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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실서 과실로 뒤집힌 2심...4억원대 손해배상

무과실서 과실로 뒤집힌 2심...4억원대 손해배상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3.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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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의무 위반·전원 지연 등 놓고 재판부 판단 180도 달라져

▲ 서울고등법원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을 받아 뇌성마비 상태로 발달지연과 보행장애를 입은 A신생아와 부모가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나2012469)에서 4억 52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수술 및 진료과정에서 제왕절개술 또는 전원조치를 지체했거나 난산 가능성에 대한 파악을 게을리 하는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신생아와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180도 뒤집은 판결.

1심에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갖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2000년 7월 7일 선고 99다66328) 판례를 인용했다.

2심은 '전신마취에 의한 수술은 진단·투약·간호 등 다른 의료행위보다 그 밀행성이 강해 수술에 직접 참여한 의료진 이외에는 수술상 어떠한 과실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증상 발생에 관해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의료상의 과실을 추인할 수 있다'는 대법원(1993년 7월 27일 선고 92다15031, 1998년 2월 13일 선고 97다12778, 2000년 7월 7일 선고 99다66328) 판결을 참조했다.

초산모인 C씨는 B병원에서 정기적인 산전 진찰을 받아왔으며, 임신 5주경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확인, 약물치료를 계속한 것 외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임신 40주째인 2011년 4월 16일 00:55분경 분만을 위해 병원에 입원, 주기적으로 자궁경관 개대 정도·태아하강도·태아심박동수를 측정했다. B병원 의사는 09:23분경 제왕절개수술로 2.84kg의 A신생아를 출산했다.

B병원의사는 수술 과정에서 태아의 위치는 우측 후방 후두위 상태였으며, 수술기록지에 태아가 골반강에 꽉 끼어 있어 만출이 용이하지 않다고 기재했다.

출생 직후 울지 않고, 심박동이 분당 60회가 안되자 응급심폐소생술 및 기관내 삽관을 시행했다. 심폐소생술로 자발호흡이 돌아오고, 심박동이 확인되자 기관내 삽관을 제거하고, 10:00경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시행한 신체검진 결과, 우측 귀에서 목까지 푸른 색의 멍이 들어 있었고, 좌측 볼과 어깨·등 부위에서 점상출혈 소견이 확인됐다. 출생 다음날에는 얼굴에 청색증이 보이면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가 하면 모호흡 증상도 보였다.

B병원의사는 A신생아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분만 직후 16.2에서 07:30분경 12.5에 불과한 점을 감안,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하고, 부모에게 이를 설명했다.

A신생아는 11:20분경 전신 청색증 및 무호흡 증세를 나타내다가 산소공급을 받은 뒤 산소포화도가 100%로 회복됐으나 11:25분경 눈동자 떨림증상과 경련증상을 보였다.

D대학병원으로 전원된 A신생아는 무호흡·신생아 가사·뇌출혈·경련·파종성 혈관내 응고병증 진단 하에 인공호흡기·수혈·약물 치료를 받다 2011년 4월 22일 퇴원했으며, 이후 E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환아는 현재 좌측 대뇌 뇌연화증, 우측 두정엽 국소적 뇌연화증으로 인해 뇌성마비 상태이며, 발달 지연·우측 편마비·보행 장애를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인한 태내 저산소증이 발생한 것이라는 B의료법인의 주장에 대해 "산모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합병증 발생 사이의 정확한 인관관계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제왕절개수술 시행에 앞서 태아곤란증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CT영상에서 후두골 부위 대뇌 겸상막을 따라 양측에서, 그리고 뇌의 아래쪽 후두와 및 뇌천막 부위를 따라 광범위하게 비교적 많은 양의 중등도 경막하 출혈이, 좌측 앞쪽 전두골 부위에 두피 부종을 동반한 두개골 골절이 확인된 것은 전형적인 외상에 의한 분만 손상"이라고 판단했다.

B의료법인은 강력한 자궁수축력에 의해 태아의 몸은 적절히 하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게중심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한 채 머리만 급속히 하강함에 따라 전위 현상이 발생했으며, 후방 후두위로 인해 부적절한 회전력까지 지속적으로 작용, 뇌 표면에 관성이 집중되면서 뇌 경막하 출혈이 발생한 것이지 제왕절개수술 시행 중 머리를 무리하게 만출시킨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태아의 분만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 아니라 관성을 넘어설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고, 멍·점상 출혈·두혈종·뇌 경막하 출혈·두개골 골절의 발생부위가 다발적이고, 출혈의 정도도 중했던 점에 비추어 심한 분만손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산전 진찰과정에서 산모와 태아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분만 과정에서 난산 또는 분만 지연이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골반강에 꽉 끼어 있는 상태라는 진료기록에 대해서도 이는 정상적인 분만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출생 직후 나타난 점상출혈·두혈종·두개골 골절·뇌 경막하 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제왕절개수술 외에 A신생아에게 외력이 가해질만한 상황을 찾기 어렵고, 수술기록지에 구체적인 과정과 처치내용이 전혀 기록되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태아를 안전하게 출산시켜야 할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통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미숙한 술기를 행했거나 그로부터 강한 외력이 가해졌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복적으로 청색증이 나타나고, 산소포화도가 53%내지 78%까지 저하됐을 때 두부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히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의사가 늦게 상태를 확인한 점, 전신 청색증·무호흡·경련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후에야 전원을 지연한 점도 과실로 꼽았다.

재판부는 제왕절개수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손상을 초래하고, 전원을 지연해 증세가 더 악화됐다며 B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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