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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 패치' 처방했다 3억 9557만원 손해배상한 사연

'펜타닐 패치' 처방했다 3억 9557만원 손해배상한 사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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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패치 붙인 후 잠들어...아침에 청색증 ·의식없는 상태 발견
재판부 "용량 2배 처방 과실...호흡억제 부작용 대처 설명·지도 안해"

▲ 서울고등법원 전경.
퇴원 약인 패치제를 붙인 채 구토 증상을 보이다 잠이 든 환자가 아침에 청색증을 보인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환자는 응급처치를 받아 호흡이 돌아왔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겨우 질문에 답할 수 있고, 강직성 사지부전 마비 상태를 보이고 있다.

환자는 평소 구토 증상을 보였고, 구토물이 폐에 흡인돼 호흡장애가 발생한 경우라면 기왕증에 인한 것이므로 전적으로 병원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의 용량을 과다하게 처방, 약물 부작용인 호흡곤란증을 유발했다며 병원에 배상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A환자와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9억 3863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나5837)에서 45%의 배상책임을 인정, 3억 835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가족에게는 1심에서 선고한 1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소송비용의 60%는 원고가, 나머지는 B대학병원이 부담하되, A환자의 가족이 제기한 항소비용은 가족이 부담토록 했다.

A환자는 2011년 6월 26일 우측 전대뇌동맥 급성 뇌경색으로 B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8월 5일 퇴원했다. 9월 1일에는 어깨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등 약물치료와 보존적 재활치료를 지속해서 받았다.

2012년 4월 27일 외래진료를 받은 A씨는 허리 통증·관절 통증·근육통·소화불량·오심·구토 증상과 체중이 1년에 걸쳐 53kg에서 35kg으로 감소했다면서 기존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기존에 복용하던 에어탈·울트라셋·아로베스트 등 진통제 대신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주성분인 듀로제식 디트랜스 패치 50㎍/h과 맥페란정 5mg·변비 조절약을 처방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펜타닐 패치를 사용하면 구토를 할 것인데 구토가 끝나면 괜찮을 것"이라며 "구토는 한 번 붙일 때는 하고, 두 번째부터는 안 할 것이다"고 설명한 뒤 5월 14일 입원해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외래진료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간 A환자는 20:00경 패치를 우측 옆구리에 붙였고, 약 30분 뒤부터 4월 28일 00:30경까지 구토 증상을 보이다 잠이 들었다. 하지만 4월 28일 09:30경 청색증을 보인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 C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후송 당시 맥박 60mmHg/40mmHg, 산소포화도 25%, 동공의 심한 수축이 일어난 상태였다.

C병원 의료진은 페타닐 중독 의증으로 진단하고, 패치를 떼어낸 다음 마약길항제 날록손·생리식염수·도파민을 투여하면서 지속해서 산소를 공급했다.

같은 날 D대학병원으로 전원한 후 시행한 MRI 검사에서 저산소성 뇌 손상을 양상을 보였다.

4월 29일 B대학병원으로 옮긴 A환자는 신경과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날 시행한 CT 검사결과 흡인성 폐렴 소견을 보였다. A환자는 지속해서 내과·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았으며 9월 28일 퇴원, 재활요양병원으로 전원했다.

재판부는 펜타닐 패치를 권장 용량보다 과다 처방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마약성 진통제 투여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권장되는 초기 용량의 두 배에 달하는 50㎍/h를 투여하는 경우 호흡 억제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데 A환자가 주거지로 돌아가 패치를 부착할 상황이었으므로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호흡억제 부작용 발생 가능성 및 증상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데 필요한 조치사항을 설명할 필요가 있음에도 오심·구토·변비 등에 관해 설명하면서 호흡억제 발생 가능성 및 대처방법 등에 대한 설명과 지도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펜타닐 패치 의약품설명서에 과량투여 시 첫 번째 증상으로 '호흡억제'가 열거된 점, 마약 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50㎍/h 용량 부착 후 6시간 이내에 최소 진통 효과를 보이는 농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점, C병원 진료기록에 수면 중 구토로 호흡장애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B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과 A환자의 현재 상태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게 된 경위, 환자의 신체 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손해에 대한 책임비율을 45%로 제한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고법 판결에 불복한 B대학병원은 상고를 진행했으나 일주일 만에 취하,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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