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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물리치료하다 화상..."병원 7400만원 배상"

적외선 물리치료하다 화상..."병원 7400만원 배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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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억제제 환자에 적외선 치료 '화상'...수차례 수술했지만 악화 '발목 절단'
서울고법 "기왕병력 간과한 채 치료...예의주시 못한 의료진 주의의무 위반"

▲ 서울고등법원
아무리 위험성이 적은 의료행위라도 환자의 기왕증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후유증이 발생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병원에서 화상을 입어 결국 족부 절단술까지 받은 A환자가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2014나2001308)에서 748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의료재단의 손해배상책임은 60%로 제한했으며, 소송비용의 3/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토록 결정했다.

1994년 23세 때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A환자(1971년생)는 2009년 9월 25일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 및 췌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2011년 2월 21일 우측 상견갑부 통증·우측 팔 저림 등의 증세로 B의료재단이 운영하는 B병원에 내원한 A씨는 목의 신전 및 좌측 회전운동에 제한이 있고, 일자목과 4-5번 경추간 디스크 탈출증 소견으로 물리치료를 받았다. A씨는 내원 첫 날 B병원 의사에게 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기왕병력을 알렸다.

불행이 시작된 건 B병원 물리치료사가 2월 23일 물리치료를 시행하면서 경부 및 어깨 외에 양쪽 발등 부위에 적외선 치료를 시행하면서부터.

A씨는 2월 24일 집에서 양쪽 발등에 수포가 생긴 것을 확인, 약국에 다녀왔으나 물집이 더 크게 잡히며 부풀어 오르자 B병원을 찾았다.

B병원 의사는 양쪽 발등에 2도 화상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소독과 드레싱을 계속했다. 우측 발등 화상 부위는 많이 호전됐으나 좌측 발등 부위에 괴사성 조직 소견이 확인됐다.

B병원에서 의뢰를 받은 C대학병원 성형외과 의료진은 3월 3일 우측 발등에 4×3cm와 6×3cm 두 군데와 좌측에 12×3cm 한 군데의 화상부위를 확인하고, 드레싱과 함께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했다. 3월 7일 양쪽 화상 부위에 형성된 가피와 괴사 조직에 대한 변연절제술과 음압 창상 드레싱을 시행했다.

하지만 한 번 괴사된 상처는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월 18일부터 5월 16일까지 네 차례 변연절제술 및 국소 피판술을 시행했으나 5월 18일부터 감염증 소견이 나타났고, 5월 20일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에 감염됐다. A씨는 의료진의 격리병실 치료 권고에도 이를 거부한 채 5월 27일 퇴원했다.

A환자는 6월 7일 고열·오한·오심·두통 등을 호소하며 C대학병원에 다시 내원했다. 우측 화상부위는 1×1cm 크기였으나 좌측은 12×8cm 크기에 건이 노출될 정도로 피부 및 연부조직 괴사가 진행된 상태. 7월 4일 좌측 족근관절 부위 절단술을 받은 A씨는 10월 27일 건이식술을 받고 11월 30일 퇴원했다.

A씨는 현재 좌측 족부 거골 및 종골 전방 관절을 절단한 상태로 보행장애와 좌측 족관절이 변형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A씨는 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은 채 임의로 적외선을 조사하고, 감각이 둔해 진 환자에게 화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점, 조기에 전원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9532만원(1심 1억 9098만 7952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B의료재단은 A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1∼2단계로 약하게 적외선을 조사했고, 조사기와 발등 사이에 50cm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했다며, 화상 발생은 기왕증 내지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족부 절단의 원인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기왕병력으로 인해 창상 치유력 저하·말초 신경병증·혈관병증에 기인한 당뇨발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적외선 조사기 치료는 당뇨나 말초신경변증 등과 같이 감각이 둔화돼 있거나 급성 염증·외상 또는 출혈이 있거나 출혈 경향성을 보이는 환자, 의사 전달을 못하거나 동통에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 온도 조절 기능 저하·부종·악성 종양·반흔 등의 경우에는 금기"라며 "적외선 조사기와 환부 사이에 적정 조사거리를 유지하고, 사용시간이나 횟수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적외선 치료 대상자로 적절치 않았음에도 환자의 기왕병력을 간과한 채 적외선 치료를 시행한 잘못이 있다"면서 "물리치료사는 적외선 치료 과정에서 화상을 입지 않도록 적절한 열원과 조사거리를 유지하고, 경과를 예의 주시해야 함에도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병원 의료진 및 물리치료사의 사용자로서 물리치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가 VRE균에 감염, 격리병실 치료를 권고받았음에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점, VRE균 감염이 화상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점, 화상 부위와 무관한 좌측 발 안쪽·발가락 등에도 괴사가 진행돼 좌측 족부를 절단하게 된 점, B병원 의료진이 화상 부위 확인 후 적절한 초기 화상치료를 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노동능력 상실률은 맥브라이드표에 의해 43%지만 화상을 입을 당시 당뇨를 앓고 있었고, 신장 및 췌장이식술을 받은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어서 회복 과정에서 합병증을 초래하게 된 점을 고려, 기여도를 40%로 추정해 최종 노동능력상실률을 25.8%로 정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은 7486만 9884원(재산상 손해액 6486만 9884원+위자료 1000만원)으로 계산했다.

한편, 1심에서는 A환자가 청구한 1억 9098만 7952원 가운데 B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 9565만 9494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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