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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배급 아닌 '협상'으로 승리할 것"

"수가, 배급 아닌 '협상'으로 승리할 것"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3.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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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일방적 배급에서 탈피할 것 강력히 시사
건보 흑자 계속 모으겠다는 건 '국가적 소모' 비난

▲ 27일 오후 5시 열린 의협 제1차 수가협상단 회의.
'수가 보전을 통한 일차의료 활성화. 밴딩 폭 공개.'

올해 의원급 수가협상을 담당할 김주형 호의 첫 회의는 추락하는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한 뼈아픈 지적들과 야심찬 목표로 채워졌다. 이날 협상단은 더 이상은 '배급'이 아닌 '협상'을 이뤄내겠다 성토하며 일차의료 활성화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 제1차 수가협상단 회의가 27일 오후 5시 의협 5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올해 의협 수가협상단은 김주형 전라북도의사회장을 단장으로 신창록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김동석 서울산부인과의원장,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로 구성됐다.

회의 시작에 앞서 협상단을 방문한 추무진 의협회장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추 회장은 "지난 2년간 수가 협상에서 2.9%, 3.0%라는 비교적 괜찮은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도 회원들이 수가협상단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얼마나 유리하게 가져오느냐는 수가협상단의 노고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협 수가협상단은 이대로 가다간 일차의료기관이 언제 몰락할지 모른다는 현실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강조할 것이며, 원활한 협상을 위해 올해도 밴딩 폭 공개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 김주형 수가협상단장.
이날 건보공단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난 김주형 단장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진찰료 상승이 굉장히 더디다. 정해진 밴드 폭에서 여러 단체와 나눠가지는 형태기 때문에 균등하게 나누긴 어려울 것이다. 의원급이 어려운 상황을 공단 측에 강조할 것"이라 말했다.

김 단장은 23일 공단 재정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조재국 교수(동양대 보건행정학과)의 "공급자의 일방적인 희생 아래 수가협상을 이뤄내진 않겠다. 가입자를 위해 공급자를 옥죄진 않겠다. 그러나 건보 흑자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단언하긴 어렵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수가협상을 다소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김 단장은 "조재국 교수는 2011∼2012년도 재정위원장을 해봤던 만큼 경험이 많다. 이런 말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가 협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건보 흑자와 마찬가지로 일차의료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역지사지의 뜻을 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임익강 보험이사는 예년보다 수가협상단을 빨리 구성한 이유로 지난해 환산지수가 어떻게 적용됐는지 피드백을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그간은 지난해 환산지수에 대한 피드백 없이 수가협상을 해왔다. 앞으로는 환산지수 적용이 일차의료 활성화에 기여했는지, 국민 건강에 어떻게 보탬이 됐는지 알아본 후 2017년도 환산지수를 알아보기 위해 수가협성단을 일찍 꾸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거나 작전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일차의료기관이 갈수록 열악해진다는 것"이라며 "전국민 의료보험이 원가 이하에서 시작됐을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원가에 근접한 수가는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보다 의료서비스가 굉장히 열악해지기 때문에 신뢰도 측면에서 동네의원이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가협상 자문단인 홍경표 광주시의사회장은 "그동안의 수가협상은 사실상 협상이 아닌 배급이었다" 비난하며 "논리적인 근거로 이뤄진 게 아닌, 정해진 액수를 두고 한 터무니없는 협상이었다. 동네의원 몰락으로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가게 되면 일차의료가 더 어려워진다. 일차의료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로 상급종합병원에 가게 되니 진료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비 상승을 억제하려면 국가도 일차의료기관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보건복지부 행정관료들이 더 이상 정치권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진실과 이성에 기반해 의료정책을 펴주길 바란다"고 일침했다.

김동석 서울산부인과의원장은 의원급의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며 수가 협상에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동네의원들이 지역의사회 가입을 안 한다.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의원급은 다 폐원하는 상황인데 밴딩 폭을 정해놓고 나눠가지라니 싸우는 거다"라며 "얼마를 주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높게 줘야 한다. 건보 흑자가 언제 소진될지 모른다고 계속 모으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국가적 소모"라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2015년도 수가협상단장)은 밴딩 폭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협상이란 말을 하기 창피할 정도다. 밴딩 폭에 대한 정보도 모르는 상태로 일방적인 줄 서기 식으로 이뤄지는 수가협상은 문제가 많다"며 "수가가 100% 올라도 원가도 안 된다. 매년 3%도 문제가 있다. 지금도 의원급 진찰료가 줄고 있는데 의원이 망하면 어떻게 되겠나. 지금이라도 동네의원을 살려야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싶은가"라 반문했다.

▲ 올해 의원급 수가협상을 담당할 단원들. 좌측부터 신창록, 김동석, 김주형, 임익강.
한편, 추무진 회장은 이날 김주형 단장에게 수가협상단 위촉장을 수여했다. 앞으로 의협 수가협상단은 이번 1차 회의를 바탕으로 올해 수가협상에 관한 세부 회의를 계속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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