말도 못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