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7:49 (금)
'화성 정복' 꿈꾸는 NASA, 관건은 '우주방사선'

'화성 정복' 꿈꾸는 NASA, 관건은 '우주방사선'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8.09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권과 다른 종류 방사선에 수만배 노출...건강관리 관건
한국 최초로 NASA '우주방사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참여

▲ 한국 최초로 NASA 우주방사선 전문가 과정에 선발돼 지난 6월, 1달간의 코스웍을 마치고 온 장원일 과장.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저 대사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지금' 인간의 한계로는 결코 알기 어려운 것들을 기필코 찾아내고야 마는 노력 때문일지 모른다. 우주만큼 인간지식의 한계가 명확한 분야는 드물다.

우주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간 기분은 어떨까. 장원일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을 최근 본지가 만났다.

그는 NASA에서 운영하는 우주방사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한국인 최초로 선발됐다. 아시아에서는 2012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6월 1∼25일간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와 차기 연구를 계획하는 장 과장에게 '한국 최초'의 소감을 물었다.

"다들 우주선 사진, 우주복 입은 사진 찍어오라고 하더라"며 운을 뗀 그는 "매년 전 세계에서 15명 내외가 뽑힌다. 올해는 미국 10명, 독일 3명, 이탈리아와 일본, 체코와 한국이 각 1명씩 총 17명이 선발됐다. 10년 넘게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의사가 선발된 건 처음으로, 나머지는 모두 생물학자와 물리학자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지원인데, 사실 안 될 줄 알았다. 내년에는 어떤 전략으로 3수를 준비할까 생각하던 차 선발돼 얼떨떨했다"며 "선발국 대부분이 국제우주정거장 파트너들이다. 그래서 미국이 거의 전부를 가져가고, 독일이나 일본, 러시아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우주방사선 전문가 양성 과정은 10년 후인 2026년, NASA가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것.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인은 지구에서와는 다른 종류의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데, 이때 우주방사선이 인체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우주방사선은 심혈관질환 및 신경퇴행성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장 과장은 "우주방사선의 위험은 정확히 모른다. 이건 NASA도 마찬가지다. 단, 우리가 어디까지 알고 있고, 화성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에 집중할 뿐이다. 지구에서 시뮬레이션하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올해 선발된 총 17명의 동료들과. 장 과장은 앞에서 두 번째줄.  
약 1달간의 과정에 대해 그는 "우주방사선 관련 강의를 듣고 연구시설을 이용해 실험에 참여했다. 각자의 연구계획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며 "우주방사선을 구성하는 중입자 중 고에너지를 지닌 철이온을 주제로 개인발표를 진행했다. 우주에서 철이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체내 암 발생률이 얼마나 높아지며, 의료용 방사선인 엑스선이나 감마선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비교하는 연구설계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려면 편도로 꼬박 180일. 왕복이면 1년이 걸리는데 그만큼 오랫동안, 꾸준히 우주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받은 영향을 평가하고, 그때 받은 영향이 평생에 걸쳐 어떻게 발현되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장 과장은 "연구에만 1년이 넘게 걸리는 프로젝트다. 발표를 평가한 교수들도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나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며 "단기 계획으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교수들을 초청해 심포지움을 진행할 계획이다. 원자력의학원이 NASA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계속해서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NASA에서 진행하는 '휴먼 리서치 프로젝트' 전체를 원자력의학원이 함께 연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지속해서 관련 학회 등과 접촉해 국내에서도 우주방사선의 관심을 환기하는 심포지움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 들어가보니 최첨단 설비들이 널려
장 과장은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가장 좋았던 점으로 대규모의 최첨단 시설과 국민적 관심을 들었다. 그는 "겉에서 보면 진짜 허름해 마치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인다. 최대 3층으로 높지도 않다. 일층짜리 건물들이 띄엄띄엄 있는데, 다만 엄청나게 넓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가는 데만 차로 20분이 걸린다"며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거대 입자가속기는 야산을 파서 만든 터널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분야는 미국이 절대적으로 앞서 있다. 여기에만 거대 입자가속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 누구도 갖기 못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NASA는 굉장히 많은 국민적 관심을 받아 펀딩 구조도 잘 돼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접근조차 쉽지 않은 우리와 대조된다"고 말했다.

▲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첨단 시설들. 오른쪽은 거대 입자가속기. 장원일 과장 제공.
그래서 그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꿈만 같았다"며 "다녀온 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지금, 사실 딜레마가 많다. 누군가는 우주산업연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할 수 있을지부터 한국이 우주선을 만들어야 할지, 많은 사람 중 우리가 될 수 있다면 그 기회를 잡는 게 옳을지 등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방문이 잊고 지낸 꿈과도 연결된 것 같다"며 "과학고등학교를 다닐 땐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의사의 길을 택했지만 원자력의학원에서 입자방사선을 연구했고, 이번 방문으로 어릴적 꿈에 보다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것과 가진 것, 그리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차기 연구를 준비할 것"이라 말했다. 그가 우주에서 '답'을 찾을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