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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너무 낮아서..." 치료재료 수입 '중단'

"수가 너무 낮아서..." 치료재료 수입 '중단'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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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폐기 캐뉼라 8개 제품 공급 전면 중단
좋은 신제품 수입 엄두 못내...환자 피해만

의료기기업체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치료재료의 수입 중단을 고민하고 있거나, 이미 중단을 통보한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건강보험 치료재료 상한금액이 낮다보니, 치료재료의 수입 원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뉼라, 8개 제품 공급 중단...15년전 가격 그대로

치료재료업체에 따르면, 인공심폐순환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재료인 '캐뉼라'가 최근 8개 제품 공급이 중단됐다.

인공심폐기는 심장병 수술에서 심장박동을 정지시키고, 심장이나 폐의 일을 대신하는 장치를 뜻한다.

이 인공심폐기의 대정맥에 캐뉼라를 삽입해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혈을 인공심폐기로 받고, 이 혈액을 인공폐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산소를 공급하고 동맥혈로 만들게 된다. 이후 캐뉼라는 혈액을 펌프의 힘으로 밀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공심폐기를 사용하면 수술 중 심장이 정지해도 온몸에 동맥 혁액을 원활하게 공급해 주요 장기가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해 8개 제품은 공급을 할 수 없게 됐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지금 캐뉼라의 건강보험 책정은 15년전에 이뤄진 가격 그대로"라며 "그러다보니 업체들은 더이상 손해볼 수 없다는 판단하에 공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캐뉼라는 국내에서 2만원에서 최대 24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게 책정됐다. 해외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일본은 44만원, 호주 35만원 등으로 한국의 캐뉼라 최대 가격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공급중단을 결정한 과거 제품은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수입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신제품의 경우에도 공급가격이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은 보험등재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가치평가를 요청할 수 있지만, 캐뉼라의 경우에는 가치평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캐뉼라는 심장수술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일반 제품과 달리 캐뉼라의 성능만을 위해서 임상진행을 할 수 없는 제품"이라며 "가치평가를 신청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 특히 가치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기존 낮은 보험가격으로 인해 제대로된 원가를 보장받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직판막, 해외보다 낮아...10년전 제품 공급하기도

건강보험 등재 가격과 차이가 나는 제품은 캐뉼라 외에도 또 있다. 판막치환술에 사용하는 '조직판막'으로, 이 제품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조직판막은 건강보험에서 243만 7980원으로 책정됐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은 5640달러(697만 4424원), 일본은 이종대동맥형이 80만 9000엔(888만 7027원), 이종심막형 1형이 71만 6000엔(786만 5404원), 이종심막형 2형이 95만 3000엔(1046만 8896원)으로 한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대만역시 4983달러(616만 483원), 호주 5000달러(618만 1500원) 등으로 파악됐다.

▲ 조직판막 국가별 가격 비교

특히 한국의 책정 가격은 15년전에 이뤄진 그대로다. 이렇다보니 한국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다. 업체의 경우에는 10년전 제품을 그대로 공급하는 일도 있다.

B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8개사 제품이 수입되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은 신제품이 나와도 수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아무리 좋은제품이 나오더라도 국내에서는 못쓰는 실정으로 국민들만 피해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 나사못, 가격 계속 떨어져...국내시장 포기 고려

정형외과의 골절에 쓰이는 '나사못'의 경우에는 치료재료 가격이 기존 2만 7000원에서 현재 1만 9000원까지 떨어졌다. 가격은 계속 내려가면서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 제품이 나와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C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개복수술법에서 최소침습수술로 바뀌면서 사용하는 나사못도 달라졌다. 좋은 부품이 들어가고 좋은 품질로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라며 "그럼에도  심평원에서는 기존 제품과 같은 가격으로만 책정하다보니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원가에도 못미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고 기존제품을 토대로 일괄 적용만 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감기약도 효과에 따라 다른데, 치료재료에 대한 차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의 독립적 가산평가 제도는 혜택 받는 업체들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가산을 받더라도 기존 제품의 2% 비율에 불과하다. 가치평가는 최대 50%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됐지만, 아직까지 50%인상을 받은 제품은 없다.

예를들어 기존 제품이 100원이라면 2% 가산을 받아 101원 수준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C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다보니, 독립적검토 받으려고 시간낭비 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게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치료재료의 기술은 높아져가는데, 정부에서는 단순히 재정만 생각하며 제한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승호 세인트쥬드메디칼 이사는 "의료기기는 빠르게 최신기술을 도입한 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이미 허가해 사용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허가부터 건강보험 급여 평가, 신의료기술까지 다 거쳐야 하고, 건강보험 실정에 맞춘 가격으로 조정해야 하면서 어려움이 많다. 결국 신기술은 '구기술'이 돼버린다"고 비판했다.

결국 시간과 비용적인 손해를 입게 되면서 한국의 제품 출시를 꺼리게 된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외국에서는 보험적용을 다 할 수 없는 만큼, 일부는 보험적용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도 의료진과 환자가 신기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건강보험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한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회서도 실태 파악...심평원에 '문제제기'

이런 문제에 대해 학회에서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최근 대한부정맥학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등에서는 치료재료의 실태를 파악했으며, 각 업체들의 제품 가격을 확인하고 나섰다.

문석환 흉부외과학회 보험이사는 "그동안 이런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단순히 해외 제품과 비교하기만 했다"며 "치료재료들이 실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며, 해외의 제품가격과 비교해도 30~50%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문 이사는 "개선된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면, 오래되고 질이 떨어진 제품만 사용하게 되면서 결국 국민만 피해보게 된다"며 "학회도 치료재료에 대한 문제를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심평원에 직접 건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조적인 치료재료의 문제인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문 이사는 "법 개정 없이는 치료재료 문제는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고 피해보게 된다. 업체들은 수입해봐야 타산이 안맞기 때문에 수입조차도 안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다보면 국산 제품 개발조차 꺼려지게 된다. 기능이 개선될수록 제대로된 제품의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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