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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일요일 아침, 수 천명의 의사들이..."

"비 오는 일요일 아침, 수 천명의 의사들이..."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4.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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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수강좌·학술대회에 의사들 '운집'
"어려워진 의료계 상황 반증...가슴 아퍼"

▲3일 열린 대한노인의학회 학술대회에는 1천여명의 의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4월 첫째주 일요일인 지난 3일, 서울 나인트리컨벤션은 봄비가 내린 이른 아침부터 의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대한노인의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가 열린 이 날, 전국에서 모인 1천여명의 의사들은 곳곳에 마련된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올해 부터 강화된 연수교육 출결 관리가 불필요할 정도로 의사들은 미동 없이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간 서울 백범기념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주최한 연수강좌에는 의사 8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날의 주제는 '오늘 배워서 내일 적용할 수 있는 통증치료'.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내과·외과 계열의 다양한 전문과목 전문의들이 등록했다.

이날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서울에도 의사 1천여명이 빽빽이 들어섰다. 피부 미용, 탈모 치료법 등에 관심 있는 의사들이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를 찾은 것. 약 100개에 가까운 관련 업체들의 홍보부스가 이날 행사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대한노인의학회 이욱용 회장(왼쪽)과 장동익 상임고문

이들 학술행사 주최측은 소위 '흥행'에 성공한 뿌듯함 보다 마음 한켠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장동익 대한노인의학회 상임고문은 "일요일 아침에는 늦잠도 자고 쉬고 싶을 텐데 이른 아침부터 강의를 들으러 이렇게 많들 모였다. 강의하러 온 의대 교수도 깜짝 놀라더라"라면서 "좋게 말하면 향학열이지만, 의사들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욱용 회장도 "치매 관련 강의를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쳐 한동안 안하던 치매교육을 이번에 다시 실시했다. 사실 동네의원에 치매 진단서 떼러 오는 환자는 거의 없지만, 뭐 하나라도 더 해보겠다는 발버둥인 것이다.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한숨 지었다.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오욱 회장은 피부과가 아닌 비뇨기과 전문의다. 오 회장은 "한 때 비뇨기과는 소위 '잘나가는' 과목이었지만 지금은 기피과목이 돼버렸다. 다른 과목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개원의는 물론 대학 교수, 전공의들도 강의를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이 학회 이민호 수석학술이사는 "우리 학회는 '실용성'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임상에 바로 적용할수 있는 강의가 많아 인기가 높다"며 "오늘 하루에만 천 명이 넘는 의사들이 모여 공부한다는 것은 그만큼 병의원이 안된다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개원가의 팍팍한 현실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탓이라는 지적이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 외래환자 회송률이 1%도 안된다. 병원 입장에선 응급실 등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곳이 외래 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회송수가를 신설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3차 병원이 3차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게 우선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교정되지 않으니까 3차 병원도 생존을 위해 경증환자를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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