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피도 눈물도 없이...유족에게라도 받아낸다

피도 눈물도 없이...유족에게라도 받아낸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16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연금공단, 사망 원장 부인과 자녀에 919만원 배상 승소
법원 "뇌출혈 조속한 진단·치료시기 놓쳐...주의의무 위반"

▲ 서울고등법원
국민연금공단이 사망자 가족에게 지급한 유족연금을 의료기관장의 유가족에게 받아내기 위한 소송에 참여, 승소한 사건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뇌출혈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A씨 가족(부인 B·자녀 C·자녀 D)이 E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하는 망인 ▲▲▲의 부인 E씨와 자녀 F·자녀 G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나2060403)에서 3375만 6882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손해배상 소송 승계 참가인인 국민연금공단에 대해서도 919만 7878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3년 3월 1일 18:00경 혈중알콜농도 0.32% 상태로 알콜의존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B건강의학과의원에 입원했다. A씨는 3월 2일 00:50경부터 06:30경까지 계속 구토와 토혈을 하고 스스로 토사물을 치우는 등의 이유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07:25경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병원 중앙홀 바닥에 앉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뒤로 쓰러져 발작 증상을 보였으며, 07:35경 상체를 일으켜 기대에 앉을 수 있는 상태였다. A환자는 10:00경 구토 및 토혈 등의 문제로 인근에 있는 의원에서 내시경 검사 결과, 출혈성 위염·식도염·지방간·알코올성 간염 및 심근염(의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15:56경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금단 증세를 보이자 ◇◇◇건강의학과의원 의료진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침대에 눕히고 양 손목과 발목을 끈으로 묶어 고정시켰다. 3월 3일 00:00경 의식 저하·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자 03:30경 H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03:45경 H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A씨는 정수리 왼쪽 부분에 멍이 들어있었으며, 의식이 없었고, 흉부 자극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03:55경 맥박이 촉진되지 않자 심폐소생술 실시 후 04:01경 자발순환을 회복했의나 CT검사 결과 뇌출혈·경막하혈종·심한 뇌부종 등의 소견을 보였다.

05:20경 중환자실로 옮겼다가 A씨 집 근처에 있는 I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외상성 뇌경막하 출혈 등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013년 3월 8일 18:56경 사망했다.

E건강의학과의원장의 가족은 "2013년 3월 2일 07:25분경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진 것에 불과해 그로 말미암아 두부 외상을 입었다고 볼 수 없고, 병원에 입원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입원 당시 신체검진 결과 외상 등은 확인된 바 없는 점, 망인이 바닥에 쓰러질 당시 충격이 미비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금단 증상인 혈압 상승·땀 흘림·심계항진·떨림·경련·환각·의식 저하 등이 뇌출혈 증상이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급성 경막하 뇌출혈은 대부분 외상에 의해 발생하고, 강한 직접 외력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미한 직접 외력 또는 간접 외력에 의하여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힌 뒤 "노년층과 만성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도 경막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금단 증상에 따른 갑작스런 발작으로 정신을 잃고 쓰려졌을 경우 망인의 상태를 계속 주의깊게 관찰·감독하면서 구체적인 증상에 따라 예상되는 질환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07:25경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두부 외상에 따른 뇌손상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3월 3일 00:00경 다시 의식 저하를 보였을 때 통상적인 금단 증상으로 속단한 채 2시간 40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외상성 뇌손상 발생 사실 또는 가능성을 신속히 감지하지 못해 조속한 진단 및 응급치료를 놓친 의료상의 질못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이 규정한 대위권을 들어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 원고측과 함께 소송 승계자로 참여했다.

연금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하여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지급한 때에는 그 급여액의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수급권자를 대위(代位)하고 있다.

A씨가 갑작스레 사망하자 E건강의학과의원장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5월 3일 부인 E·자녀 F·자녀 G를 남겨 두고 유명을 달리했다.

연금공단은 A씨 가족에게 유족연금으로 1377만 8980원을 지급한 데 대한 대위권을 E건강의학과의원장의 부인과 자녀를 상대로 행사, 919만 7878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을 받아냈다.

원고의 부인 B씨와 피고의 부인 E 사이의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3/4은 원고가 1/4은 피고가 부담토록 했다. 승계참가인과 피고들 간의 소송비용은  1/3은 승계참가인이, 2/3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으며, 원고의 자녀 C· 자녀 D와 피고들 사이의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정리했다.

이번 사건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학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증상이 유사한 알코올 의존증과 뇌출혈을 구별 진단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고, 노인 및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작은 충격에도 두부 손상이나 혈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두부 X-선 촬영이나 뇌 CT 촬영과 함께 뇌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법 해석상의 진단 및 치료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법 판결에 불복한 피고측은 대법원에 상고(2016다232986), 상급심의 최종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